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계령을 넘는 물고기
-황상순(국세청)
물차 뒤를 따라가고 있다
아니, 물고기를 싣고 가는 트럭이다
도로 위에 흥건히 물을 떨구며 간다
물탱크 밸브가 잠시 느슨해진 때문일까
저렇게 흘려버리다간 빈 껍질만 남고
고기떼가 와글와글 주둥일 쳐들 텐데
상향등 반짝이며 신호를 보내어도
아랑곳하지 않고 그냥 앞으로만 내달린다
그래, 버려야지 버려야 하지
종내는 살아온 모든 것을 다 버려야 하지
꽉 조인 밸브를 풀어 부자도 버리고 지위도 버리고
명예도, 사랑도, 時도 졸졸 다 흘려버려야 하지
와글거리는 삶도 이젠 버려야할 때
종착지가 멀지 않았는데
모든 것을 다 싣고, 껴안고만 갈 것인가
새털처럼 가벼워져야 하네,
한 봄 지내고 가는 제비처럼
뒤돌아보지 않고 훨훨 날아가야 하네
손짓하며 지나치는 내게, 물차는
구불구불 아스팔트 위에 긴 글씨를 써 보이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