기사검색

구독하기 2025.06.27. (금)

관세범칙조사, 피의자 권리 강화해야

여주호(관세사)

 관세포탈, 밀수입, 외환거래법 위반 등 관세와 관련된 처벌규정은 매우 무겁다. 뛰는 자 위에 나는 자 있듯이 최근 세관의 조사기법이 첨단화·과학화돼 관세범죄의 은닉 시도는 상상할 수 없다. 보통은 관세범칙조사를 한번 받으면 검찰에 고발돼 징역, 벌금, 몰수 등 형벌을 면하기 어렵다. 관세범칙조사를 말하기 전에 우선 관세조사를 살펴보면, 관세 세무조사(실무상 '심사'라 한다)는 관세범죄의 수사가 아니라 관세법으로 정한 과세요건의 충족 여부를 사후적으로 확인해 심사하는 절차를 말한다. 관세법에서는 수입물품에 대한 과세표준, 감면, 세번 등의 적정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납세자에게 질문해 답변을 요구하고, 납세자의 장부 및 거래증빙서류 등을 조사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하고 있다. 즉, 관세법에 근거를 둔 세관공무원의 질문검사권(質問檢査權)을 행사하는 절차를 '관세조사'라고 하고, 내국세를 담당하는 국세청에서는 이를 세무조사라고 한다. 관세조사의 결과는 관세법 제115조 '조사결과 처리'의 규정에 따라 그 조사결과를 서면으로 납세자에게 통지하고, 납세자는 그 조사결과에 따라 과세전적부심사를 청구하거나, 심사 및 심판청구를 하여 과세의 부당함을 주장할 수 있다.
 그러나 관세범칙조사는 이러한 관세조사와 그 내용 및 절차면에서 크게 차이가 난다. 실무적으로는 세관의 조사과, 외환조사과에서 행하는 업무를 말하는데, 이러한 범칙조사는 특별형사소송법인 관세법(관세법에 없는 내용은 형사소송법)의 조사,처분에 근거를 두고 관세범죄를 수사하는 범칙조사권(犯則調査權)을 행사하는 절차이다. 즉, 범칙조사란 밀수입, 외환거래법 위반, 관세포탈 등 수출입과 관련된 범죄를 수사하는 절차를 말하고, 밀수 및 관세포탈 혐의 사실을 은폐하거나 증거를 조작할 우려가 있기 때문에 조사 사실에 대한 사전통지를 하는 일이 없다. 뿐만 아니라 그 혐의자에 대한 사무실에 보관된 장부 및 거래증빙서류를 영치(領置)하거나 압수(押收)할 수 있고, 필요하면 영장을 받아 신병을 구속할 수 있다. 관세범칙 조사후 죄가 있다고 인정될 때에는 통고처분권을 행사하거나 검찰에 고발(관세법 이외의 외환거래법, 대외무역법등 다른 법령을 위반했을 경우에는 검찰에 송치)한다. 이러한 '범칙조사'는 조사방법과 강도, 그 처벌에 있어서 관세조사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세관공무원의 권한이 강력하고 벌금·징역·몰수 등 그 결과도 사뭇 다르다. 지금까지 살펴본 관세조사권과 범칙조사권은 법률이 보장한 관세청 및 세관관서의 고유권한이므로 오로지 조세법률주의에 의해 법률의 제한을 받을 뿐, 그 행사절차가 적법하게 이뤄지는 한 아무도 이의를 제기할 수 없다.
 그런데 관세청 및 세관관서에게 부여된 위의 두가지 권한은 매우 강력한 공권력이므로, 이러한 권력의 행사가 법의 한계를 일탈해 남용되는 경우에는 국민의 기본권은 크게 침해될 우려가 높다. 그런 이유로 질문검사권의 행사(관세조사)에 관해서는 관세법의 '납세자의 권리'편에서, 세관공무원의 관세범칙조사권(범칙조사)에 대하여는 형사소송법 및 관세법의 조사·처분편에서, 각각 그 행사의 기준과 한계를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내용을 바탕으로 납세자 혹은 관세범에게 적절하게 권리행사를 행사 하게 하거나 보다 신속히 권리 구제를 받도록 하기 위해 몇가지의 입법적 개선이 필요한 사항을 적시해 본다.
