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막을 꿈꾸는 자
땡볕은 그만 주저앉으란 듯이 내려쬐는데
태양의 고함소리 같은 차 소리에 먹먹한 채
딱딱할 대로 딱딱해진 길 같지 않은 길을 간다
가야할 방향을 제시하지 못하고
마음에 품은 이상 하나 만나지 못하는 길은
길이 아닌데
사람들이 오고가는 땅이기에 그저 가고 또 간다
콘크리트길을 터벅터벅 가는 이 시간
발자국 없는 사막이 그리워지는 것은
아스라한 모래언덕을 넘고 또 넘어가면
신비로운 세상이 펼쳐질지 모른다는 환상 때문이다
오아시스처럼 잔잔한 눈빛의 사막 여인이 나를 위해
영혼의 물병을 들고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상상 때문이다
지끌지끌한 모래를 연신 내뱉으며 가는 발길이
모래성 같은 꿈으로 끝날지라도
삶의 마지막 순간까지 소망 하나 간직할 수 있다면
헛된 길은 아닐진대
내가 가는 이 길은 어디로 이어지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