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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하기 2025.06.26. (목)

내국세

[稅政詩壇]-모자草- 이영식(노원서)

모자草

 

 

 

네 살배기 조카에게 모자를 사주었다
시장 좌판에서 챙 넓은 모자를 골라주었더니
녀석이 고개를 갸웃거린다
모자와 나, 번갈아 눈치를 살피다가
모자를 땅바닥에 뒤집어놓고는
둥근 허방 속에 맨발을 덥석 집어넣는다
(모자에게 초대받아 본 적 없는 발)
신발을 신는 듯 모자 속에 두 발을 모으고는
여치처럼 폴짝폴짝 뛰어도 보는 것이다
금은보화로 받들어 높이던 왕관
별을 달고 싶어 안달이 났던 모자, 모자들
그래, 머리에만 모시는 것이 아니었구나
모자는 먼 여행을 하고 있는 것
아이의 저 낮은 눈에는 뜀틀이 되고
둥둥 떠가는 배도 되는 것이로구나
요리조리 모자를 굴리며 놀고 있는 아이
어깨 위에 새하얀 나비 한 마리가 내려앉는다
화분 속에 발을 심어놓은 아이는  
어느새 꽃이 되어 나를 보고 활짝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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