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수품을 감정한 사람을 형사처벌한 뒤 추징까지 할 수 있도록 규정한 관세법 조항에 대해 위헌 결정이 나왔다.
헌법재판소 전원재판부는 정모씨와 오모씨가 "관세법상 밀수품 감정인에 대한 추징 조항이 헌법에 위배된다"며 제기한 헌법소원에서 위헌 결정을 했다고 14일 밝혔다.
감정원을 운영하는 이들은 미신고 수입품을 감정했다는 이유로 집행유예와 함께 해당 물품의 국내 도매가격에 상당하는 추징을 선고받았다.
이들은 미신고 수입품을 감정한 자를 형사처벌하고 몰수ㆍ추징을 할 수 있도록 한 관세법 규정이 위헌이라며 위헌제청신청을 했으나 법원이 기각하자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관세법은 밀수품을 감정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과 물품 원가 이하의 벌금을 물리도록 하고 있고 대상 물품을 몰수할 수 없을 때에는 국내 도매가격에 상당하는 금액을 추징하도록 하고 있다.
헌재는 추징 부분에 대해 "밀수품을 감정한 자에 대한 징벌적인 입법조치로, 형벌을 통해 얼마든지 그 목적을 달성할 수 있어 기본권 제한은 최소한의 한도에 그쳐야 한다는 헌법에 위배된다"며 위헌 결정을 했다.
재판부는 또 "밀수품 감정은 미신고 수입물품의 취득과 무관하고 유통에 직접 관여하는 행위가 아니라 이를 원활하게 하는 행위에 불과하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형사처벌과 몰수 규정에 대해서는 "밀수품 감정 행위가 그 가치를 결정해주고 유통을 원활하게 해준다는 측면에서 형사처벌은 적절하며 밀수품 수입 뿐 아니라 유통 또한 억제할 필요가 있어 범인이 소유 또는 점유하고 있는 밀수품을 몰수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강국ㆍ이공현 재판관은 "관세법상 추징은 징벌적 목적을 달성하려는 것이므로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반대 의견을 냈고 조대현 재판관은 형사처벌과 몰수ㆍ추징 전부에 대해 위헌 판단을 했다.(연합뉴스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