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창시절 억울하게 체벌을 당했다며 20년만에 고교 은사를 찾아가 살해한 30대가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 은평경찰서는 9일 고등학교 재학시절 스승이었던 송모(58.교사)씨를 찾아가 살해한 혐의(살인)로 김모(37.무직)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하기로 했다.
경찰에 따르면 김씨는 8일 오후 9시40분께 서울 은평구 송씨의 집 근처에 30여분간 숨어있다가 집에 들어가려는 송씨를 흉기로 수차례 찔러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조사 결과 김씨는 고교 1학년이던 1987년 학교에서 시험을 치르던 중 송씨로부터 "부정행위를 저질렀다"며 체벌을 당한 데 불만을 품어왔으며 지난 1월부터 이 일과 관련해 수차례에 걸쳐 송씨에게 전화를 하거나 학교에 찾아가 "나는 부정행위를 한 적이 없다. 사과하지 않으면 가만두지 않겠다"고 협박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송씨는 최근 김씨의 협박을 피해 경기 일산에 있는 노모의 집에서 출퇴근을 해왔으나 옷가지 등을 가지러 집에 들렀다가 변을 당했다고 경찰은 전했다.
경찰은 숨진 송씨의 개인 컴퓨터에 김씨로부터 협박당한 내용이 들어있는 파일을 발견해 김씨의 집 근처에서 탐문수사를 펼치다 이날 오전 그가 입원 중인 병원에서 붙잡았다.
김씨는 범행 도중 실수로 자신의 손등을 찔러 경찰에 붙잡힐 당시 병원에서 수술을 받고 있었다.
김씨는 경찰에서 "당시 부정행위를 저질렀다는 누명 때문에 엄청나게 맞았다. 지난 20여 년간 억울함을 잊은 적이 없다"고 진술했다.
경찰 관계자는 "김씨가 최근 한 인터넷 카페에서 송씨의 주소를 알아내고 사과를 받기 위해 찾아갔으나 송씨가 이에 응하지 않자 홧김에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인다"며 "김씨는 가정불화 등으로 최근 심각한 우울증세를 보여왔다. 수사 진행상황에 따라 정신감정을 의뢰할 지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전했다.(연합뉴스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