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은 징수기관이고 법 집행기관이다. 따라서 법에 따라 세금을 징수하면 그 의무는 끝이 난다. 이러한 대명제를 제외한 논의는 사실상 무의미할 수도 있다. 모든 세정은 '잘', '무리없는' 징수에 초점이 맞춰진다.
그런데 '잘'과 '무리없이'라는 것과 법의 엄중한 집행에는 분명히 간극이 있다. 그 틈새에서 일어나는 일이 사실 종종 무리가 된다. 국세청을 향해 '법대로 하란 말야'라는 무지막지한 주문은 그야말로 국세청을 피도 눈물도 없는 기관이 되게 만든다. 따라서 국세청 직원들은 이런 틈새에서 정말 고민하면서 판단해야 하는 위치에 있게 된다.
이 틈새에서 고민했다는 한 관리자의 말. "세무조사를 나갔는데 한 기업주가 창문을 바라보며 말없이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법 그대로 세금을 결정하면 회사를 더 이상 운영할 수 없게 되고 경험상 그는 분명히 자살하는 케이스였다"며 "과연 이럴 때 우리가 어떻게 판단해야 할 것인가는 정말 어렵고도 힘든 작업이다"라고 술회했다.
또 온 가족과 사원들의 생사가 달린 사업주들은 이런 틈새를 '목숨걸고' 파고든다. 한 국세청 직원은 이렇게 말했다. "그들은 정말 목숨걸고 달려든다. 그들을 막을 방법은 세상에 없다"라고 고백한다. 그들이 국세청의 한 직원을 요리하겠다고 마음먹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게 되고 직원들은 덫에 걸릴 수밖에 없다는 말이다. 이는 그 틈새에서 벌어지는 일이다.
이들은 이렇게 말한다. 이러한 틈새에서 나온 문제들에 대해 "직원 개인의 힘으로 막기에는 역부족이다"라며 따라서 "돈을 주겠다고 덤벼들 일이 없는 시스템이 절실하다"는 것이다. 그 시스템은 우선 뇌물이란 것은 생각할 수도 없는 사회적 인식이 전제돼야만 한다. 하지만 현실은 아직 그 인식이 무르익기를 더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다. 지금 처해 있는 상황을 있는 그대로 말한다면, 직원들은 '요리 대상자'에 찍히지 않기를 바랄 수밖에 없는 처지인 것이다.
결론은 이것이다. 국세청에 문제가 터질 때마다 비난을 멈추지 않는 '그들이' 먼저 뇌물이 통하지 않는 사회적 분위기가 조금이라도 앞당겨지도록 분골쇄신해야 한다는 점이다.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국세청 직원들은 언제나 위험에 노출돼 있고 언제 문제가 터질지 장담할 수 없게 된다. 이것이 얼마전 국세청이 잘해보겠다고 몸부림치며 내놓은 쇄신 정책안에 대해 불안한 심정으로 바라볼 수밖에 없게 하는 원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