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무서에서는 주기적으로 1년에 한번씩 국세청이나 관할지방청의 정기 업무감사를 받는다.
감사일정을 통보받은 세무서의 총무과장(업무지원팀장)은 각과 1계 주무를 집합시켜 놓고, 국세청이나 지방청으로부터 언제부터 감사가 실시될 예정이라고 알려주면서 각 과에서 뽑아줄 감사자료 목록과 서식을 전해주곤 한다.
그러면 그 때부터 해당 세무서는 감사분위기에 휩싸이게 되고, 각과의 관리자와 직원들은 긴장하는 빛이 역력하다. 또한 나오는 감사반원 중 자기가 처리한 업무를 누가 담당하게 될지가 초미(焦眉)의 관심거리다.
일단 감사가 시작되면, 각과의 주무자나 과장들은 괘씸죄에 걸리지 않으려고 아침 일찍 출근해서 감사장부터 들어가 나와 있는 감사담당자들에게 '전날 불편한 점은 없었는지?' 혹은 '자기 소속 직원들이 업무를 잘못 처리해서 지적된 것은 없는지?' 조심스럽게 묻는 것으로 일과가 시작되곤 한다.
감사담당자 중 어떤 사람은 자신을 낮춰가면서 겸손한 자세로 감사업무를 수행하는가 하면, 감사장을 드나드는 일선 과장이나 주무자가 자기보다 나이로 보나 직급으로 보나 훨씬 위인데도 먼저 인사를 해도 받는 둥 마는 둥 하면서 상대가 피감사자라고 그러는지는 몰라도 무시하는 것 같은 태도를 보이는 사람도 있다.
감사관실에서 소속 직원을 뽑을 때는 우선 기본이 되어 있는 사람을 뽑아야 할 것이며, 아무리 바빠도 가끔씩 소속 직원에 대한 소양교육은 시켜야 할 것이다.
사실 감사자와 피감사자는 역할만 바뀌었을 뿐이지 원래부터 정해진 것이 아니기 때문에, 감사자는 어떤 특권의식은 갖지 말아야 할 것이고, 상대방을 인정하려고 노력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감사자는 지적사항에 대해 피감사자가 납득할 수 있는 근거를 제시해야 하는데, 피감사자의 항변은 들으려고 하지도 않고 막무가내로 추징세액에 대한 결의서부터 작성해 오라고 압박하면서 상대방을 괴롭히는 사례가 종종 있다.
그러면 '그 추징세액에 대한 결의서에 결재를 해야 하는 해당 과장이나 서장은 감사반원이 시키는 대로 결의서에 도장이나 찍어야 하는 감사반원의 하수인이란 말인가?' 하는 생각이 들 때가 가끔 있었다.
감사반원은 지적하는 항목마다 결의서를 작성해 오라고 할 것이 아니고, 지적사항에 대해 감사관실 내의 충분한 숙의(熟議)를 거친 뒤, 감사반장이 취합해서 결의서를 작성해 오라고 하는 것이 격(格)에 맞는 절차가 아니겠는가?
감사자가 겸손한 자세로 상대방을 존중해 가면서 능력을 보여줄 때, 감사자의 권위가 서는 것이지, 상대가 승복하지도 않는 것을 갖고 '경위서를 써와라!' '결의서를 작성해 와라!' 하면서 요란을 떤다고 감사자의 권위가 서는 것은 아니다.
일반적으로 감사가 실시되는 첫날, 감사반장이 일선 세무서의 각 과장과 주무자들을 집합시켜 놓고, '감사기간을 단축시켜 운영하겠다' '바쁜데 감사장에도 여러 사람이 드나들 필요 없이 각 과 주무 1명만이 퇴근시간 전에 들어와서 자료를 받아 가는데, 전날 요구한 자료는 가급적 다음날 제출해 줬으면 하고, 특별히 부르는 사람 외에는 필요 없이 감사장을 드나들지 말라!'고 했으면 그 말이 지켜져야 하는 것인데, 그 말을 액면 그대로 믿었다가는 큰일나는 것이다.
서면상 감사기간의 마지막 날. 일단 철수를 해놓고는 1개월이상 끌면서 처음에는 직원을 불러들여 문답서를 받고 나서, 두번째는 주무자를 불러들여 문답서를 받는 것이 심상치 않더니 나중에는 소속 과장까지 들어오라고 하는 것이다.
