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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내 액체류 반입금지 실효성 없어"

비행기내에 액체류의 반입을 금지하는 규정이 실효성은 없고 면세점의 배만 불려 준다는 비판이 제기되면서 이를 폐지하자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고 독일 시사주간 슈피겔이 18일 보도했다.

 

슈피겔은 유럽연합(EU)이 2006년 이 규정을 도입한 이후 공항 보안검색대에서는 치약, 향수, 로션, 심지어 생수까지 압수당한 승객들의 항의와 소란이 잇따르고 있으나 성과가 있었는지는 의문시된다면서 이에 따라 일부 유럽의회 의원들이 이 규정의 폐지를 추진하고 있다고 전했다.

 

독일의 보안당국은 액체류 반입금지 규정을 통해 어떤 성과가 있었는지 알려달라는 유럽의회의 요청을 거부하고 있으나 유럽의회의 자체 조사에 따르면 지금까지 액체폭발물을 기내로 반입하려고 시도한 승객은 단 한명도 없었다.

 

또 영국 경찰이 2006년 액체폭탄을 이용해 여객기를 폭파하려 했다는 혐의로 20명의 이슬람인들을 체포한 것을 계기로 이 규정이 도입됐으나 재판 과정에서 이들이 실제로 이 계획을 실행에 옮기려 했는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이와 관련, 유럽의회 교통관광위원회의 게오르그 야르쳄보브스키(독일 기민당) 의원은 "할머니들의 치약을 검사해봐야 무슨 보안상 효과가 있겠는가"라면서 "어처구니없는 행태"라고 비판했다.

 

쾰른-본 공항에서 값비싼 레드와인을 보안 수거함에 넣었던 경험이 있는 울리히 슈톡만 의원(독일 사민당)도 야르쳄보브스키 의원과 함께 이 규정의 폐지를 추진하고 있다.

 

슈톡만 의원은 "아주 우스꽝스러운 규정"이라면서 하지만 이제는 "보안 관료주의가 자체의 생명력을 갖게 되면서 없애기도 어렵게 됐다"고 말했다.

 

슈피겔은 탑승객 및 수화물 검사규정에 관한 핸드북이 180쪽 분량으로 여기에 담긴 규정들을 꼼꼼하게 적용하다보면 유럽의 모든 공항들이 마비될 지경이고 X-레이 투시기로는 생수와 니트로글리세린을 구별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서 이에 따라 EU 집행위원회가 특수 농도 측정장치를 이용해 위험 수준의 액체를 찾아낼 수 있는 새로운 첨단기기의 도입을 검토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특히 안토니오 타자니 EU 교통담당 집행위원은 2010년까지 모든 액체류 검사의 폐지를 원하고 있다.

 

그러나 독일 내무부는 새 기기의 도입전까지는 현재의 규정을 포기할 뜻이 전혀 없다면서 "승객들이 적응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독일민간공항협회(ADV)의 보고서에 따르면 독일 공항에서만 매일 6-7t의 액체류가 수거돼 연간 1억-1억5천만 유로 상당의 물품이 쓰레기장으로 직행하고 있다.

 

ADV 대변인은 "액체류 반입 규정이 도입된 지 2년이 됐지만 수거되는 양이 줄어들기는커녕 오히려 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검색대 바로 건너편에 있는 면세점은 호황을 누리고 있다. 로션, 치약, 샴푸 등을 빼앗긴 승객들은 몇 걸음 떨어진 면세점으로 가 조금전 빼앗긴 것과 똑같은 '액체류'를 살 수 있다.

 

독일 면세점업계의 선두주자인 하이네만은 연간 매출이 17억 유로로 지난 2년간 15%나 늘어났나고 밝혔다.

 

액체류 반입규정 도입 당시 '면세점업계가 영국 이슬람인들을 매수했다'는 공항 관계자들의 농담이 농담으로만 들리지 않게 된 셈이다.(연합뉴스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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