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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하기 2025.07.05. (토)

잘못 잉태된 전산법인 추진

"최고 조세전문가임을 자부하며 기업 세무·경영컨설팅에 일익을 담당하고 있다는 세무사들이 자체 전산법인 설립문제를 놓고 이렇게 우왕좌왕하고 있는 것을 보노라니 전문가그룹이라는 말이 부끄럽게 느껴진다."

 

한국세무사회 주도의 자체 전산법인 설립작업이 이런저런 이유로 다소 지연되고 있는 가운데, 이를 지켜본 한국세무사회 한 임원은 작금의 돌아가는 상황을 보며 실망감을 이렇게 표출했다.

 

한국세무사회가 자체 전산법인 설립작업을 본격 추진한 것은 지난 2007년 10월경부터로, 몇 달 있으면 2년째가 된다.

 

2년여 동안 전산법인 설립을 위해 안팎의 다양한 의견들을 수렴했으며, 지방세무사회별로 사업설명회도 개최했고, 독일 전산법인 '다테브'도 견학하고 돌아왔다.

 

예정대로라면 6월 정도에는 법인등기와 창립총회를 열고 본격적인 서비스에 들어갔어야 하지만, 이달 들어 법인설립 작업이 여러 암초를 만나 차질을 빚고 있다.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전산법인 설립작업이 지연되고 있는 것은 체계적이지 못한 사업계획, 상임이사회의 논의 부족, 더존·택스온넷의 자본출자에 대한 논란 등의 문제 때문으로 알려졌다.

 

한 관계자는 "4천600명이 넘는 개업세무사가 31억원이 넘는 금액을 출자했는데, 새 집행부(상임이사회)에서 이에 대해 구체적으로 논의하지 못했다는 것이 말이 되느냐"고 비판하면서 "상임이사회에서 논의하지 못한다면 어디서 논의해야 하는 것이냐"고 반문했다.

 

전산법인 설립작업이 會 주도하에 추진되고 있으므로 당연히 새로 꾸려진 상임이사회에서도 세세하게 논의를 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다는 것이다.

 

사업계획에 대한 논란도 많다. 사업 초기 수익성에 촛점을 맞춘 홍보를 추진하면서 세무사들에게 '장밋빛 전망'만을 내놓았을 뿐 체계적인 사업계획을 내놓지 못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는 것.

 

한 관계자는 "초기에 세운 사업계획이 잘못됐다. 전자세금계산서 건당 수수료는 인하되는 추세이고 무료로 제공하는 곳도 있고, 개업세무사 대부분이 세무사회 전산법인의 전자세금계산서 서비스를 이용해야 하는데 이러한 것을 간과한 셈법은 무리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 세무사회 전산법인이 전자세금계산서에 대한 데이터를 확보하는 '허브'역할을 해야 한다는 사업계획도 실현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세무사회가 설립하는 전산법인에 세무회계프로그램의 양대산맥인 더존과 택스온넷을 참여시키는 문제를 놓고도 찬반 논란이 뜨거웠던 것으로 알려졌다.

 

두 회사의 자본 출자가 이뤄질 경우 경영권을 위협할 수 있는 문제에서부터, 국세청의 전자세금계산서 자료를 엑셀파일 등으로 다운로드받을 수 있을 경우 이들 두 회사의 참여는 무의미해진다거나, 두 회사의 참여 없이는 전산법인 설립이 의미가 없다는 논쟁이 그것.

 

이런 상황 속에서 세무사계에서는 "전산법인 설립의 당위성에 대해서는 대부분의 세무사들이 공감하고 있으므로, 현재 제기되고 있는 문제점들에 대해 이참에 꼼꼼히 점검하고 세부계획을 세워 조금 늦더라도 완벽하게 준비를 한 후 출발해야 한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전산법인에 야기될 수 있는 문제점에 대해 꼼꼼히 챙기고, 무엇보다 회원들의 의견을 자주 듣는 등 전산법인에 대한 허심탄회한 의견을 경청하고 이를 반영하려는 자세가 무엇보다 필요한 시점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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