평범한 사람의 상식으로는 뭐 크게 잘못한 것이 없는데, 하도 이상해서 잘 아는 감사관실 내의 옆의 계 직원을 통해서 '도대체 왜 그러는지 물어 보라!'고 했더니, '감사하는 동안에 자주 와 보지 않았다나?!'
'기가 막힐 노릇이다!' 그러면 처음부터 '필요 없이 감사장을 드나들지 말라!'는 말이나 하지 말던지, 감사반장이 하는 말을 순진하게 믿었던 본인이 바보였다. 알고 보니, 감사반장이 반어법(反語法)을 사용한 것을 몰랐던 것이다.
본인은 '감사기간 외의 호출에는 응할 수 없다!' '더 이상 조사할 것이 있으면 감사계 직원을 보내서 조사하라!' '그러면 성실히 조사에 응하겠다!'고 했더니, 당시 S지방청 S감사반장은 노발대발하면서 '어디 두고 보자!'는 말까지 했다.
감사관의 지시를 받았던지, 나중에 감사계 직원을 보내서 문답서까지 받아내며 처벌하려고 애를 썼지만, 결론은 무혐의 처리를 할 수밖에 없었다.(마음만 먹으면 누구든지 처벌할 수 있을 것 같이 생각했겠지만, 무고한 사람을 처벌한다는 것이 그리 쉽지 않았던 모양이다.)
권위가 생명이라고 말할 수 있는 감사관실로서는 이 얼마나 체면 깎이는 짓인가?
감사기간을 정해서 피감사기관에 통보를 했으면, 그 기간 동안 기대 이상의 실적을 거두지 못했더라도, 깨끗하게 손을 떼고 '잘 되어 있다!'고 칭찬해 주는 것이 감사관실로서 권위 있고 멋있는 처사지, 외관상으로는 끝내는 것처럼 해놓고, 시간을 끌면서 계속 끈적거린다면 '다른 생각이 있어서 그런다'고 생각하지 않을 사람이 있겠는가?
예를 들어, 감사관실에서 감사를 실시한 결과, 납세자에게는 거액의 세금을 추징하도록 하고, 담당직원에 대하여는 징계요구(주의나 경고 포함)를 했다고 가정해 보자!
이에 대해 납세자가 조세심판원이나 법원에 불복을 제기해 승소를 얻어내고 나서, 자기가 입은 손해(소송비용 등)에 대해 정부에 배상을 요구한다면, 정부는 들어줘야 할 것이다.
아무리 질곡(桎梏)의 역사를 가진 우리 민족이지만, 이제는 정부의 횡포에 대해 더이상 참으려 하지 않을 것이고, 수인의무에도 한계가 있는 것이다.
또한 업무처리 담당자에게는 그가 잃었던 명예를 회복(징계처분의 취소 및 감사관의 사과문 발송 등)을 시켜줘야 할 것이고, 감사담당자에게도 상응한 조치(인사고과상 감점제도의 채택, 부적격자에 대한 퇴출 등)가 따라야 할 것이다.
금까지 감사관실에서는, 감사결과 추징세액에 대한 취소판결이 났음에도 불구하고 업무처리 담당자에 대한 징계처분(주의나 경고처분 포함)을 철회(撤回)해 주지 않았고, 부당한 행정처분을 하게 한 감사담당자에 대해서도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는 등 책임을 회피해 왔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고도 국세청의 감사관실에서는 책임행정을 구현하고 있다고 말할 자신이 있는가?
일부 세목을 제외하고는, 모든 세목이 정부 부과결정제도에서 자율 신고납부제도로 바뀐 이 마당에, 모든 항목을 감사대상으로 하는 실적위주의 비효율적인 정기 업무감사는 하급관서의 부당한 업무집행을 견제하는 차원에서 2∼3년마다 실시하는 것이 효율적일 것이고, 정보화 시대에 맞는 선택과 집중에 의한 기획 감사에 주력할 것을 권고한다.
효율적인 기획 감사제도의 시행으로 인해 남는 시간은 민원처리실태의 점검과, 정당한 사유 없이 6개월 이상 방치되고 있는 탈세 제보자료, 자료상 조사자료, 상속세 과세자료 등이 어떻게 하면 신속히 처리될런지나 부심(腐心)해 주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