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최근 정부부처의 새해 업무계획 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공직자론(論)'을 거듭 설파하고 있다.
지난 18일 기획재정부 등의 업무보고에서 "공직자들이 위기극복의 선봉에 서야 한다"고 촉구한 데 이어 22일 국토해양부 등의 업무보고에서도 "공직자는 위기를 극복하고 새시대를 준비하기 위한 국가관을 확실히 해야 한다"면서 공직자들의 역할을 재차 주문하고 나선 것.
일견 경제난국 극복을 위한 공직자들의 책임있는 자세를 강조한 원론적 언급으로 여겨지나 최근 정부부처 1급 간부들의 집단 사퇴로 촉발된 '여권 전면 개편설'과 무관치 않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업무보고에 앞서 인사말을 통해 공직사회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짚으면서 '변화와 개혁'을 주문했다.
지난 3월 취임후 기재부 업무보고에서 "이런 정신으로 세계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겠느냐"며 공직사회에 준열한 경고메시지를 보낸 데 비해서는 '부드러운' 표현이었으나 비판의 강도는 결코 낮지 않았다.
이 대통령은 내년도 예산 조기집행 방침에 언급, "제가 걱정되는 것은 서둘러서 예산을 집행함으로서 오는 낭비나 비효율성이 있게 될까 하는 것"이라면서 "부처끼리 경쟁을 하다보면 예산은 더 없이 낭비되고 효과는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또 "오랫동안 우리 전통이 부처와 부처간 협력이 부족하다"면서 "이 점을 각 부처에서는 명확하게 해달라"고도 했다.
경제난국 극복을 위해 모든 부처가 일사불란하게 움직여야 할 시점에서 기존의 경직된 공직사회 관행이 오히려 예산 조기집행의 부작용을 키울 수 있다는 우려를 표시한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이 대통령은 "우리가 앞으로 나아가는 이 대열에 여기저기에서 그 대열의 속도에 따라가지 못하는 사람이 끼어있으면 그 대열 전체가 속도를 낼 수 없다"면서 "우리 공직자는 위기를 극복하고 다가올 새시대를 준비하기 위한 국가관을 확실히 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정권이 교체된 지 1년 가까이 됐음에도 불구하고 공직사회 일각에서 새 정부의 국정철학을 거부하면서 국정운영 과정에서 끊임없이 '불협화음'이 나고 있는 데 대한 불만을 우회적으로 표시한 것으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나아가 일부 부처의 경우 여전히 극단적인 '진보.좌파 성향'의 공직자들이 자리잡고 있다는 여권의 시각과도 무관치 않아 보인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최근 정부부처 1급 간부 집단사퇴에 따른 고위공직자 '물갈이'를 포함해 내년초로 예상되고 있는 청와대 및 내각 개편을 염두에 둔 발언이 아니냐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아울러 이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정부 산하기관에 대해서도 "산하기관도 정말 앞으로는 과거와 달리 새로운 체제로 출발할 각오를 해야 한다"면서 '변화와 개혁'에 동참할 것을 당부, 여권 개편의 바람이 공공부문 전반으로 확대될 수 있음을 내비쳤다.
여권 관계자는 "이 대통령의 발언은 위기극복을 위한 공직자들의 적극적인 자세를 강조한 것"이라면서 "그러나 집권 2년차인 내년부터 새 출발을 위해 진용을 새로 짜야 한다는 게 여권의 요구사항이기 때문에 이 대통령도 이를 염두에 두고 공직사회의 방향을 제시한 것일 수 있다"고 말했다.(연합뉴스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