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기간에 현제의 세정 인프라 한계를 극복해 영세납세자에 대한 세무 편의성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가능성을 기대하기 어렵다면, 국가가 세무사에게 보조금을 지급해 영세납세자의 납세의무이행에 조력토록 해야 한다"
김웅희 한국세무사회 조세연구소 연구원<사진>은 지난 2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세제발전과 납세자권익 향상에 관한 정책토론회’에서 최원석 서울시립대 교수(한국납세자연합회 사무총장)가 '부가가치세제도 선진화 방안'을 주제발표한 후 토론자로 나서 이같이 제안했다.
김 연구원은 "부가세제도의 문제점과 개선방안은 오랜 기간 논의돼 왔고, 간이과세제도에 따른 폐해는 누구나 인정하지만 쉽게 이 제도를 건드리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부가세 개선방안의 논의는 대체적으로 과표양성화의 문제로 귀결된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간이과세제도 및 소액부징수제도의 취지는 세무능력이 부족한 납세자의 세무부담을 줄이고 세정의 행정력과 징세비를 절감하는데 있으며, 징세비와 세무행정력의 문제는 과표양성화와 직접적인 관련성이 있다"면서도 "하지만 정부가 현 세정인프라의 한계에도 불구하고 ‘징세비용을 들이지 않고 과표양성화를 확대할 수 있는 방안’을 무리하게 추진할 경우 과표양성화의 부담은 결국 납세자와 세무사의 납세협력비용으로 자연스럽게 전가된다"고 지적했다.
또 "전자신고제도, 사업용계좌 사용의무, 전자세금계산서 등은 납세자나 세무사 등에게 적지 않은 부담이 되고 있으며 특히 일선세무서에서는 전자신고에 대한 실적경쟁이 부추겨지면서 공식적으로 집계되지 않는 ‘비효율적인 행정력 및 징세비용을 초래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고 덧붙였다.
김웅희 연구원은 이에 "단기간에 현재의 세정 인프라 한계를 극복해서 영세납세자에 대한 세무 편의성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가능성을 기대하기 어렵다면 국가가 세무사에게 보조금을 지급해 영세납세자의 납세의무이행에 조력토록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영세납세자가 세무사의 전문적인 납세조력을 받게 되면 그동안 논란이 돼온 '영세납세자는 세무 무능력'은 더 이상 문제될 것이 없고, 그동안 고질적인 폐해에도 불구하고 유지해 왔던 간이과세제도도 더 이상 존치해야 할 명분을 상실하게 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그는 세무사에게 지급할 보조금의 재원 마련에 대해서는 △영세납세자, 세무사, 과세관청이 감수하고 있는 공식·비공식적인 징세경제의 비효율성과 사회적 후생의 감소분 △간이과세제도에 숨어서 탈루되는 세원의 규모 △일반 소비자가 간이과세자에게 부당하게 부담하게 되는 세액 △추후 간이과세제도의 폐지로 거래투명성이 제고되고 이로 인해 추가적으로 확대되는 소득세 등 다른 세원에서 확보되는 세액 등을 경제적 가치로 환산할 경우 무료 또는 저렴한 비용으로 세무사의 조력을 받을 수 있는 재원으로 활용되기에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한 간이과세제도가 이로 인해 폐지된다면 거래의 투명성이 제고되는 만큼 '일반과세자와 간이과세자', '근로자와 자영업자' 간의 조세형평성 문제도 해결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와 함께 거래투명성의 '장애물'이 돼 왔던 제도가 폐지됨으로써 장기적으로는 부가세 외의 다른 세목의 세원을 확대시킬 뿐만 아니라 '낮은 세율, 넓은 세원'이라는 조세정책의 기본원리에도 부합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김웅희 연구원은 다만 "오랜 기간 운영돼온 제도를 단기간에 폐지하는 정책적 결단은 쉽지 않을 것"이라며 "먼저 영세납세자의 세무 편의성을 좀더 고려할 필요가 있고, '영세납세자의 세무 무능력'의 문제가 제기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 연구원은 이어 "세무사가 국가의 보조금을 받아 영세납세자를 조력할 수 있도록 제도적 뒷받침을 하기 위해서는 국가가 우선적으로 국가의 행정력을 지원하고 보조금 예산을 설정하는 등 선제적 노력이 불가피하다"며 "업그레이드된 조세제도를 만들어 내기 위해서는 정도를 향해 거침없이 나아가는 큰 걸음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