Ⅰ. 납세자보호위원회의 설치를 보면서
Ⅱ.유명무실한 납세보호담당관제
Ⅲ.조세심판원의 허와 실
국세청이 외부기관에 의뢰해서 지난 3월31일부터 5월16일까지 47일간 '납세자신뢰도'를 조사한 결과, 과세불복분야에서 신뢰도 점수가 가장 낮았다고 한다.(민원분야:69.4점, 세정지원분야:68.6점, 신고납부분야:68.1점, 세무조사분야:65.9점, 자료처리분야:65.7점, 체납관리분야:59.7점, 고충처리분야:54.5점, 과세불복분야:46.3점)
또한 과세불복분야 중에서도 '심사청구'에 대한 납세자들의 불신이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과세전적부심·이의신청:56.5점, 고충처리:54.5점, 심사청구:37.6점)
국세청 관계자들은 이 결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가? 국세청이 얼마나 '납세자의 권리구제'를 외면해 왔으면 이같은 결과가 나왔을까? 생각해 보기 바란다.
국세청장은 올해 4일3일 '국세청 고위공무원 성과계약체결식' 장에서 "2008년도 납세자신뢰도 지수를 전체적으로 최소 5%포인트, 최대 10%포인트 향상시킬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언급한 뒤 "최소목표인 5%포인트 향상되지 않으면 이에 대한 책임은 국세청장이 지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국세청장이 직(職)을 걸고, 이 나라의 주인인 국민을 섬기는 행정을 펴겠다'는 약속을 했고, 세무공무원들에게까지 "국세공무원 한사람 한사람이 국민을 섬기는 '머슴'이라는 생각을 갖고 업무에 임하면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는 말을 했다고 한다.
그런데 국세청에서 납세자신뢰도 제고의 지표로 삼기 위해 '납세자신뢰도'를 조사한 결과, 4월30일 기준 국세청의 종합 신뢰도가 62.5점으로 나왔으며, 과세불복분야에서 최하위 점수인 46.3점이 나왔다고 한다.
이와 같이 과세불복분야에 대한 납세자의 불신은 심각한 수준인데도, 6월18일 국세청장이 중부지방국세청을 초도순시하는 자리에서 '국세행정 신뢰도 60점대는 상당히 높은 점수' 라면서, 만족스러워 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는 사실은 정말 이해하기 곤란하다.
아울러 고충처리분야에서 54.5점, 심사청구분야에서 낙제수준인 37.6점이 나왔다면, 국세청 납세지원국장과 법무심사국장은 어떤 특단의 대책을 내놔야 할 것이다.
또한 2008년도 납세자신뢰도 지수를 최소 목표인 5%포인트 이상 끌어올리지 못한다면, 국세청장보다 먼저 그만둔다는 비장한 각오로 납세자의 신뢰도 제고에 진력(盡力)해 주기 바란다.
우리 국민들이 국세행정에 대해 잘 모를 것 같지만, 너무나 잘고 있다는 사실에 대해 필자는 현명한 우리 국민들에게 다시 한번 경의를 표한다.
왜냐하면, 우리나라 국민들은 다른 나라 국민들보다도 주권수호 의지가 강하다는 사실이다. 그 무지막지한 왜놈들에게 36년간 짓밟히면서도 민족성을 잃지 않았던 위대한 민족이다.
서울시청앞 광장과 광화문 네거리에서 '촛불집회'를 벌이고 있던 시민들의 모습을 보면서 뭐 느껴지는 것도 없는가?
정부가 국민의 의사를 물어보지 않고, 일방적으로 쇠고기 협상을 했다가 국민들의 분노를 산 나머지 무서운 저항을 받고 있는 광경이 보이지도 않는가?
식품 안전에 대한 국민들의 욕구수준을 얕봤다가 망신을 당하고 있는 '농림수산식품부장관'의 처지를 국세청장은 타산지석의 교훈으로 삼아주기 바란다.
지금까지 국세심사결정에서, '납세자의 권리구제'를 외면해 온 국세청이 앞으로도 계속해서 납세자를 바보로 치부해 버린다면, 큰 사단(事端)이 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이번에 국세청에서는 고충민원, 이의신청, 과세전적부심 등의 객관성을 확보하기 위해 납세자보호위원회를 설치해서 위원장을 외부인사로 하고 위원회의 구성도 내부위원보다 외부위원을 더 많게 한다고 하기에 '이제는 제대로 돼 가는가 보다!' 했더니, 요즈음 돌아가는 판세를 보니 실망스럽기 그지 없다.
각 세무관서마다 위촉한 납세자보호위원회 위원장의 면모를 살펴보니, 거의가 다 각 관서장과 친분관계에 있는 전직 세무공무원 출신들이며 세무사업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다.
한마디로 관서장의 표정만 봐도 관서장이 당해 사건을 위원회에서 어떻게 처리해 주기를 바라는지, 알고도 남을 위인(偉人)들로 구성된 것이다.
납세자보호위원회 또한 각 세무관서 소회의실에서 열릴 것이며, 각 관서장과 자주 마주칠 것이 뻔한데, 어떻게 그 위원회가 독립성을 확보할 수 있다고 본단 말인가?
한껏 기대했던 납세자보호위원회가 대다수의 납세자들로부터 신뢰성과 객관성을 인정받기 어렵다고 보는 시각이 많다.
외부로부터 납세자보호위원회 위원장의 위촉을 놓고 '무늬만 외부인사다' '초록은 동색이다'라는 비아냥거림을 당하고 있는 국세청은 향후 이번 사태를 어떻게 치유할 것인지? 국민 앞에 엄숙히 밝혀주기 바란다.
필리핀에서는 하도 뱀에 물려 죽는 사람이 많아서 필리핀 정부에서 '뱀을 잡아오는 사람에게 돈을 주겠다'고 했다는 것이다.
처음에는 사람들이 산으로 들로 다니면서 뱀을 잡아오더니, 나중에는 집에서 뱀을 부화시켜 갖고 오더라는 것이다.
이와 같이 파급효과를 예측하지 못한 결과는 영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간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또한 아무리 좋은 제도라고 해도 그 제도를 운용하는 구성원들의 의식구조가 문제인 것이다.
그 제도를 운용하는 구성원들이 구태의연한 사고를 가진 사람들이거나 전향적인 사고가 없는 사람들이라면, 그 제도는 아무 쓸모없을 것이다.
국세청이 그 좋은 제도를 만들어 놓고도, 향후 파급효과에 대한 예측력이 없어서 허사로 돌아가게 하는 것을 보니, 참으로 안타까운 심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