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의 머리 속에 떠올리는 세무공무원은 무력을 사용하지 않고도, 엄정한 세무조사로 탈세정황을 포착한 연후에 확보한 증거자료를 제시하면서 상대를 제압해 들어가는 조사담당관이다.
호랑이를 잡아먹는 동물이 '담비'라고 한다. 그런데 어떤 사람은 세무공무원을 가리켜 '담비를 잡아먹는 세무공무원'이라고 표현했을 만큼, 세무공무원은 타 조직에 비해 단결력이 뛰어나며 지혜롭고 무서운 존재로 인식됐던 것이다.
일반인에게는, 국세청에 세무조사를 관장하는 부서가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그 상징적 의미는 매우 크다. 왜냐하면, 개인이나 법인이 자기가 내야 할 세금을 불성실하게 신고하면 무서운 세무조사를 받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기 때문에, 내기 싫은 세금이지만 성실하게 납부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국세청 조사국 직원들은 누가 칭찬해 주거나 알아주지 않더라도, 묵묵히 자기의 소임(所任)을 다함으로써 스스로의 보람과 긍지를 찾으며, 탈루된 음성불로소득으로 호화사치생활을 하면서 국민들로부터 지탄(指彈)받는 사람에 대하여는 단호하게 응징하는 조직이다.
국세청 조사국에서 근무한 적이 있다고 해서 누구나 진정한 '국세청 조사국 출신'이라고 감히 말할 수는 없다. 세무서 각 세원관리과(부가, 소득, 재산, 법인세과 등)를 두루 거쳐 각종 세목에 대한 이론과 실무가 뛰어나며, 다시 본지방청 조사국에서 수년간 각종 어려운 사건을 경험해 본 사람을 일컬어 '국세청 조사국 출신'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런 사람이라야 위에서 화두(話頭)만 주더라도, 관련업계에 대한 세원정보자료를 수집해서 탈세규모가 큰 업체를 몇개로 압축한 다음, 철저한 내사(內査)를 통해 탈세사실을 검증해 보고 엄정한 세무조사로써 일벌백계(一罰百戒)의 효과를 내게 할 수 있는 것이다.
어찌된 일인지 요즈음은 막 공채시험에 합격해서 세무용어도 잘 모르는 소위 '초짜'들을 지방청 조사국에 근무시킴으로써, 납세자들로부터 전체 세무공무원의 자질을 의심케 하거나 망신을 사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법인세 조사를 나와서는 해당 법인이 폐업했다고 해서 해산하지도 않은 법인에 대해 '청산소득을 계산해서 법인세를 추징하겠다'고 으름장을 놓는가 하면 회사에 출근해서 엄연히 근무하고 있는 사람도 대표이사와 특수 관계자라는 이유로 '지급된 급여를 부인(否認)하겠다'하면서 용감하게 나온다.
지방청 조사국에서는 인사이동때 직원을 마구잡이식으로 데려다가 쓸 것이 아니라, 자질(資質)있는 직원으로 가려서 쓰길 충심(忠心)으로 바란다.
어떤 조직이고 존경받는 엘리트 그룹이 있어야만 그 조직 전체가 발전할 수 있다고 본다. 또한 엘리트 그룹에 속해 있는 사람은 다른 사람들에 비해 특별히 우대해 줘야 할 것이고, 그래야만 다른 사람들이 그 곳을 경쟁적으로 희망하게 될 것이다. 그런 가운데서 인재가 양성되고 출중(出衆)한 인물이 나온다고 본다.
G청장은 국가재정이 어려웠던 시절, 세수를 무난히 달성해 낸 인물이다. 그 사람 혼자의 힘으로 가능했겠는가? 그의 배후에는 최우수 정예요원들로 구성된 막강한 국세청 연합조사반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다. 그는 연합조사반 요원만큼은 최우선 승진 등의 특별한 혜택을 주었다. 그래서 그들의 사기(士氣)는 충천해 있었고 긍지 또한 대단했다.
그런데 국가 운영자금을 조달해야 할 막중한 임무를 부여받고 조사에 열중하고 있는 지방청 조사담당관의 사기를 못 돋워줄망정, 하이에나 같은 감찰이나 따라붙어 예봉(銳鋒)을 꺾어서야 되겠는가?
일선세무서의 조사담당 직원과 본지방청 조사국 직원들이 성실납세를 담보하고 있기 때문에 어려운 세수 달성도 가능한 것이며, 거기서 국세청이 힘을 받는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그런데 필자는 요즈음 국세청이 이상한 방향으로 끝없이 가고 있다는 것을 느낀다.
각종 어려운 세무조사에서 공(功)을 세운 직원들은 우대해 주지 않고, 오히려 사이드(side)에서나 노는 직원들이 더 먼저 승진하고 더 우대받는 세상이 됐으니 누가 굳이 어려운 조사분야를 택하겠는가? 이것이야말로 국세청이 퇴보(退步)의 길로 접어들었다고 아니할 수 있을까.
그것은 연기대상 시상식에서 영화나 연극에서 열연(熱演)을 했던 배우는 제쳐놓고 옆에 있었던 스태프(staff)에게 대상(大賞)을 주는 것이나 같은 것이며, 목숨을 아끼지 않고 무공(武功)을 세운 장수는 도태(淘汰)시키고, 변방(邊方)에서 망(望)이나 보던 장수가 더 우대받는 격이다.
또한 경력 5년이하의 직원들을 순환보직시킴으로써, 그들에게 국세업무를 두루 경험하게 한다는 취지까지는 좋으나, 10년 이상의 경력자나 관리자까지 순환보직시킴으로써, 특정분야의 전문가를 양성하지 못하고 있는 국세청은 과연 미래지향적인 세정을 펴고 있다고 말할 수 있는가?
특히 본청의 세원정보시스템은 하루 아침에 구축될 수 없는 일인데도 특정업종이나 기업에 대한 세원정보를 장기간 누적관리할 전문가가 없는 실정이며, 설사 그것을 장기간 누적관리해 왔던 직원도 지속적으로 우대해 주지 않아 전문가로 양성(養成)하지 못한 채 다른 조직에 빼앗기고 있는 현실은 안타까운 일이다.
누가 뭐라 해도 세무공무원의 꽃은 조사담당관이며, 조사담당관이 강한 국세청을 만든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그리고 국세청장은, 국세청의 위상을 높이고 국세청을 막강한 조직으로 이끈 사람으로 국민들의 기억 속에 남고 싶다면, 본지방청 조사국을 존경받는 조직으로 가꿔 나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