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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대에 기부약속 독지가, 왜 소송 제기했나

 경암(耕巖) 송금조 ㈜태양 회장과 부인 진애언 씨가 3일 부산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것은 학교 측이 기부금을 다른 용도로 사용하고도 거짓 주장과 함께 자신들에 대한 명예훼손을 서슴지 않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송 회장 부부는 2003년 10월 부산대의 '양산캠퍼스 부지대금'으로 305억원을 기부하기로 했다. 그러나 당시 부산대 김인세 총장이 작성해온 약정서에는 기부금의 용도가 '부산대 캠퍼스 건설 및 연구기금'으로 돼 있었다. 기부자 측이 이를 지적하자 김 총장은 "나중에 용도를 바로잡아 주겠다"면서 서명을 요청해 이를 받아들였다는게 송 회장 부부의 설명이다.

   송 회장 등은 이에 따라 2003년 10월14일 100억원을 쾌척한 것을 시작으로 2006년 8월23일까지 모두 195억원을 부산대에 내놓으면서 계속 약정서 정정을 요구했다.

   그러나 부산대는 이 같은 요구를 무시한 채 2004년 6월12일 송 회장 등의 기부금 가운데 50억원을 장전동캠퍼스 성학관 건립에 사용하는 등 지난 해 2월20일까지 195억원 전액을 다른 용도로 사용했거나 관할 동래교육청으로부터 사용승인을 받은 것으로 밝혀졌다.

   이를 뒤늦게 알게 된 송 회장 부부가 강력하게 문제를 제기하자 김 총장은 지난 해 3월 기부약정서를 정정하면서 약정서 작성시점을 2003년 10월로 소급했다. 이어 4월에는 "2007년 9월말께까지 195억원을 확보해 별도의 계좌로 관리하겠다"는 편지를 송 회장 등에게 전달했다.

   또 부산대발전기금 이사회는 지난 해 5월 "송 회장 등의 기부금이 다른 용도로 사용된 점에 대해 도의적으로 적절하지 못했음을 인정하며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면서 195억원을 조속히 보충하겠다고 의결했다.

   그러나 김 총장은 지난 해 6월 교내 통신망에 올린 글과 지난 5월 전체 교직원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송 회장 등이 심정적으로 양산캠퍼스 부지대금으로 이해한 것 같다", "송 회장 등의 기부금은 약정서에 따라 적법하게 집행됐다"고 입장을 번복했다.

   하지만 2003년 10월 최초 약정서가 체결되는 자리에 배석했던 김상훈 당시 부산일보 사장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김 총장이 '나중에 기부금의 용도를 정정해주겠다'고 약속했었다"면서 "305억원이 양산캠퍼스 땅값이라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부산대는 또 지난 해 11월 공식 보도자료에서 "기부약정서는 기부자가 작성한 것이며 모든 약정서에는 총장의 직인을 찍지 않는다"고 주장했으나 1,2차 약정서에 모두 부산대 로고가 찍혀 있었고, 2차 약정서에는 총장의 직인이 찍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부산대는 이와 함께 약정서를 정정한 후인 지난 해 12월4일에도 다른 용도로 사용승인을 받았던 36억3천940만원만 양산캠퍼스 부지대금으로 환원하고, 나머지 44억7천940만원은 다른 용도의 예산으로 편성한 것으로 밝혀졌다.

   송 회장 등이 기부한 195억원 가운데 36억여원만 양산캠퍼스 부지대금으로 사용됐다는 얘기다.

   사정이 이런데도 부산대의 상당수 교수는 송 회장 등에게 보낸 이메일과 편지를 통해 "경암 기부금은 더러운 돈"이라고 말하는 등 송 회장 부부를 힐난한 것으로 알려졌다.

   송 회장 부부는 이 때문에 305억원이 양산캠퍼스 부지대금임을 법적으로 확인받고, 부산대에 기부한 돈이 기부목적대로 사용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되기 전에는 추가로 기부할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기 위해 소송이라는 극약처방을 선택한 것으로 풀이된다.(연합뉴스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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