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방의원 의정비를 통제하려는 것에 반발해 강원지역 기초의회가 의정비 관련 조례 개정을 유보한 데 이어 서울시의회도 조례 개정안을 부결시켜 정부와 지방의회가 충돌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들 지방의회는 의정비가 삭감된 데 대한 반발이 아니라 제도가 모순됐음을 지적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조직 이기주의에 빠진 게 아니냐는 비난여론에 직면할 가능성이 크다.
◇ "지급 기준안 불합리"..조례 개정 유보.부결 = 서울시의회는 19일 정례회 본회의를 열어 내년도 의정비를 10.3%(704만원) 깎는 내용의 '의정활동비 지급 조례 개정안'을 상정해 표결 끝에 부결시켰다.
이날 표결에는 전체 시의원 105명 중 76명이 참석한 가운데 37명이 찬성했지만 의결 정족수인 과반(39표)에 못미쳤다. 반대는 27표, 기권은 12표로 집계됐다.
한 시의원은 "자치단체의 조례 개정안은 지방의회가 자율적으로 결정해야 함에도, 행안부가 의정비 기준안을 제시하고 자치단체장이 구성하는 의정비심의위원회가 이 기준에 따라 의정비를 책정해 의회에 통보하는 것은 지방자치 정신에 맞지 않다"고 주장했다.
강원도 시.군의회 의장협의회도 이에 앞선 지난 15일 기자회견을 열어 "의정비심의위원회의 2009년도 의정비 결정을 원칙적으로 존중하며 이를 수용한다"고 전제한 뒤 "그러나 풀뿌리 민주주의의 정착과 지방자치 발전을 위해 관련 조례 개정을 유보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의장협의회는 "의원이 선출직 공무원임에도 보수규정에 의하지 않고 자치단체별로 의정비를 정하도록 한 것은 헌법소원의 소지까지 내포한 불합리한 제도"라며 "의원 보수를 지방공무원 보수규정으로 정하거나 종전과 같이 무보수 명예직으로 전환하는 등 개선책을 마련할 것"을 요구했다.
이에 따라 아직 본회의에 개정안을 올리지 않은 다른 지방의회 중에서도 이들 지방의회처럼 의정비 인하 조례 개정안을 유보 또는 부결시키는 사례가 잇따를 가능성도 있는 상태다.
◇ "경제 어려운데"..비난여론 일 듯 = 각 지자체 의정비심의위원회는 최근 내년도 지방의원의 의정비를 결정했을 당시 "경제는 어려운데 인하 시늉만 했다"는 비난을 받은 바 있다.
실제 행안부가 전국 246개 지자체의 의정비심의위가 결정한 '2009년도 지방의원 의정비'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내년에 지방의원이 의정활동비(광역 1천800만원.기초 1천320만원 정액 지급) 외에 받는 월정수당 책정액은 평균 2천206만원으로 올해 평균액(2천484만원)보다 11.2% 인하됐다.
그러나 이는 행안부가 지자체별 인구 수 등을 감안해 각 지자체에 제시한 월정수당 기준액보다 여전히 10% 정도 많은 것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이들 지방의회가 개정안마저 유보 또는 부결시킴에 따라 비난 여론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함께 행안부도 의정비 관련 조례 개정안을 유보 또는 부결시킨 지방의회에 강력히 대응한다는 입장이다.
행안부 관계자는 "지난 10월 시행된 지방자치법 시행령에 11월30일까지 의정비를 결정하고 조례 개정을 통해 2009년 1월1일부터 적용한다고 규정돼 있다"며 "의정비 관련 조례를 개정하기 전까지는 해당 지자체가 지방의원들의 의정비를 지급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특히 이들 지자체가 조례 개정 전에 심의회에서 산정된 금액대로 의정비를 집행하는 문제와 관련, "시행령은 강제 규정이기 때문에 조례 개정 전에 지급하는 것은 위법"이라고 못박았다.
이 때문에 서울시와 시의회가 관련 조례가 개정되기 전에 의정비 예산을 우선 집행하게 되면 위법 논란도 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연합뉴스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