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검색

구독하기 2025.05.28. (수)

기타

감사원 적발 세금낭비 백태. 제도개선 목소리 높아

공공기관 공무원들의 해외출장이 출장목적과는 동떨어진 '유람성'이거나 국내출장을 빙자한 예산따내기를 통해 이뤄진 것으로 드러나 자체감시 강화와 제도개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감사원이 지난 6월부터 한 달간 30개 공공기관을 상대로 실시한 '공무 국외여행 실태 감사' 결과를 18일 공개한데 따르면 공무원의 해외출장은 계획 수립에서부터 경비집행, 사후검증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문제점을 안고 있었다.

 

◇"오지말라" 통보받고도 외유성 출장 = 방문 예정 도시의 기관으로부터 방문 불가 사실을 통보받고도 관광성 출장을 가는가 하면, 해당지역에 해외사무소가 버젓이 있음에도 자료를 수집한다며 외유를 떠난 사례가 적지 않았다.

 

경기도와 산하 시.군 직원 53명은 작년 8월 3팀으로 나뉘어 열흘 일정으로 프랑스, 터키, 그리스를 방문할 계획을 세웠으나 방문도시의 '시청방문 불가' 사실을 사전 통보받고도 출장을 강행, 사실상 관광만 하고 돌아왔다.

 

다른 공공기관의 한 실장은 방문기관과 면담약속이 이뤄지지 않아 공식일정 이행이 불가능한데도 법령체계를 조사한다며 재작년 8월 영국과 독일 방문을 밀어붙였고, 또 다른 기관의 한 본부장은 작년 5월 선진국 제도조사라는 출장 목적 달성이 어려운 페루 잉카와 이과수 폭포 인근을 방문하기도 했다.

 

문화관광부에서는 2005년 5월부터 지난 3월까지 자료수집 차 21명이 13차례에 걸쳐 해외출장을 갔으나, 프랑스의 랑독 루시앙 7회, 아랍에미리트의 두바이 7회, 홍콩 5회 등 동일지역을 반복적으로 방문했다.

 

2005년부터 2년간 실시한 해외자료 수집 명목의 출장 72건 중 66건을 영국 런던 등 해외사무소가 있는 지역으로 직원들을 출장 보낸 공공기관도 있었다.

 

◇포럼 끝났는데..'포럼참석차' 출장 = 한국전력공사의 한 센터 과장은 작년 12월 국제기구에서 주최하는 포럼에 참석하기 위해 9일 일정으로 스위스와 벨기에를 방문했으나, 이 포럼은 출장 17일전에 이미 끝나 출장기간 내내 관광만 하고 돌아다닌 것으로 드러났다.

 

또 다른 기관은 직원 10명과 거래업체 직원 27명이 참여하는 워크숍을 지난 4월말 이틀 일정으로 일본 후쿠오카에서 열었으나 계획된 강의 7시간과 역사탐방 대신 강의는 90분만 듣고 이틀간 골프를 쳤다.

 

한 기관의 국장 등 4명은 2005년 10월 4개 기관을 견학하겠다며 미국과 캐나다를 방문했으나 1개 기관만 간 뒤 나머지는 관광했다. 특히 타 지역으로 이동해야 할 기간에는 인근 지역에 있는 자녀를 방문함으로써 계획된 공식일정마저 취소되기도 했다.

 

금융감독원의 경우 작년 해외 자료수집 및 단기연수를 떠난 107명 중 66명이 출장일정보다 1∼12일 일찍 출국하거나 늦게 귀국했다. 이들은 연차 보상금이 감액되지 않는 간병, 부모생신, 교육, 자기계발 등 특정사유의 휴가를 받아 출장지에 더 머물렀고, 이 기간 나이아가라 폭포 등을 관광한 직원도 있었다.

 

◇허위로 국내출장비 받아 해외로 = 가스안전공사의 한 실장과 상급기관의 관련 업무 담당자는 2005년 10월 자료 수집을 위해 용역업체 직원과 함께 8일간 캐나다를 방문했으나 여행경비 800만원은 모두 용역업체가 부담했고, 밴쿠버 시청 등 4개기관 방문 10시간 외에는 모두 관광을 즐겼다.

 

이 두 사람은 작년 7월에도 열흘간 자료조사 명목으로 프랑스와 이탈리아를 방문했으나 이 때에도 용역업체가 1천800만원의 여행경비를 냈다.

 

또 다른 공공기관 직원 4명은 올 1월 그리스 등 6개국을 관광하면서 산하기관에 5천만원을 부담지웠고, 그마저도 여비기준을 1천700만원이나 초과해 통역료나 개인여행 경비 등에 사용했다.

 

한 공공기관의 부기관장은 올 1월 열흘간 유관기관 소속 직원 2명과 총 5천700만원을 들여 이집트와 요르단을 관광했으나, 허위 국내출장을 내세워 3천만원을 타낸 사실이 적발됐다.

 

지방의회 의원의 외유성 해외시찰도 연례화하고 있는 것으로 지적됐다.

 

서울시의회 소속 의원 7명은 작년 1월 11일간 일정으로 선진도시 시찰 명목으로 그리스, 터키, 이집트 등을 방문했지만 방문 예정이었던 11개 기관 중 단 한 곳도 방문하지 않고 관광으로 일관했다.

 

서울시의회는 8개 상임위 간 합의에 따라 1년에 4개 상임위씩 격년제로 해외시찰을 실시하고 있으며, 시찰지역도 대부분 유명관광지로서 평균 10일의 일정 중 기관방문 등 업무성 공식일정이 있는 날은 평균 3일 정도에 불과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예산편성 단계부터 엄정관리해야 = 감사원은 해외출장과 관련한 공무원들의 도덕적 해이는 관광성 공무 국외여행이 관행화되어 있임에도 불구하고, 검증시스템 등이 부재한 데서 비롯된 것으로 판단했다.

 

항공권, 면담사진 등 검증자료 제출 의무가 없어 실제 일정의 사후 확인이 불가능하다는 것으로, 향후 국외 해외여행 이행 여부에 대한 검증장치 마련이 절실하다고 밝혔다.

 

또 현재 공무원의 해외출장에는 특정업무 수행과 시찰.연수 등 해외 연찬 성격에 이르기까지 이질적인 성격이 혼재되어 있으므로 이를 유형화해 예산편성 단계에서부터 엄정한 관리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이와 함께 각 기관별 심사위원회 설치를 의무화하는 한편 심사자료의 충실화를 위해 여행계획서 표준모델도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연합뉴스제공)

 

 

 



배너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