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추가경정예산안의 통과가 난항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국회는 5일 예산결산특별위원회(위원장 이한구 의원) 전체회의를 열고 2009년도 예산안 및 기금편성안과 함께 2008년도 추경안에 대한 본격적인 심의에 착수했다.
그러나 예결위 소속 의원들에게 배포된 국회예산정책처의 '국가재정법상 경기침체.대량실업 발생 우려에 대한 판단 분석자료'와 예결위 심사보고서는 "추경편성 요건이 부족하다"고 지적하거나, 사업별 추경 필요성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더욱이 이한구 위원장은 18대 국회 개회 직전 한나라당 정책위의장을 맡았을 당시 "경기부양용 추경예산은 불가능하다"는 반대 입장을 고수해 추경안 통과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이 위원장은 이날 전체회의에서 "정부의 추경안이 국가재정법상 요건에 해당하는지 여부의 기초자료와 예결위 심사보고서를 작성했다"며 "자료를 숙지하고 예산을 심의해 임해달라"고 말해 이들 보고서는 추경안 심의에 주요 기초자료가 될 전망이다.
앞서 정부는 지난 6월 고유가 극복을 위한 민생안정 지원 등을 목적으로 4조9천억원의 추가경정예산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서울대 이지순 교수는 국회예산정책처 보고서에서 "현 경제상황이 경기불황인 것은 맞지만 침체라고 볼 수는 없다"며 "국가재정법 제89조에 비춰 볼 때 추경편성의 근거가 희박하다"고 말했다.
국가재정법은 '경기침체ㆍ대량실업 등 대내ㆍ외 여건에 중대한 변화가 발생했거나 발생할 우려가 있는 경우'와 '전쟁이나 대규모 자연재해가 발생한 경우' 등을 제외하고는 추경 편성에 제한을 두고 있다.
이 교수는 "추경예산의 재원조달 방안으로 전년도 잉여금을 내세워 추가 조세부담이나 국가채무 증가가 없다는 주장 역시 부적절하다"며 "전년도 잉여금은 조세 인하를 위해 사용하는 게 경기진작은 물론 경제성장 잠재력 배양에 더 도움이 된다"고 주장했다.
이화여대 전주성 교수는 "외환위기 이후 재정지출 확대정책과 반복된 추경편성으로 인한 재정 건전성 훼손 때문에 국가재정법을 제정한 것"이라며 "정부가 세계잉여금을 추경예산에 편성하려고 한다면 국가재정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국조세연구원 박형수 연구원도 "우리나라의 경우 경제성장률이 4% 미만일 때 경기침체라고 할 수 있다"며 "올해 경제성장률이 4% 중.후반까지 간다는데 굳이 추경을 할 필요가 없다"고 반대했다.
이와 함께 예결위 심사보고서는 정부 부처별 추경안에 대해 조목조목 문제점을 지적했다.
우선 국토해양부가 고속도로 출퇴근 차량 통행료 할인에 따른 손실을 지원하기 위해 1천억원의 추경을 편성한 것과 관련, "기존 감면 사업으로 인한 도로공사 손실을 보전하기 위한 것으로 반드시 이번 추경에 할 만큼 시급하지 않다"고 밝혔다.
지식경제부가 한국전력공사와 한국가스공사의 손실을 보전하기 위해 1조2천550억원을 편성한 데 대해서는 "손실을 일률적으로 각각 50%씩 지원하는 것은 비합리적인 것으로 두 기관의 연료비 비중, 자본금 규모 등을 감안해 결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연합뉴스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