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난달 법인세법개정안에 내놓은 ‘이월결손금 공제기간 10년 연장’의 적용시기를 2004 사업연도부터 적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같은 주장은 경제계와 조세계에서 최근 들어 급속히 확산되고 있으며, 이명박 정부가 표방하고 있는 ‘비즈니스 프렌들리’를 알맹있게 구현하는 차원에서라도 이월결손금 공제기간 10년 연장시기를 소급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미국의 경제위기가 전세계로 확산되면서 국내 기업의 경영상황도 극도로 악화되고 있으며, 이로 인해 현재 결손금 공제를 받고 있는 기업들은 완전히 회복을 하지 못한 상태에서 세부담이 가중되는 등 이중고를 겪게 된다는 점에 비추어 이같은 주장은 조세계 안팎에서 설득력을 얻고 있다.
경제계 및 조세계가 주장하는 골자는, 정부가 기업 이월결손금 공제기간을 5년에서 10년으로 연장하는 법인세법 개정법률안을 제출하면서 적용시기를 ‘2009.1.1이후 개시하는 과세연도에 발생한 결손금부터’로 한정했는데, 2009년 이전 사업연도분도 공제기간을 연장해 주어야한다는 것이다.
이월결손금 공제기간 적용시기를 2009년도부터 적용하도록 한것은 최근 3~4년 전에 결손이 나 현재 결손공제가 진행 중인 기업은 이번 개정법률안의 효과를 전혀 볼 수 없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대한상의 한 관계자는 “내년부터 발생하는 결손금부터 개정규정이 적용되면 2015년이 돼서야 비로소 이월결손금 공제기간 확대로 인한 효과가 나타나게 돼 지금 당장 어려움을 겪고 있는 기업들에게는 도움이 되지않는다"면서 "글로벌 경제위기에서 기업들이 신속하면서도 실질적으로 도움을 받을 수 있게 해 주는 보다 적극적인 정책추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재계 관계자는 “최근 미국에서 시작된 금융위기가 세계 경제위기로 확산되면서 키코 등 외환 파생상품에 가입한 기업들이 환율급등으로 큰 피해를 보고 있으며, 금리 급등, 소비침체 등으로 기업들의 경제여건이 매우 좋지 않아 이들에 대한 즉각적인 세제지원이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다”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법인세법 개정의 시행일인 내년 1월1일 현재 소멸되지 않은 결손금, 즉 2004 사업연도에 발생한 결손금부터 이월결손금 공제기간을 연장 적용해 기업들에게 조기 혜택을 준다면 개정법률의 정책효과를 극대화시키고, 최근의 경제난국으로 위축돼 있는 투자심리를 제고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 ”이라고 말했다.
전경련의 한 관계자도 “이월결손금 공제기간을 5년에서 10년으로 연장한 것은 바람직하지만 부칙에 법 개정시부터 적용하도록 돼 있어 기업입장에서는 당장 큰 실익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법을 개정한다 해도 2015년 이후에나 비로소 효과를 보게 된다”면서 “지난 4~5년 전에 카드나 IT사업으로 인해 중소기업들의 손실이 매우 컸는데 그 중소기업들의 손실이 공제기한이 거의 끝나가는 시점이라면 부칙을 개정해 이월공제를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 A기업체 한 관계자는 "현재 결손금 공제기간 내에서 공제가 진행 중인 기업은 최근 4~5년내 경영상 어려움을 겪은 이후 아직까지 완전히 회복을 하지 못한 상태에서 급변하는 경제환경에 상대적으로 더 취약하게 노출돼 경영상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와 관련 법인세법에 밝은 세무사들은 “기업들의 이같은 주장은 충분히 일리 있는 지적이며, 이월결손금공제제도의 정책의도를 높이고 기업들의 기를 살리는 측면에서 2004~2008사업연도의 이월결손금 공제기간도 10년으로 연장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또 “부칙을 ‘이 법 시행일 현재 공제 가능한 이월결손금부터 적용한다’라고 고치면 된다”고 밝혔다.
경제계와 조세계의 이같은 주장에도 불구하고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와 정치권, 기획재정부 세제실의 입장은 다르다.
한나라당 정책위 관계자는 "사실 경제계에서 그런 요청이 있었지만, 소급적용은 외국에서도 사례가 없고, 소급적용할 경우 절차가 너무 복잡해 법개정일 이후부터 적용하기로 한 것"이라고 밝혔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의 한 관계자도 "이월결손금 공제기간을 10년 연장한 것 자체가 기업경영활성화를 위한 것이다"면서 "공제기간이 경과하지 않은 결손금에 대해 기간을 연장하자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고 그렇게 하지 않더라도 기업에 손실이 가는 것은 아니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따라서 "내년이후 발생하는 기업의 결손금부터 10년 연장이라는 혜택을 부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고 선을 그었다.
이와 관련 임재현 기획재정부 세제실 법인세제과장은 "법인세법을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이러한 건의를 할 수도 있다"면서도 "그러나 세법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하기에 앞서 이미 이러한 기업들의 의견을 수렴해서 만들어진 것이 국회에 상정된 개정안이다"고 밝혔다.
임 법인세제과장은 이어 "사실 개정안 작업을 할 시점에서 검토됐던 내용이지만 무엇보다 특정기업에게만 혜택이 가는 것은 곤란하다"면서 "정상적으로 세금을 내는 다른 기업의 입장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반해 많은 조세전문가들은 "조세법의 기본은 지켜지는 것이 옳지만, 조세의 경기조절 및 기업활동 활성화기능도 중요하다"면서 "세계적인 경기불황과 경제위기상황을 감안한다면 지금은 조세법의 법리적인 측면보다는 경제활성화 측면에 무게를 두는 차원에서 이 문제에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한 원로 조세전문가는 "기업이 어려우면 특단의 공적자금을 투입하듯이 경제가 어려울때는 기업들의 목소리를 더 크게 듣고 지원해야 한다"면서 "미국이 금융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엄청난 규모의 공적자금을 투입하고 있는데, 그것은 법리나 경제원리차원을 뛰어 넘는 것이며, 이월결손금 적용시기문제도 경제상황 전체를 큰 틀에서 보고 정책적인 판단을 요하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달 이월결손금 공제기간을 현행 5년에서 10년으로 연장하되, 2009년 발생분부터 적용하도록하는 내용의 법인세법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해놓고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