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소비세는 '77년 7월 소비세 체계를 선진화하는 차원에서 부가가치세와 함께 도입되었다. 부가가치세가 일부의 생활필수품을 제외하고 모든 재화와 용역을 대상으로 10%의 단일세율로 과세하는 만큼 소득 대비 세부담률이 고소득층보다 저소득층에서 더 높아지는 역진성이 우려되었다. 세부담의 역진성은 소득분배에 악영향을 미친다. 이를 보완하고자 도입되었던 것이 바로 특별소비세이다.
특별소비세란 이름이 의미하듯이 30년전 당시에는 특별한 소비재와 소비행위를 대상으로 과세하는 특별한 소비세였다. 승용자동차, 대부분의 가전제품, 사행성 오락기구, 보석·귀금속 및 관련 제품, 휘발유, 경유, 요트, 경마장 입장행위, 과세유흥장소 등이 주요 과세대상이었다. 지금 생각하면 과세대상 중 거의 대부분이 생활필수품에 해당하지만 당시에는 보급률이 한자리 수에 불과한 귀한 품목들이었다. 귀한 소비재를 대상으로 과세하였던 만큼 사치세로서 손색이 없었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였다. 주로 고소득층이 소비하는 품목을 대상으로 특별소비세를 집중과세함으로써 부가가치세 부담의 역진성을 보완하기에 충분하였다.
시간이 경과하면서 전반적인 세율수준이 낮아지기는 하였지만 특별소비세의 과세대상 범위는 도입 초기부터 비교적 최근까지 원형이 큰 변화 없이 유지되었다. 과세체계와 과세대상에 큰 변화가 없었던 만큼 가전제품 등이 대중화되기 전까지 사치세로서 특별한 소비세란 이름에 걸맞는 기능을 수행하였다.
이처럼 귀하디 귀하였던 특별소비세가 언제부턴가 애물단지로 변하게 되었다. 시기적으로는 88 서울올림픽을 막 지나면서였다. 컬러TV, 냉장고, 에어컨 등 가전제품이 일상생활에 깊숙이 파고들었고 '마이카 시대'가 도래하면서 자동차가 불티나게 팔리기 시작하였다. 소득수준이 증가하여 대중소비추세가 확산될수록 특별소비세의 사치세 기능은 그만큼 위축되었다. 과세대상 범위는 그대로였지만 과세대상 자체의 성격이 바뀌면서 세부담 구조와 기능이 바뀌기 시작한 것이다.
90년대 중반이후 품목에 따라 특별소비세의 부담이 역진적인 경우가 발생하기 시작하였다. 특별소비세가 더이상 사치세로서 기능하기 어렵게 된 것이다. '97년말 외환위기가 발발하면서 소비가 급속히 위축되었다. 투자 및 소비지출이 급속히 감소하면서 경제 전반에 걸쳐 유효수요가 크게 위축되었다. 유효수요의 위축은 신용경색으로 촉발된 마이너스 성장세를 더욱 가속화시켰다. 따라서 위기탈출을 위해서는 유효수요의 증대가 절실하였다. 그 일환으로 소비진작의 필요성이 절실하다는 의견이 학계와 연구계에서 널리 제기되었다.
특별소비세의 과세대상 중 대다수가 이미 대중화되었던 만큼 특별소비세의 세율인하는 소비를 진작시키기에 안성맞춤이었다. 다만 경제위기의 한복판에서 과연 기대하였던 만큼의 효과가 나타났었는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지만 당시의 시대적 상황에 비추어볼 때 특별소비세 과세대상 범위의 조정이 적절하였음은 물론이다.
'99년에는 컬러TV, 냉장고, 세탁기 등 상당수의 가전제품이 과세대상에서 제외되고 에어컨과 승용자동차 등의 세율이 대폭 낮아지는 등 특별소비세의 체계가 대폭 개편되었다. 이를 통해 사치세로서의 특별소비세는 사실상 시한부 선고를 받게 되었다. 이런 변화는 소비패턴의 변화 및 대중화에 따라 초래된 세부담의 역진성을 완화하여 소득분배구조 개선에 긍정적으로 작용하였다.
한편 석유류에 대한 특별소비세는 다른 과세품목과 달리 세율 인상을 통해 오히려 과세가 강화되었다. 자동차 보급·운행의 급속한 증가와 유류 소비의 증대로 교통혼잡과 환경오염이 심화되었기 때문이다. 즉, 혼잡비용, 환경비용의 증가분을 조세체계내에 내재화함으로써 소비 억제를 통한 소비 억제라는 새로운 정책목표에 따랐기 때문이다. 유류 관련 특별소비세(교통세 포함)의 과세 강화는 이후 두차례에 걸친 에너지세제 개편으로 이어져 수송용 연료유 중심의 특별소비세(교통세) 세율인상으로 이어졌다. 다른 품목들은 소비가 대중화될수록 과세대상에서 제외되었지만 석유류의 경우에는 반대의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석유류에 대한 소비세 과세는 사치세의 의미가 아님은 물론이다. 교통혼잡과 환경오염이라는 외부 비용에 대처하기 위해 과도한 석유류 소비를 억제해야 할 필요성이 절실하였던 만큼 소비세 과세 강화를 통한 가격인상이 필요하였다. 석유류에 대한 특별소비세는 외부불경제 교정을 위한 조세로서 새로운 역할이 부여된 셈이다.
이상에서 보듯이 상반된 두 방향으로의 변화는 지난 30년간 특별소비세의 기능과 역할이 사치세에서 외부불경제 교정조세로서 변모하였음을 시사해준다. 더이상 특별한 소비세라는 의미는 찾기 어렵다. 그런데 아직 많은 사람들이 특별한 소비세라는 인식을 기억 속에 간직하고 있다. 이로 인해 특별소비세 전체가 시대착오적인 소비세처럼 인식되고 있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는 성경 구절이 있다. 특별소비세란 명칭은 환경세, 혼잡세, 에너지세 등으로 개명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다만 그런 명칭은 소비세의 탄력적 운영에 심각한 제약을 가할 수 있다. 그러므로 융통성을 갖출 수 있게 하기 위해 '개별소비세' 등과 같은 중립적인 의미를 지니는 명칭으로 개편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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