 첫째, 소송전 수사 종결단계에서 본인 자신의 피의사실 등 내용에 대해 열람 및 접근권을 보장해야 한다. 현재의 규정은 피의자 신문조서 및 관련 서류를 읽고 서명하게 하는 것으로 조사가 종결된다. 관세범 혹은 납세자 자신이 범칙내용에 대한 서면통지 서류 등이 없어 그 내용을 정확히 인지하지 못해 향후 대응방안이나 권리 구제측면에서 시기를 놓치거나 잘못 판단할 가능성이 많다. 따라서 개인의 범칙내용에 대해 관세범 본인은 그 내용 청구 및 접근, 등사할 수 있는 권리를 관세법등 법률로 보장해 세관관서 및 검찰이 보유하고 있는 관세 범칙내용(피의사실 및 범칙내용 등)에 대해 열람, 접근, 등사등을 포괄한 그 접근권을 명백하게 보장할 필요가 있다. 범칙조사는 관세조사의 경우처럼 '통지의 의무' 조항도 없고, 열람 및 등사 권한이 없어 피의자의 권리가 적절히 보장되고 있지 않고 있다. 검찰에 고발돼 새로운 조사가 시작되거나 약식명령을 받고 나서야 비로소 피의사실과 범죄에 대해 구체적으로 인지하는 문제가 있다. 즉, 수사단계에서 검찰에 고발된 내용에 대해 정확히 인지하는 제도적 장치가 없을 뿐만 아니라 관세법 제115조 통지예외규정에 의해 그 조사 결과에 대해 통보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관세조사의 경우 그 결과통지에 따라 구제절차를 마련해 놓은 것처럼, 관세범칙조사의 경우에도 피의자에게 신변에 변화를 가져오게 하거나 중대한 사안인 것을 감안해 피의자 신문조서, 그 증거서류, 고발내용 등 적어도 사실관계의 내용은 서면으로 통지하거나 사본으로 등사하게 하여 향후 무슨 내용, 어떤 방법으로 구제받을지를 판단하도록 해야 한다. 현행, 세관공무원의 범칙조사에 관한 시행세칙 제25조에서는 범칙사건 조사결과 혐의점을 발견하지 못한 경우에만 그 결과를 납세자에게 통지하도록 규정돼 있다. 대부분의 관세사건이 고발 또는 송치되고 있는 실태를 볼 때 이러한 규정은 현실과 맞지 않는다.
 둘째, 세관관서의 통고처분권에 대한 재량을 부여해야 한다. 현재의 통고처분권은 그 기준이 매우 낮게 되어 있어 사실상 그 행사 비율이 매우 적고, 정상 참작의 여지 없이 대부분 검찰에 고발 또는 송치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를 입법적으로 개선하려면 통고권자에게 정상 참작권을 부여함과 동시에 통고유예권을 명확하게 부여할 필요가 있다. 정상참작의 사유와 판단내용을 문서로 남기게 하여 업무처리의 객관성을 높임과 동시에 통고처분의 유예기간 중에 있는 범칙자를 적절하게 사후관리하게 되면, 그 남용을 방지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시도는 관세행정의 내용과 속성에 정통한 세관공무원의 전문성을 활용할 수 있는 기회가 될 뿐만 아니라 무분별한 전과자 양산도 줄일 수 있다. 한편으로는 경미한 관세범에 대한 소송비용, 경제활동의 위축을 어느정도 완화할 수 있고 범죄와 처벌에 대한 균형을 도모할 수 있는 장점도 있는 것이다.
 강력한 관세범칙조사권에 대한 균형을 맞추기 위해 헌법 제12조(피의자 권리보호), 형사소송법 제35조( 열람 및 등사), 관세법의 조사,처분편 또는 범칙조사에 대한 시행세칙 제25조를 적절하게 개정·보완해 관세범칙조사에 대한 수사종결단계에서 피의자에 대한 권리를 검토해 볼 시점이다.
 ※본면의 외부기고는 本紙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배너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