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와 아들을 살해하고 일본으로 도피했다 9년 만에 국내로 송환된 전직 대학교수는 이혼문제로 아내와 말다툼을 벌이다 자식까지 참혹하게 살해한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 노원경찰서는 26일 서울 모 대학 전직 교수 배모(45)씨에 대해 살인과 사체손괴 등의 혐의로, 또 배씨의 애인 박모(38.여)씨에 대해서는 일본에서 배씨의 도피를 도운 혐의(범인도피)로 각각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에 따르면 배씨는 지난 1999년 12월31일 오전 7∼8시께 서울 노원구 중계동 자신의 아파트 집에서 아내 박모씨(당시 32세)와 이혼문제 등으로 심하게 다투다 목을 졸라 박씨를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배씨는 이어 옆방에 있던 아들(당시 6세)을 집 밖으로 데려 나와 시내와 놀이터 등을 돌아다니다 오후 3∼5시께 귀가해 아내 옆에 눕힌 뒤 머리에 비닐봉지를 둘러씌워 숨지게 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범행 사실을 숨기려 시신 위에 이불을 덮고 식용유 등을 뿌려 불을 지르는 잔혹함을 보였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배씨는 범행 다음날 일본으로 건너가 연구원 생활을 하고 있던 애인에게 처자식 살해 사실을 털어놓은 뒤 3∼4일 후 국내에 함께 들어와 대출 등으로 1억3천만원 가량의 도피자금을 마련해 일본에서 본격적인 도피 행각을 벌인 것으로 조사됐다.
배씨는 일본에서 식당 종업원과 주방장을 전전하며 은신생활을 해 왔으며 최근에는 타인명의로 작은 프랜차이즈 음식점을 운영하다 현지 경찰에 불법체류자 신분이 적발되면서 지난 24일 국내로 송환돼 9년 만의 도피 행각을 마무리하게 됐다.
배씨와 애인 박씨는 1992년 대학원 조교와 입학 준비생 사이로 처음 만나 7년 넘게 내연관계를 유지해오다 아내에게 들통나자 이혼을 요구했으며 사건 당일에는 아내를 살해한 사실을 숨기려 아들까지 처참하게 죽인 것으로 드러났다.
배씨는 경찰조사에서 "후회한다"는 말만 되풀이하며 연신 눈물을 흘린 것으로 전해졌다.(연합뉴스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