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와 같은 중심관세율 구조를 유지하는 것이 FTA(자유무역협정)시대에도 가장 적합하며, 미국·EU 등과의 FTA가 발효되거나 WTO(세계무역기구) DDA(도하개발어젠다) 협상이 타결될 경우 중심관세율을 인하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한국조세연구원은 '거대경제권과 FTA 체결에 따른 기본관세율 개편방안'을 주제로 9일 조세연구원 10층 대강당에서 정책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토론회에서 발표자로 나선 정재호 조세연구원 연구위원은 "우리나라 관세율 정책은 WTO DDA협상과 함께 여러 국가들과의 FTA체결로 인해 다시 한번 변화를 준비해야 할 시점에 있다"며 "향후에도 현재와 같은 중심관세율 구조를 유지하는 것이 가장 합리적인 것으로 판단된다"고 주장했다.
현재 우리나라 관세율 체계의 기본구조는 지난 1984년에 시작해 2차례에 걸쳐 실시된 관세율 인하예시제에 의해 8%의 중심관세율 구조를 유지하고 있다.
정 연구위원은 "우리나라와 교역규모가 큰 아세안과의 FTA가 발효됐고 미국, EU와의 FTA도 발효 혹은 체결될 예정으로, 이로 인한 관세율 체계 변화에 대비해 향후에도 현재와 같은 중심관세율 구조를 유지할지 아니면 차등관세율 구조로 전환할지, 혹은 관세율이 현재보다 낮아지기 때문에 균등관세율 구조로 전환할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며 "최적의 차등관세율 체계, 단일관세율 구조 그리고 중심관세율 구조 등에 대해 비교 분석한 결과 향후에도 현재와 같은 중심관세율 구조를 유지하는 것이 합리적인 것으로 판단된다"라고 밝혔다.
이어 "향후 미국·EU와의 FTA가 발효될 경우 FTA 체결국에 대한 수입교역 비중은 아세안을 합쳐 약 30% 예상된다"며 "DDA협상에 의한 관세율 인하를 통해 FTA 체결에 따른 관세율 인하 요인을 흡수할 필요가 있으며, 이론적으로 FTA 체결 이후 FTA 비체결국에 적용되는 관세는 낮추는 것이 최적"이라고 덧붙였다.
정 연구위원은 그러나 "현재 우리나라 기본관세율 체계에 큰 영향을 줄 만큼 FTA가 발효된 상황은 아니며 FTA 특혜세율이 적용되는 수입규모는 약 10% 정도"라며 "향후 미국, EU와의 FTA가 발효된 이후의 중심관세율 인하를 DDA 협상과 연계해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거대 경제권과 FTA 체결이 이뤄져도 기본관세율은 FTA 비체결국에 적용되는 등의 역할이 있음을 염두에 둬야 한다"며 "중간재 관세율은 △원자재와 유사한 관세를 부과하는 중간재 △최종재와 같은 관세를 부과하는 중간재 등 크게 두 부분으로 양분하는 것을 고려해 미국·EU와의 FTA 발효 이후 미국·EU·중국·일본으로부터의 중간재 수입 변화를 살펴본 후 판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정재호 연구위원은 "그 동안 우리나라 관세율 정책은 경제성장에 중요한 역할을 했으며, 앞으로도 경제 환경 변화에 대응해 우리나라 경제 발전에 이바지할 것"이라며 "전후 재정기능, 경제개발계획기간 동안의 산업 지향적 기능, 그리고 현재의 중심관세율 체계를 통한 시장 중립적 기능을 수행하고, 향후 관세율 수준이 낮아져도 자원배분 측면에서의 관세율 정책의 중요성은 여전히 강조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토론자로 나선 김중근 관세사회 선임연구위원은 이에 대해 "원칙적으로 WTO DDA 타결 이후 추이를 보면서 추진할 필요하다"며 "DDA 타결이 되지 않을 경우 2011년 정도 FTA 매듭이후 추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중소기업의 경우 특혜마진이 크지 않다"며 "기본 관세율 개편은 서두를 필요가 없다"고 역설했다.
장근호 홍익대 국제경영학과 교수는 "고용이라는 다른 정책 목표를 추가해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며 "고용을 지원할 수 있는 부분에서 고민해야 한다"고 밝혔다.
정재완 한남대 무역학과 교수는 "관세정책이 무엇을 추구하는지. 근본적으로 관세가 있는 이유가 무엇인지 생각해 봐야 한다"며 "관세정책은 하나만을 추구하는 게 아니라 산업보호, 제정수입 문제, 협상력 높이기 등을 위해서도 관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장 교수는 "기본관세율 인하는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며 "DDA 협상이 타결되면 그에 따라 관세율을 바꿔야 한다"고 지적했다.
홍권희 동아일보 논설위원은 관세율 인하는 시점의 중요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