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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하기 2025.07.06. (일)

서장학(署長學)은 일선 세무서 서장들에 관한 학문이라는 뜻인데, 서장의 위치에서 임해야 하는 운영철학에 대한 임의적 조어(造語)다.

 

정부 조직에서 국세청만큼 분명한 목적을 갖고 전국 조직망이 구축돼 있는 기관은 드물다. 국세청의 이미지는 일사분란함이다. 위에서 기획한 것은 어김없이 산골 일선 세무서까지 전달돼 그대로 수행된다. 따라서 일선 세무서장들은 사실 나름의 철학을 갖고 운영할 권한은 미미하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장학, 즉 일선 세무서장의 운영 철학에 대해 지적할 수밖에 없는 것은 서장의 마음가짐과 철학에 따라 직원들의 사기와 의욕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일선에 다니거나 이런저런 사람을 만나다 보면 그 차이는 확연하게 나타난다. 어떤 서장의 경우엔 직원을 비롯해 주변 사람의 칭찬이 이어진다. 반면에 어떤 서장은 그 서장을 아는 사람마다 비난 일색이다. 직원도 그렇고 관계된 모든 사람이 그러하다.

 

그런 차이가 왜 생길까? 비난과 칭찬을 넘나드는 경계는 의외로 단순했다. 직원에게 일을 잘 맡기는 서장은 칭찬을 받았고, 직원의 업무를 일일이 챙겨가는 서장들은 낮게 평가됐다.

 

그런데 묘하게도 이 경계가 그 서장의 인품 등 다른 분야까지도 비슷하게 맞아 들어간다는 것이다. 즉 직원에게 일을 잘 맡기는 서장은 인기가 많다고 한다.

 

그 직원을 대하는 태도의 차이에 대해 한 지인은 능력의 차이 때문이 아니라 의욕의 차이로 봤다. 오히려 열심히 하려는 의욕이 지나치다 보면 꼼꼼하게 챙기려 하고, 아랫사람이 해야 할 일마저 자신이 다 해버리는 경우까지 생긴다는 것이다. 대체적으로 이런 사람들에 대해서 직원들은 "피곤하다"고 규정한다.

 

某씨는 "직원들에 대해서 자유롭게 해주기보다는 일을 꼬치꼬치 따지고 직접 챙기게 되다 보면 직원들을 불편하게 하는 서장이 된다. 그들도 일을 열심히 한다. 그러나 너무 규정대로만 하는 경우에는 직원을 힘들게 한다"고 했다. 규정대로 하는 서장 케이스는 책임에 대한 두려움을 갖기 때문으로 업무에 대한 융통성이 전혀 없는 경우이다. 또 업무에 대해 어느 정도 범위를 정해주고 자율적으로 판단하고 일을 할 수 있게 해야 하는데 그런 여지를 없애는 경우도 피곤한 형에 해당된다.

 

직원의 자율을 어느 선까지 허용하느냐는 서장의 가장 큰 고민이 될 수밖에 없다. 사실 업무를 일일이 체크하는 것이 심적으로 더 편할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은 아랫사람의 능력을 사장시키는 못된 상사가 하는 일이라고 할 수 있다. 시키는 일만 하는 아랫사람들은 리더로서 전혀 성장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맡겨놓지 않아야 될 사안도 있다. 그래서 뜻있는 서장들은 당연히 자율의 허용범위를 놓고 고민하는 것이다.

 

직원이 행복해야만 조직이 잘 된다는 생각은 최근 떠오르고 있는 기업 경영론이다. 직원들을 행복하게 하는 일은 생각보다 간단하다. 자신의 능력을 인정받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직원 스스로 능력을 향상시키는 기회를 제공하고 그 능력이 잘 발휘될 수 있도록 해주는 상관이 필요하지 않겠는가. 거기에는 정답이 없다. 오직 서장의 경험과 스스로의 성찰로써 나름의 판단대로 이행해 나갈 수밖에 없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그런 고민의 흔적이 없는 상관을 둔 부하들은 불행하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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