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24일(현지시간) 차기 행정부의 재무장관으로 티모시 가이스너 뉴욕연방중비은행 총재를, 대통령 직속 국가경제위원장에는 로런스 서머스 전 재무장관 등을 내정하는 등 경제팀 구성안을 발표하자 월가는 일단 환영하는 분위기다.
뉴욕 증시는 가이스너의 재무장관 내정설이 알려진 지난 21일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가 494포인트(6.5%)나 폭등한데 이어 경제팀 인선이 발표된 이날도 정부의 씨티그룹 구제책과 맞물려 다우지수가 397포인트(4.9%)나 오르며 이틀째 폭등세를 이어가며 차기 행정부 경제팀에 신뢰를 보이는 모습을 보였다.
미 경제전문방송 CNBC는 증시는 정부의 씨티그룹 구제책과 오바마 당선인의 경기부양 계획 및 경제팀 구성을 환영했다고 이날 전했다.
증시의 이런 모습은 헨리 폴슨 재무장관,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과 함께 금융위기 해결의 전면에 나섰던 가이스너 총재가 누구보다도 금융위기 대응에 적임자라는 시장의 신뢰를 받고 있는데다 클린턴 행정부 당시 재무장관으로 미 역사상 최장기 성장국면을 이끈 서머스 전 장관 등 경제팀에 거는 기대가 큼을 반영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가이스너의 재무장관 내정 소식이 알려졌던 21일 도쿄미쓰비시은행의 크리스 러프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금융시장을 아수라장에서 끌어 낼 수 있는 환상적인 선택"이라고 평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오바마의 경제팀이 구성됐다고 해도 현 조지 부시 행정부의 임기가 2개월 가까이 남아있는 상황에서 경제 위기 대응이 정권이양에 따른 공백기에 놓여있는 점이 월가에는 불확실성으로 자리잡고 있다.
CNBC는 이날 오바마가 경제팀 인선과 신속한 위기 대응 방침을 밝힌 기자회견을 지켜본 월가가 앞으로 무엇을 기대할 수 있을지, 정권이양이 얼마나 순조롭게 이뤄질지를 가늠하면서 신뢰와 우려가 혼재되는 모습을 보였다고 소개했다.
월가에서는 차기 정부의 경제정책을 누가 이끌지가 확실해졌다는 점은 환영하고 있지만 정권 이양기에 추가 경기부양책 등이 언제 시행에 들어갈 수 있을지 등은 여전히 불확실하다는 점에서 우려가 나오고 있다.
오바마는 이날 "경제위기 해결에 1분도 허비할 시간이 없다"며 "월가와 실물경제의 회복 방안 마련을 즉각 시작하도록 경제팀에 요청했고 오늘부터 그 작업이 시작된다"고 말해 위기에 신속한 대응을 할 것임을 강조했다.
또 부시 대통령도 오바마 당선인의 경제팀과 금융위기 극복을 위해 계속 공조하고 있다면서 씨티그룹 구제방안도 오바마와 논의했다고 밝히는 등 오바마측과 공조해 순조로운 정권이양이 이뤄지도록 할 것임을 설명했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오바마가 이날 신속한 위기 대응에 나서겠다고는 했지만 구체적인 내용이 없어 언제 대응책이 시행될지 알 수 없는 불안감이 나오고 있고, 이념적으로 크게 다른 부시 행정부와 어떻게 조화롭게 공백기에 위기를 헤처나갈지에 의구심도 제기되고 있다.
올해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 프린스턴대 교수는 최근 칼럼에서 "물러나는 행정부는 신뢰성이 없고 차기 행정부는 권한이 없는 상황에서 양 진영의 이념적 차이는 공조된 행동을 기대하기 어려울 정도로 컸던 1932년 대공황때의 정권이양기의 모습과 같은 현상이 지금 벌어지고 있다"고 우려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시장에서는 추가 경기부양책 등 위기 대응책이 오바마가 취임하는 내년 1월20일 이전에 시행에 들어가는 등 정권이양기의 공백이 없도록 하는데 현 정부와 차기 정부가 주력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그렇지 않을 경우 정부의 씨티그룹 구제나 오바마의 경제팀 구성 및 위기 대응책 마련 발표의 약발이 일회성에 그치고 다시 혼란이 올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캐나코드애덤스의 데이브 로벨리 이사는 CNBC에 "정권이양이 순조로울 것으로 생각은 하지만 정말 지켜봐야 할 것은 경기부양책이 실행에 옮겨질 수 있는지 여부"라면서 경제가 암울한 상황에서 오바마가 취임할 때까지 기다려야할 필요가 없다고 빠른 대응의 필요성을 강조했다.(연합뉴스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