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경찰서는 15일 위조된 양도성 예금증서, 수표, 채권 등 1조5천억원대 유가증권을 유통하려 한 혐의(유가증권위조 등)로 전모(46)씨를 구속하고 김모(56)씨와 조모(45.이상 무직)씨를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전씨 등은 신원이 확인되지 않은 위조책으로부터 522억5천만원권 무기명 양도성 예금증서 1장과 1천억원권 농협 수표 15장, 1억원권 산업금융채권 90장 등 액면가 1조5천612억5천만원어치 유가증권을 건네받아 올해 3월과 7월 부동산 재력가나 건축 시행사 대표 등에게 넘겨 현금화하려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조사 결과 전씨 등은 "지난 정권의 실세들이 마련한 비밀 정치자금을 보관하고 있어 반값에 유가증권을 넘긴다"며 구매자들을 물색한 뒤 폭리를 올릴 기회가 왔다는 조바심을 부채질해 검증절차 없이 증권을 넘기려고 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522억원권 양도성 예금증서는 정황으로 따질 때 위조된 것으로 보이지만 육안으로 진위가 감정되지 않을 정도로 정밀하게 제작됐다며 금융기관에 발행 여부를 확인하기로 했다.
경찰은 양도성 예금증서가 발행일이 2002년 8월 14일로 대통령선거 시기와 맞아떨어진다는 점에 미뤄 정권교체 시기를 틈타 전 정권의 비자금이라며 사기꾼들이 유통하는 위조 채권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다른 수표들의 경우 뒷면에 적힌 글자 행간이 불규칙하고 '다음과 같은'이라는 문구가 '다옴과 같은'이라고 잘못 인쇄돼 있는 등 조잡해 자세히 살피면 육안으로도 진위 식별이 가능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 관계자는 "경제 불황기에 사기가 판을 치듯 최근 들어 서울 시내에서 하루에 여러건씩 위조된 고액채권이 발견되고 있다"며 "종로 일대에 위조 고액채권 1만여장이 돌아다니고 있다는 소문도 있으니 거래 때 금융기관의 확인을 거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연합뉴스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