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은 납세의무는 물론 납세협력 의무도 있다. 따라서 각종 세금을 납부할 뿐만 아니라 각종 세무자료를 세무당국에 보고할 의무가 있다. 이 과정에서 납세자는 장부기장, 증빙의 구비, 전산시스템의 이용, 외부전문가의 활용 등 납세절차 협력에 따른 경제적·시간적 비용을 부담하게 되는데 우리는 이를 일반적으로 납세협력비용으로 칭하고 있다.
그러나 납세과정에서는 이러한 납세협력비용과는 그 성격을 달리하는 추가적인 비용이 발생하기도 하는데 신용카드 사용에 따른 납세자의 신용카드 수수료 부담이 바로 그것이다. 정보통신 및 금융시장의 발전에 따라 신용카드의 사용이 크게 증가하고 있는 바 세금에 대한 신용카드 수수료는 새로운 유형의 납세협력비용으로서 이에 대한 활발한 논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어, 어느 A음식점이 고객으로부터 신용카드를 받아 식비를 결제할 경우 신용카드사는 A음식점에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를 부과하게 된다. A음식점의 결제금액에는 메뉴에 기재되어 있는 음식 요금 이외에 부가가치세 등도 포함이 되어 있는데 신용카드사는 부가가치세를 포함한 결재금액 전체에 대하여 가맹점수수료를 부과한다. 이 경우 음식점은 원가와 이윤에 대한 신용카드 수수료 이외에 부가가치세 납세를 이행하기 위하여 협력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가가치세 부분에 대한 신용카드 수수료를 추가로 부담하게 된다. 이 부분은 납세자가 세금을 납부하기 위해 직접적으로 부담하는 소위 납세협력비용과 구분되는 비용으로서 신용카드 사용을 매개로 납세자가 추가적으로 부담하게 되는 새로운 형태의 비용이라고 할 수 있다.
위에서 예를 든 음식요금에 부가되는 부가가치세의 경우에는 그 비중이 크지 않기 때문에 음식점이 부담하는 부가가치세 부분에 대한 신용카드 수수료는 납세자가 납세과정에서 용인해야 하는 불가피한 비용으로 볼 수도 있다. 그러나 만약 세금부분의 비중이 너무 큰 나머지 납세자가 세금부분에 대한 신용카드 수수료가 납세자에게 큰 부담이 된다면 이는 결국 납세자의 재산권을 침해하는 것으로서 그것은 정부가 납세자에게 법령에 의하여 정의되지 않은 세금 이외의 새로운 형태의 부담금을 강제로 부과한 것과 같다고 할 수 있다.
이와 같은 대표적인 사례를 우리는 석유제품에 부과되는 이른바 유류세에서 찾아볼 수 있다. 유류세는 휘발유, 경유 등에 부과되는 교통에너지환경세(2010년 이후에는 개별소비세), 주행세, 교육세를 통칭하여 일컫는 용어로서 석유제품에 부과되는 유류세는 2009년 1월 휘발유의 판매가를 리터당 1천250원으로 보면 휘발유 판매가의 무려 60%에 해당한다. 정유사가 납부하는 개별소비세는 판매를 통해 세금이 전가되는 과정을 거쳐 주유소에서 휘발유, 경유 등을 구매하는 최종소비가가 부담하게 된다. 이 때 고객이 주유대금을 신용카드로 결제할 경우 주유소는 대금 전액에 대해 신용카드가맹점 수수료를 부담하게 되는데 주유소는 납세에 협력하는 과정에서 판매가의 60%를 차지하는 유류세 부분에 대하여도 신용카드사에게 신용카드 수수료를 지급하고 있는 것이다.
주유소의 손익계산서를 분석해 본 결과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는 판매관리비 중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특히 2008년도 주유소의 영업이익률은 다른 업종에서는 비교가 될 수 없을 정도로 낮은 1%대에 머물고 있다고 한다. 결국 주유소는 개별소비세의 징수과정에서 법령에 근거 없이 자신이 의도하지 않은 세금에 대한 신용카드 수수료를 추가적으로 부담하게 되는데 이러한 비용으로 인하여 주유소의 경영 자체가 위협을 받게 되는 것이다.
이와 같이 납세자에 대한 지나친 부담금 발생은 정보신용사회의 발전에 따라 예상하지 못한 불가피한 것이다. 그러나 특정 업종의 경우 그 부담금이 재산권을 위협하는 상황까지 이르고 있는 바 향후 이에 대한 부담주체는 누가되어야 하는가에 대한 논의가 학계와 실무계는 물론 국민을 대표하는 의회 차원에서 심도 있게 다루어져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