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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하기 2025.06.26.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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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인연 깊은 미 재무장관 내정자 가이스너

미국의 티모시 가이스너 뉴욕 연방준비은행(FRB) 총재가 오바마 정부에서 경제위기를 헤쳐나갈 최고책임자인 재무장관에 임명될 것으로 알려지면서 국내에서도 그의 이력과 성향, 향후 정책방향 등을 분석하고 예상하느라 분주해졌다.

 

과거에 비해 훨씬 막중한 임무를 수행할 자리에 젊은 전문 경제관료가 임명될 것으로 전해지자 미국 월가가 환호하고 증시가 급반등하는 등 가이스너 랠리가 나타났다.

 

하지만 경제위기의 해법이 그리 쉽지 않은 일인데다 이번 위기는 이미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로 번지고 있어 향후 그의 행보가 주목된다.

 

가이스너는 지난 1997년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외환위기와 멕시코 경제난 때 직접 한국을 찾아와 구제금융안에 사인을 받아간 인물로 우리나라 경제상황에 정통해 그의 성향과 정책방향이 더욱 관심을 끌고 있다.

 

◇ 환란 당시 '저승사자'..한국과 오랜 인연
가이스너 총재는 1997년 외환위기를 전후해 우리나라의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및 구조조정 프로그램에 연관된 '저승사자' 역할을 하면서 일찍이 국내에 알려졌다.

 

그는 태국을 시작으로 아시아 전역의 금융위기가 발생하기 시작했던 1998년 여름 재무부 부차관보 자격으로 서울을 찾아 당시 재정경제원 차관이던 강만수 현 기획재정부 장관과 만났다.

 

이때 우리나라가 경제협력 개발기구(OECD) 가입 때 제출했던 개방계획을 세계무역기구(WTO) 금융협상 양허안으로 제출할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강만수 장관은 그의 저서 '현장에서 본 한국경제 30년'에서 당시를 이렇게 회고했다.

 

"새로 부임한 청와대 김영섭 경제수석이 대통령께서 채근하니 IMF와 합의한 대로 자금요청을 빨리 발표하라는 전화를 걸어왔다. 임창렬 당시 경제부총리는 한 번 더 생각해보자고 했다. 오후에 피셔 IMF 수석부총재와 함께 가이스너 부차관보가 한국을 찾아왔다".

 

한참 외환위기로 긴박하던 시기에 자금줄을 쥐고 있는 IMF를 좌지우지하는 미국의 경제관료가 긴급한 지원 문제를 협의하기 위해 급히 날아온 것이다.

 

그는 특히 환란 직전 미국의 '구원'을 기다리던 우리나라에 "IMF 외에는 길이 없다"는 입장을 전달하기도 했다.

 

우리나라의 외환 보유액이 바닥을 향해 치달으면서 환율이 급등하던 1997년 11월20일 마닐라에 체류하던 그는 당시 임 부총리에게 IMF 지원금융 신청을 촉구했다.

 

또 중앙은행간 차입을 선호하던 한국은행에도 "미국은 쌍무적 지원을 하지 않으며 지원은 IMF를 통할 것"이라는 의사를 전달하기도 했다.

 

임 당시 부총리는 뒤에 "피셔 IMF 부총재, 가이스너 미 차관보 등과 접촉한 결과 이들이 'IMF 구제금융을 받지 않으면 도움을 줄 수 없다'고 말해 IMF 구제금융 신청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확인했다"고 증언했다.

 

임 전 부총리는 이날 밤 청와대 경제수석, 한은 총재와 만나 IMF 구제금융 신청을 해야 한다는 입장을 정리했다.

 

가이스너는 이로부터 11년 만에 한미 통화 스와프 체결을 이끌어 내는 데 중요한 역할을 맡았다. 강만수 장관이 지난달 윌리엄 로즈 씨티그룹 부회장을 만나 통화 스와프를 부탁하자 로즈 부회장이 가이스너 총재에 이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 이념보다는 실용 중시 
가이스너는 이전의 미국 재무장관들이 월가나 대기업 출신이었던데 반해 전문 경제관료 출신이다. 그럼에도 월가에서 그의 지명을 반기는 이유는 그가 이념에 사로잡혀 계층 간 갈등을 조장하기보다는 중용과 실용을 중시하기 때문이다.

 

그는 또 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과감하고 결단력 있는 일 처리를 보여 능력을 인정받았다. JP모건의 베어스턴스 인수와 AIG의 구제금융을 주도하는가 하면 리먼 브러더스의 파산과 메릴린치의 매각을 강하게 압박, 성사시켰다.

 

이 과정에서 월가에 강력한 구조조정을 주문, 과거 우리 정부가 보였던 관치금융도 마다하지 않았다.

 

최근까지 미국에서 안식년을 보내고 돌아온 배상근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가이스너는 시장의 흐름을 가장 잘 아는 사람으로 버냉키보다도 더 시장을 잘 이해하는 사람이라는 평가가 많다"고 전했다.

 

배 연구위원은 "가이스너는 연준에서 가장 큰 파워로, 모든 금융의 중심인 뉴욕연방은행의 총재"라면서 "베어스턴스 처리나 리먼 브러더스 도산에 대한 평가가 아직 엇갈리지만 시장에서는 보다 적극적인 시장안정 대책을 내놓을 수 있는 사람으로 평가한다"고 말했다.

 

그는 "폴슨 현 재무장관과 버냉키 FRB 의장이 스타일이 다른데 가이스너는 버냉키처럼 시장에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한다는 입장이고 그래서 지금 상황에선 가이스너가 된 것이 버냉키와 궁합을 맞출 것이라고 보는 견해가 많다"고 말했다.

 

현재의 폴슨이 시장을 더 강조하면서 적극적인 정부 역할보다는 시장의 자연스러운 해결을 강조하지만 가이스너가 정책을 맡으면 과감한 구조조정과 일사불란한 개입정책으로 시장 안정을 더 빨리 가져올 수 있다는 기대가 높다.(연합뉴스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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