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병원 응급실에 실려온 여성 환자가 약 24시간동안 방치됐다가 주위의 무관심 속에 숨을 거두는 모습을 담은 동영상이 공개돼 충격을 주고 있다.
지난달 18일 오전 뉴욕 브루클린 킹스카운티 병원의 정신병동 응급실에 수용된 에스민 그린(49)은 19일 새벽까지 빈 침대가 나기를 기다리다가 의자에서 굴러떨어진 뒤 약 1시간 만에 운명했다.
지난해 이 병원을 상대로 "정신병동의 위생이 불량하고 환자에게 무관심하다"며 소송을 낸 뉴욕시민자유연맹(NYCLU)은 병원내 CCTV가 기록한 그린의 죽음을 일반에 공개했다.
당시 응급실에는 다른 환자들과 보안요원들, 병원 관계자 1명이 함께 있었지만 이들 중 누구도 그린에게 관심을 보이지 않았고 그가 숨진 뒤에야 도움을 청했다고 CBS 방송은 2일 지적했다.
병원 측은 그린이 오전 6시께 자리에서 일어나 돌아다녔고 20분 뒤에는 조용히 의자에 앉아 있었으며 혈압은 정상이었다는 거짓 메모를 남겨 사건을 은폐하려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마이클 블룸버그 뉴욕 시장은 이 영상을 보고 넌더리가 났다며 특히 '사람들은 항상 바닥에서 자는데 신경쓸 필요 없잖아'라는 듯한 병원 관계자의 태도를 용납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한편 이 사건은 작년 5월 로스앤젤레스 마틴루터킹주니어-하버 병원 응급실에서 사망한 에디스 이사벨 로드리게스 사건을 떠올리게 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세 자녀의 어머니였던 로드리게스는 응급실 바닥에 쓰러져 45분간 경련을 일으켰으나 병원 관계자들은 아무 일도 없다는 듯이 그 주변을 지나다녔고 심지어 바닥을 청소하기까지 했다.
로스앤젤레스카운티는 이를 기록한 CCTV 비디오테이프의 공개를 거부했으나 로스앤젤레스타임스(LAT)가 동영상을 입수, 2일 웹사이트에 게재하면서 그린 사건과 함께 세간의 이목을 끌고 있다.
마틴루터킹주니어 병원은 지난해 폐쇄됐으나 로드리게스 유족들의 법정 싸움은 현재 진행형이다.(연합뉴스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