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의 일부 갑부들이 "필요하지 않은 돈이 너무 많다"며 부유세 재도입을 주장해 화제가 되고 있다.
22일 독일 언론에 따르면 이들 44명은 최근 경제위기 극복에 나서고 있는 독일 정부가 충분한 재원을 확보할 수 있도록 자신들에 대한 세금을 올려줄 것을 촉구하는 인터넷 청원 운동에 서명했다.
전직 의사인 디터 케름쿨(66) 씨는 시사주간지 디 차이트와의 인터뷰에서 "부자들이 나라를 도와야 할 때가 됐다"면서 50만유로(한화 약 9억원) 이상의 개인재산을 가진 독일인 220만명이 올해와 내년에 5%의 재산세를 내면 1천억유로의 국가 세수가 발생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켈름쿨 씨는 독일 정부가 은행 구제와 경기 부양을 위해 막대한 예산을 쏟아 붓는 모습을 보고 이런 생각을 하게 됐다고 밝혔다. 그는 "교육, 환경과 같은 시급한 문제들을 해결할 때는 없었던 돈이 은행들을 위해서는 갑자기 엄청나게 사용되는 것을 보고 미칠 지경이었다"고 말했다.
일간지 타게스슈피겔은 켈름쿨 씨가 미국 시민단체인 '공정경제연합(UFE)'과 같은 조직을 만들 계획이라고 전했다. UFE 산하 모임인 '책임지는 부자(RW.Responsible Wealth)'에는 빌 게이츠, 워런 버핏, 조지 소로스, 테드 터너, 폴 뉴먼 등의 미국의 대표적 거부들이 참여해 상속세 폐지 반대, 공평 과세, 최저임금 인상, 대기업의 사회적 책임 확대 등을 촉구하고 있다.
그는 2년 간 5%의 세금을 매기고 그 후부터는 세율을 1997년 부유세 폐지 당시 수준인 1%로 낮출 것을 제안하고 있다. 독일은 지금도 자본이득에 대해서는 25%의 세금을 부과하고 있다.
이 청원에 서명한 페터 폴머(69) 씨는 AFP 통신에 "나에게 필요하지 않은, 너무 많은 돈을 상속받았다"고 말했다.
지난달 27일 실시된 총선에서 독일 사민당(SPD)은 부유세 신설을 공약으로 내걸었으나 패배해 야당으로 전락한 반면 4년 간 350억유로 규모의 감세를 주장한 친기업 정당 자민당(FDP)은 총선에서 승리해 앙겔라 메르켈 총리의 기민당(CDU)-기사당(CSU) 연합과 차기 연정 구성을 위한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