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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하기 2025.06.25.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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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 대통령 "청와대는 큰 그림 그려야" 수석들 질책

이명박 대통령이 최근 청와대 핵심 참모들을 엄하게 질책하면서 몸을 던져 국정에 임해줄 것을 촉구한 것으로 28일 알려졌다.

   전대미문의 경제난국 타개를 위해 국정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해야 할 청와대 참모들이 무사안일한 모습을 보이면서 공직사회 전체의 기강이 흐트러지고 있다는 인식에 따른 꾸중인 셈이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이날 연합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이 대통령이 지난 26일 수석비서관 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비교적 강한 어조로 수석들을 꾸짖은 것으로 안다"면서 "무려 4시간 가까이 진행된 이날 회의는 수석들이 대꾸를 못할 정도로 내내 분위기가 무거웠다"고 전했다.

   이날 회의에서 이 대통령은 순방중 국내외 현안을 보고받은 뒤 작심한 듯 "매일 같은 보고만 되풀이해서 뭐가 달라지겠느냐"는 취지로 수석들에게 '쓴소리'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성환 외교안보수석에 대해서는 "주로 외교쪽에 집중하는 것 같은데 안보 분야도 꼼꼼하게 챙겨야 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으며, 박병원 경제수석에게는 "정부의 잇단 대책에도 불구하고 시장은 반응하지 않는데 뭔가 잘못 파악하고 있거나 노력이 미흡한 게 아니냐"고 다그쳤다는 후문이다.

   또 다른 수석들에게도 "회의할 때마다 같은 내용으로 현안보고를 하는데 실제로 결과가 보이지 않는다", "과연 청와대 직원들이 몸을 던져서 일할 자세가 돼 있는 지 반성해야 한다"고 지적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 이 대통령은 최근 정부정책에 대한 부정적 언론보도에 언급, 이동관 대변인과 박형준 홍보기획관 등에게도 책임을 묻는 등 대부분의 수석을 일일이 거명하며 쓴소리를 쏟아낸 것으로 전해졌다.

   이 대통령은 또 이날 오전 확대비서관 회의에서도 "지금은 세계사적인 변화를 겪는 시기지만 우리에게 이런 위기가 큰 기회가 될 수 있다"면서 "청와대가 개별부처의 업무를 취합하는 수준에 그치지 말고 창조적이고 미래지향적으로 큰 그림을 그려야 한다"고 지적했다고 이동관 대변인은 전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은 "일에 골몰하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는 치열함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한 핵심 참모는 "국가적 위기상황을 맞아 청와대가 통상적인 업무만 해선 안되고 일신우일신(日新又日新)의 자세로 선제적으로 움직여야 한다는 지적이었다"면서 "이 대통령이 화를 내거나 질책한 것은 아니었지만 참모들은 모두 무겁게 받아들이는 분위기였다"고 전했다.

   아울러 이 대통령은 최근 부처 장.차관을 비롯한 고위 공직자들에 대해서도 제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며 '경고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이 G20 금융정상회의 및 APEC(아태경제협력체) 정상회의 참석차 미국과 남미를 순방한 기간에 해외출장으로 자리를 비운 고위 공직자들을 겨냥한 문책성 발언을 했다는 소문도 나돌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 여권 내부에서는 내년초 개각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는 가운데 이 대통령이 청와대와 정부 고위 인사들에게 '마지막 기회'를 주겠다는 메시지를 우회적으로 전한 게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집권 2년차를 앞두고 청와대부터 자리를 잡고 능동적으로 움직여야 하는데 제대로 일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이 대통령의 지적을 아프게 받아들이고 있다"면서 "그러나 이같은 지적이 청와대 개편이나 개각을 염두에 두고 한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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