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청사에 직원 복지 시설이 들어서는 것은 일반적인 성향으로 이제는 자연스러운 풍토가 됐다. 이는 예전에는 "직장은 일하는 곳"이라는 개념으로 자신의 삶과 생활과는 분리된 곳이라는 개념에서 탈피, 일과 가사, 일과 생활이 병행하는 곳이라는 새로운 경향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시대를 반영하듯 최근 건축한 신축 청사에는 예외없이 유아방 혹은 체육시설 등이 필수적으로 들어서고 있다. 아울러 이러한 시설이 없던 옛 청사라도 이를 설치하기 위해 공간을 마련하기 위해 새롭게 공사를 하고 있는 실정이다.
한 예로 행정안전부는 19일 여성공무원이 직장에서 모유 수유가 힘든 현실을 감안, 마음 놓고 착유 할 수 있는 환경과 모유 수유를 권장하는 건강한 사회 분위기 조성을 위해 정부중앙청사 내 수유실 및 여성휴게실 등 모성보호시설을 본관 8층에 증설했다.
중앙청사 근무 공무원 4천5백여명중 여성공무원은 1천4백여명으로 약 31%를 차지하나, 수유실을 겸한 여성휴게실은 단 3곳으로 임산부 등 여성공무원의 휴식공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고, 수유공간 또한 제대로 갖추어져 있지 않아 육아 여성공무원들의 불만이 컸던 점을 감안한 것이다.
지난 10월 2일 국세청내 다섯번째로 직장 보육시설인 우리누리 어린이집이 남대문세무서에 개원된 것도 직원들이 안심하고 자녀를 맡기고 근무할 수 있게 하는 복지시설의 일환으로 이 역시 '직원의 복지'를 먼저 생각하는 달라진 근무 환경을 대변하고 있다.
이번 남대문 어린이집 개원으로 국세청은 서울청 산하 직장내 보육시설인 어린이집인 ▶강남합동청사 내 어린이집 ▶강서지역 어린이집 ▶동대문 어린이집 ▶중부청 청사내 어린이집 등과 함께 모두 다섯 곳의 어린이집을 운영하고 있다.
내년에 다시 건물을 신축할 계획인 동작세무서 역시 이러한 시대의 흐름에 맞춰 신축 건물에 세무서 직원들을 위한 어린이집, 헬쓰장을 마련하는 조건하에 설계를 준비하고 있다.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니라는 전제이지만, 어린이집 공간을 다른 곳에 비해 더 넓힐 계획이라고 귀띔했다.
일개 세무서에 불과함에도 여직원들의 육아를 위해 넓은 공간을 마련하는 것에 대해 동작서 관계자는 "육아가 여성의 전용 가사가 아니라 남성들도 같이 하는 것이므로 육아를 책임져야 할 남직원들이 아이들을 데려올 수 있다는 생각 때문이었다"라며 "또 육아라는 것이 3~4세만 대상이 아니라 더 큰 아이들도 꾸준히 부모가 맡아야 하기 때문에 그 아이들까지 수용하려면 더 넓은 공간이 필요할 수밖에 없었다"라고 현실을 토로했다.
이 말에서 직원의 복지 개념이 실질적으로 더 확대되고 있으며 또 청사라는 개념도 어디까지 이어져야 하는지에 대해 짚어볼 수 있다.
최근 행정안전부의 정부청사관리소가 정부중앙청사에 '공무원 상담지원센터'를 개설한 것도 새로운 복지 개념을 보여준 대표적인 사례이다.
이 상담지원센터는 공무원과 그 가족을 대상으로 스트레스, 건강문제, 부부 및 가족문제, 법률관계, 생애관리 등에 대한 상담 및 교육을 통하여 정서적 지원 및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목적이다. 이를 위해 청사 후생관 2층에 자리를 마련해 상담 분야별 외부 전문가를 위촉하여, 전문가와 1:1 상담을 받도록 했다.
또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 개인적인 일과 생활의 조화를 지원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책을 쓰고 싶어하는 공무원들에게 책을 쓸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하고 있는 '책쓰기코칭'이 그러한 예이다.
이 '책쓰기코칭'은 16일부터 운영했는데, 30명 이상의 지원자가 몰려 공무원들에게 가장 큰 관심을 모으고 있는 프로그램이 됐다.
책쓰기 코칭은 KBS 방송작가를 거쳐 현재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송숙희 작가를 초빙하여, 공무원들에게 작문 기술과 실전 책쓰기 코칭을 통해 자신의 브랜드를 높일 수 있는 자아실현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이외에도 디카, 와인, 커피, 여행코칭등 최근 관심을 모으고 있는 테마를 주제로 전문가를 초빙하여 특별 강좌를 개최했다.
이처럼 새로운 직장의 개념이 공무원들 세계에서도 자리잡아가고 있다. 일과 생활이 함께 고려되고 이러한 곳에서의 직장 근무가 오히려 효율적이라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는 것이다. 가장 효율적인 직장은 무엇보다도 직원들을 행복하게 해 주고 안심하고 일을 할 수 있는 곳이라는 시대적 흐름을 가장 보수적이라는 공무원 세계에서도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