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검찰청 중앙수사부(박용석 검사장)가 수사 중인 `세종증권 매각비리'와 관련해 노무현 전 대통령의 후원자로 알려진 태광실업 박연차(62) 회장이 세종증권 주식거래를 통해 100억원 이상 시세차익을 남긴 것으로 23일 확인됐다.
세종증권(현 NH증권)은 2006년 1월 농협에 매각되는 과정에서 주가가 10배 이상 뛰어올라 회사측이 거액의 비자금을 조성, 정ㆍ관계에 로비했다는 의혹과 함께 박 회장 등 참여정부 실세들이 내부정보를 이용해 차익을 얻었다는 의혹이 제기돼 왔었다.
중수부는 세종증권의 대주주였던 세종캐피탈의 김형진 회장이 H사의 주가를 조작했다는 첩보를 입수, 김 회장과 홍 모 사장을 체포해 조사를 벌이던 중 세종증권 매각비리에 대한 단서를 포착해 수사를 전방위로 확대하고 있다.
검찰은 홍씨가 정대근 당시 농협회장에게 "세종증권을 인수해 달라"는 청탁과 함께 50억원을 건넨 혐의를 밝혀내 구속했으며 노무현 전 대통령의 측근인 정화삼(62) 전 제피로스 골프장 사장 또한 홍씨로부터 금품을 받은 혐의로 체포해 조사 중이다.
이런 가운데 중수부는 국세청으로부터 박연차 회장에 대한 세무조사 결과를 최근 넘겨받았으며 박 회장이 세종증권 주식을 차명으로 사고팔아 시세차익을 남기고, 비자금 조성 등 다른 범죄를 저지른 정황이 포함돼 있어 이 부분에 대한 수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 박 회장은 연합뉴스와 전화인터뷰를 통해 차명거래 사실을 시인했다.
박 회장은 "부하직원들이 세종증권 주식을 사겠다고 결재를 올렸을 뿐,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것은 아니다. 다만 차명거래를 통해 세금을 탈루한 것은 맞기 때문에 그 부분은 내가 책임지겠다"라고 밝혔다.
그는 "할 말이 없다.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켜서 죄송하다"며 "검찰에 나가 모든 것을 다 얘기하겠다"라고 말했다.
박 회장은 당시 농협이 SK증권과 세종증권 가운데 1곳을 인수할 것이라는 소문이 돌던 상황이어서 세종증권 주식 매입을 선택했으며 차명으로 거래된 사실은 뒤늦게 알았다고 주장했다.
박 회장은 100억원 어치의 세종증권 주식을 샀는데 이 중 30% 정도를 차명으로 매입했으며 전체 시세 차익은 100억원이 넘는 것으로 전해졌다.
박 회장에 대해 제기돼 왔던 의혹이 일부 사실로 확인됨에 따라 중수부의 수사가 속도를 내는 것은 물론 농협이 자회사였던 휴켐스를 박 회장에게 헐값에 넘긴 의혹에 대한 서울중앙지검의 수사도 새 국면에 접어들 전망이다.(연합뉴스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