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역화로 중소 도매업체 생존 보장할 필요 있어" 주제발표
토론에선 "수도권 견제 아니라 지방 살기 위한 고육지책"
"권역화 가능한지, 타당한지부터 먼저 논의해야" 지적도
‘지방 주류유통업 활성화를 위한 규제 합리화 및 정책개선 토론회’가 28일 국회의원회관 제1간담회실에서 개최됐다.
이날 토론회는 현행 종합주류도매업의 ‘면허는 지역별로, 판매는 전국적으로’ 방식이 과연 적절한 것인지, 아니면 개선이 필요한지 공론화하는 자리로, 서일준 의원이 주최하고 한국지속경영연구원이 주관했다.
토론회에서는 최무현 상지대 교수가 ‘지방 주류업 규제의 문제점과 개선방향’, 성연훈 KI컨설팅 이사가 ‘지방 주류업 규제도입의 규제효과 분석’에 대해 각각 주제발표하고, 진재구 대구지방종합주류도매업협회장, 양춘석 전남지방종합주류도매업협회장, 조춘한 경기과학기술대 교수, 신영호 법무법인 화우 고문, 조국형 강원대 교수가 지정토론에 참여했다.
주제발표에서 최무현 교수는 ‘주류 판매구역 권역화’ 설문조사 결과(일반국민 400명, 관계자 307명, 응답자 707명)를 발표했다.
중소도시·농어촌지역 등의 도매사업자와 직원 등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는 현행 TO제 면허제도에 대해 높은 만족도를 보이면서도, ‘면허는 지역별, 판매는 전국’ 방식에 대해서는 응답자의 77.85%가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반면 일반국민은 긍정평가 51.0%, 부정평가 17.66%로 “유통 접근성과 편의성을 중시하는 상반된 입장을 보였다”고 최 교수는 분석했다.
최 교수는 이같은 설문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권역별 판매구역 제한(권역화) 등 지역 기반 유통구조를 재도입해 중소 도매업체의 시장 진입과 생존을 보장해야 하고, 대형업체의 과도한 점유 확대를 방지할 수 있도록 지역별 유통질서와 제도적 기반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주류 판매구역 권역화는 수도권 대형 도매업체가 지방 시장으로 진출하거나, 지방 도매업체가 다른 광역시도 시장으로 진출하는 영업방식을 지양하고, 수도권-충청권-영남권-호남권-강원권-제주권역의 틀 안에서 영업을 하자는 것이다.
최 교수는 주류 판매구역 권역화를 위해선 “세제, 금융, 행정 등 다차원적 지원 정책을 확대해 중소 도매업체의 경영 환경을 개선할 필요가 있으며, 공정거래 환경 구축과 실질적 감시체계 강화, 불리한 구조적 요인 해소를 위한 제도개선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아울러 “지역 실정에 맞는 단계적 통합물류 체계를 도입하고, ICT 기반 스마트 물류시스템을 확산시켜 유통 효율성과 비용 절감을 도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다만, 최 교수는 “소비자들은 권역화 도입에 따른 선택권 저해와 가격 인상 등 편익에 미치는 영향을 가장 우려했으며, 종합주류도매업계 관계자들은 대형업체 반발과 지역간 형평성 문제 등 정책집행 과정의 구조적 문제에 대해 크게 우려했다”며 “정책설계시 각 집단의 우려를 선제적으로 해소할 맞춤형 대응 방안을 반드시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성연훈 이사는 권역별 주류판매 제한규제의 편익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성 이사는 “권역별 주류판매 제한규제를 통해 규제영향분석의 분석기간인 10년간 현가 기준 총 2천488억원의 사회적 편익이 발생하는 것으로 도출됐다”고 밝혔다. 편익 항목별로 지역 인구소멸 대응을 위한 사회적 비용 절감 편익이 1천647억원으로 높게 도출됐으며, 탄소배출 절감 편익이 6천억원으로 조사됐다.
이어진 지정 토론에서 진재구 대구지방종합주류도매업협회장은 “주류판매 권역화를 수도권과 지방권의 이해충돌로 오해할 소지가 있는데 절대 그런 것은 아니다”며 “경북 의성 인구가 1992년 20여만명에서 현재 4만8천여명으로 감소했는데 도매장은 여전히 5개다. 지방 시군은 인구 급감과 고령화로 주류 매출 자체가 사라지는 실정이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권역화는 수도권을 견제하려는 것이 아니라 지방이 살기 위한 고육지책”이라며 “4~5년 뒤를 바라봐야 한다. 지금 준비하지 않으면 지방은 거의 살아남지 못한다”고 말했다.
양춘석 전남지방종합주류도매업협회장은 “권역화는 단순한 규제 강화가 아니라 공정한 경쟁을 회복하자는 것”이라며 “권역화 도입을 위해선 소비권역 등 합리적 권역 설정, 지역간 공동물류체계 구축, 지방정부의 참여방안 등이 필요하다”고 시행 대안을 제시했다.
이어 조춘한 경기과학기술대 교수는 “사실상 2개 제조업체가 주류시장을 점령한 상태에서 권역화를 하지 않으면 2~3년 내에 지방을, 전국을 하나의 체인으로 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신영호 법무법인 화우 고문은 권역화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취했다. “권역화로 가야 한다는 전제하에 연구가 이뤄졌는데, 권역화가 과연 가능한가? 타당한가? 먼저 논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마지막으로 조국형 강원대 교수는 “권역화 문제는 시장 질서의 공정성 회복, 지역 균형발전, 공정거래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며 규제를 강화해서라도 지방을 좀더 보호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주제발표와 지정토론이 끝난 후 패널토론에서 경남의 한 도매사업자는 “인구 3만2천여명 함양에 도매사업자가 3개인데 면허를 반납하고 폐업을 고려 중이다”며 “3개사가 살아남을 수 없어 통폐합 할 수 있으면 좋은데 그마저도 공정거래법에 저촉돼 현실성이 없다”며 암울한 현실을 전했다.
이어 전남의 한 도매사업자는 “많은 상점이 체인화돼 서울에서 내려오고 있다. 권역화는 반드시 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고길성 충남‧세종지방종합주류도매업협회장은 “예를 들어 세종시 택시는 대전에서 영업을 하지 못하도록 규제한다”며 “건강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술은 더 규제가 필요한데 전국적으로 유통되도록 한다”고 지적했다.
토론 말미 곽일곤 경남지방종합주류도매업협회장은 “주무관청인 국세청을 비롯해 공정위, 국무조정실에서 종합주류도매업계의 애로사항을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2022년 기준 종합주류도매업자는 1천109개로 경기가 205개로 가장 많다. 서울 148개, 경남 112개, 전남 108개, 경북 99개, 전북 65개, 부산 63개, 강원 58개, 충남 54개, 충북 40개, 인천 36개, 대구 33개, 대전 24개, 제주 23개, 광주 22개, 울산 14개, 세종 5개다.
한편, 이날 국회 토론회와 관련해 경남·충남·전남지방종합주류도매업협회 등 비수도권 협회는 지난해 11월 한국행정학회에 권역화 등 지방 주류산업 활성화와 관련한 연구용역을 의뢰한 바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