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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하기 2025.06.27. (금)

내국세

[촛점]국세청 '블랙박스' 역외탈세에 칼 뽑았다

베일 속에만 남아있던 조세회피처로의 역외 재산은닉, 탈세 행위를 겨냥해 세무당국이 마침내 칼을 뽑았다.

 

심증은 가지만 물증은 없었던 '장막 뒤의 탈세행위'에 대해 국세청이 국제 공조를 통한 정면 돌파를 시도하고 나섰다.

 

국세청이 어느 수준의 정보를 입수해 실제 조사, 수사가 진행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하지만 이미 올해 초부터 각국이 '리히텐슈타인 스캔들'에서 비롯된 해외 재산은닉, 탈세 행위에 대해 대대적인 조사에 착수한 것을 고려하면 명단이 확인될 경우 엄청난 파장이 예상된다.

 

◇ '리히텐슈타인 스캔들'이 단초..각국 조사중
올해 2월 독일 검찰은 유럽 최대 우편 서비스 업체 도이체 포스트의 클라우스 춤빙겔 최고경영자(CEO)에 대해 조세회피처로 이름높은 리히텐슈타인의 은행 비밀계좌에 1천만 유로 이상을 빼돌리고 100만 유로의 세금을 포탈한 혐의로 수사를 시작한데 이어 700명 이상의 부유층에 대해서도 조사에 착수했다.

 

독일 검찰이 이런 대규모 탈세수사를 벌일 수 있었던 것은 독일 연방정보국과 세무당국이 리히텐슈타인에 있는 은행의 내부고발자로부터 거액을 주고 고객에 대한 데이터를 입수한 덕분이었다.

 

독일의 조사는 곧 유럽 전역으로 확대돼 프랑스, 스페인 등도 리히텐슈타인은행의 비밀계좌를 이용한 자국민의 탈세정보를 입수, 대대적인 조사를 벌이는 등 유럽 각국이 '조세회피처와의 전쟁'을 선언한 상태다.

 

미국도 마찬가지다. 지난 6월 스위스 UBS 은행의 전 직원이 미국 부유층 고객들의 탈세를 도왔다고 법정에서 자백한 이후 미국 법무부는 UBS에 개설한 미국인들의 계좌정보를 입수하기 위해 스위스 측을 강하게 압박하고 있다.

 

미국 상원도 지난 7월 자체 조사위원회를 통해 "역외 은행들의 탈세행위로 미국 납세자들이 연간 1천억 달러의 피해를 보고 있다"며 스위스 UBS은행과 리히텐슈타인 LGT 금융그룹에 대해 강력한 제재 조치를 취할 것을 촉구하는 등 유럽지역 조세회피처 은닉재산과 탈세에 대한 각국의 압박이 강도를 더하고 있는 상황이다.

 

◇ 국세청, 해외 비자금에 이미 경고  지난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투명성과 정보교환 관련 경제협력 개발기구(OECD) 주요국 고위급 대표회의'에서 채택된 선언문에 따르면 최근 발생한 유럽지역 탈세사건에 연관된 나라가 40여개국이라고 밝히고 있다.

 

한국도 유럽을 떠들썩하게 만든 대형 탈세사건에서 자유롭지 않을 가능성이 높음을 짐작하게 하는 대목이다.

 

국세청도 그간 세계 각국의 이런 동향에 대해 예의 주시하면서 이들 지역에 한국인 관련 비밀계좌 정보 입수를 위한 노력을 다각적으로 진행해왔다.

 

유럽지역 조세회피처에 대한 정보를 축적한 독일 세무당국과 협력을 적극 추진하면서 조세정보 교환범위의 확대를 추진해온 게 대표적이다.

 

지난 9일 국세청 국정감사에서 한상률 국세청장은 "해외소득의 국내 미신고는 명백한 탈세"라고 강조하면서 "해외 비자금 탈세를 엄정하게 추적해 과세하기 위해 국제적 공조체제를 강화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히 전개되고 있다"며 해외 도피 비자금에 1차 경고 메시지를 날리기도 했다.

 

그러나 현재까지 어느 정도의 국내 자금이 해외 비밀계좌에 은닉돼있는지에 대해서는 정부 당국이 정확한 정보를 갖고 있지 못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아울러 국내 거주자들의 재산 해외은닉, 탈세에 유럽지역 외에 라부안 등 동남아지역이 이용되는 경우가 적지 않고 해당 지역국들이 계속되는 국제적 압력에도 불구하고 정보 협력에 소극적이어서 그간 이를 캐낼 뚜렷한 수단도 마땅치 않았다는 점도 결과 속단을 어렵게 하는 요인이다.

 

과거 대우사태 당시 대우의 해외 금융기구로 불려온 'BFC' 등의 존재를 통해 간간이 한국인 소유의 해외 비자금이 존재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만 있어왔을 뿐이다.

 

하지만 정부 고위 당국자는 '비밀의 열쇠'를 쥐고 있는 독일 당국과의 정보협력 성과에 대해 "기대 이상"이라고 답해 정보 획득에 상당한 성과가 있었음을 강력히 시사했다.(연합뉴스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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