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8일 2단계 고유가 위기관리대책(Contingency Plan)을 배럴당 170달러(두바이유 기준)가 아닌 150달러를 넘기면 시행하고 민간 부문에도 강제적 에너지절약 조치를 취하기로 방침을 바꿨다.
정부는 애초 두바이유가 배럴당 150달러와 170달러를 기준으로 2단계 위기관리대책을 시행할 계획이었지만 140달러였던 6일 1단계를 조기 시행한 데 이어 2단계 계획도 앞당기기로 했다.
특히 정부는 1단계 대책을 시행할 당시 유가가 오르더라도 수급에 차질이 빚어지지 않으면 민간에 에너지 절약을 강제하지 않기로 했지만 이틀 만에 계획을 바꿨다.
◇ 민간 야간 전기사용 제한
기획재정부가 제시한 2단계 대책 가운데 민간 부문을 대상으로 검토중인 조치는 승용차 요일제 전국 실시와 에너지 다소비 사업장의 영업 제한, 야간 시간대 전기사용 제한 등으로 1단계 대책에서 권장사항으로 제시된 것들이다. 따라서 2단계 대책이 시행되면 대중목욕탕의 격주 휴무와 유흥음식점 등의 야간 영업시간 단축이 강제적으로 시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 골프장과 놀이공원 등의 야간조명을 줄여 영업시간을 앞당기고 TV 방영시간도 제한하는 방안을 검토키로 했다.아울러 주유소와 LPG 충전소는 해가 진 뒤에는 주유기와 옥외 간판을 제외한 옥외조명시설의 절반만 사용하도록 제한할 것으로 전망된다.
3천㎡ 이상 대형 점포의 외부전시용 조명과 자동차 판매업소의 실내 및 상품 진열장 조명도 영업시간이 끝나면 사용을 자제하도록 권고하고 있지만 2단계 대책에서는 강제적 조치로 바뀔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서울시만 시행하고 있는 승용차 자율 요일제도 2단계 대책에 따라 전국 지자체가 의무적으로 시행해야 한다.
◇ 정부 유류세 인하 고심
다만 재정부는 2단계 대책에서 휘발유와 경유, LPG 등에 대한 유류세 인하를 검토하기로 했지만 170달러가 아닌 150달러부터 2단계 대책을 시행키로 함에 따라 실제로 인하를 결정할지는 미지수다.
이는 2단계 비상조치의 기준인 두바이유 170달러는 지난달 8일 발표한 고유가 대책에서 대중교통과 물류 유가환급금이 상한액(ℓ당 476원)에 도달한 시점에서 추정한 유가이기 때문이다.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도 "유류세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며 "지난번에 얘기한 원칙을 지키는 범위에서 (유류세 인하를) 검토하겠지만 아직 확정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두바이유가 150달러가 넘어설 경우 시행되는 2단계 대책에서는 현재 1%인 원유에 대한 수입관세를 낮추는 방안이 논의될 수 있지만 수송용 연료에 대한 유류세 인하는 다뤄지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한편 정부가 불과 이틀 만에 민간 부문의 에너지절약 조치의 방침을 바꿔 정책의 일관성에 흠집을 남겼다는 지적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6일 한승수 국무총리 주재로 관계 장관 회의를 열고 민간에 대한 강제적 절약조치는 '에너지이용합리화법'상 에너지 수급에 중대한 차질이 발생하거나 발생할 우려가 있는 경우에 시행이 가능하다며 민간 부문은 에너지절약을 권장하겠다고 밝혔다.
에너지절약 주무 부처인 지식경제부 이윤호 장관도 최근 "유가가 170달러까지 올라도 수급에 차질이 없다면 민간에 에너지 절약을 강제하지 않을 방침"이라며 "최근 상황은 과거 오일쇼크와 달리 수급 차질은 없다"고 말했다.(연합뉴스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