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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하기 2024.04.24. (수)

내국세

"성실신고확인제 제대로 작동하려면 세무대리인에 적정한 보수 줘야"

조세재정硏, 제57회 납세자의 날 기념 심포지엄

변혜정 국세청 납보관 “성실신고확인제도로 세무조사 부담 줄이려면

제도 신뢰도 높아야…책임에 걸맞는 비용받는 제도 마련 필요”

 

 

 


성실신고확인제도가 제대로 이뤄지도록 하려면 세무대리인의 책임에 맞는 적정한 보수제도가 마련돼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국세청 세무조사 부담을 줄여주는 세무대리인의 책임에 걸맞게 적정한 비용을 설정해 부실한 검증을 방지하기 위한 장치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은 9일 서울 은행회관 국제회의실에서 제57회 납세자의 날 기념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첫번째 발제자로 나선 홍범교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조세정책연구실장은 ‘2023년 한국인의 납세조사’ 결과를 토대로 2012년, 2015년과 비교해 납세의식 변화 추이를 짚었다.

 

국민 10명 중 6명은 납부한 세금과 비교해 정부로부터 받은 혜택 수준이 적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10명 중 7명은 탈세를 해도 발각될 가능성이 낮다고 답했다.

 

또한 국세청이 국민에게 필요한 행정서비스를 적절히 제공하고 있는지를 묻는 질문에는 54.6%가 ‘대체로 그렇다’, 18.9%는 ‘매우 그렇다’고 답해  73.5%가 긍정적으로 응답했다.
 

응답자 28.7%는 적발될 가능성이 전혀 없을 때 세금 납부 회피 의향이 있다고 답했으며, 특히 사업주·자영업자는 세금납부 회피 응답비율이 42.6%에 달했다.

 

권성오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조세정책연구실 부연구위원은 '국세 미시자료를 이용한 성실신고확인제도 분석: 개인사업자의 행태반응을 중심으로'에서 성실신고확인제도의 효과를 실증 분석했다.

 

분석 결과 개인사업자들이 성실신고확인제도 대상자가 되지 않기 위해 수입금액을 줄이는 경향을 보여 성실신고확인제도가 과표 양성화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비노출현금거래 등 기타 매출을 조정해 총수입금액을 줄이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고은경 한국세무사회 부회장 "복잡한 세제는 납세불응 원인"

"상용근로자 간이지급명세서 매달 제출 등 불필요한 자료 제출 줄여야"

 

이재면 기재부 조세정책과장 "제도 도입·개정때 구체적인 사례 제시해 납세자 이해 돕겠다”

 

이날 토론에는 이준규 경희대학교 경영대학 명예교수의 진행 아래 고은경 한국세무사회 부회장, 변혜정 국세청 납세자보호관, 신승근 참여연대 조세재정개혁센터 실행위원, 이재면 기획재정부 조세정책과장, 이철인 서울대학교 경제학부 교수, 장근호 홍익대학교 상경대학 교수 등이 참여했다.

 

토론자들은 납세의식 개선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세금과 관련 없는 자료 제출의무 최소화, 조세입법에 대한 불만 해소, 고학력자일수록 낮은 납세의식 등의 문제를 개선해야 한다는 추가의견을 제시했다.

 

경기침체 심화·고령화로 재정압박이 심해져 세금부담이 광범위하게 늘어나면 국민들의 인식이 비판적으로 바뀔 것을 우려하는 시각도 있었다. 

 

고은경 한국세무사회 부회장은 “과거에 비해 납세의식은 긍정적으로 개선됐지만 우리나라는 세금이 많고 각종 공제가 세제를 복잡하게 하고 있어 납세불응의 원인이 된다”고 진단했다.

 

또한 “다양한 사업환경 변화로 인해 새로운 유형의 소득이 발생하고 있는데 현행 법해석상 차이, 사실 판단 차이로 인해 의도하지 않은 탈세가 일어나기도 한다”고 봤다.

 

특히 납세협력 부담이 높으면 납세의식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설문조사 결과를 들며 “납세의식을 높이기 위한 방법으로 세금과 관련 없는 자료 제출의무를 최소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상용근로자 간이지급명세서의 매달 제출은 원천징수의무자에 과도한 자료 부담의무를 지운다고 비판했다.

 

이외에도 납세자들이 세무사로부터 성실신고확인을 받으면 과세관청으로부터 일반적인 세무조사를 받은 것과 같은 효과가 있는 만큼 성실신고확인비용 세액공제 비율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세무대리인이 종합소득에 포함되는 국외소득이 있는 사업자의 성실신고를 확인하는 경우는 현실적으로 많은 어려움이 있는 점도 문제삼았다.

 

그는 "조세심판원은 국내 세무대리인이 성실신고확인 여부를 검증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국외원천 수입금액을 포함해 성실신고확인대상자로 판정했던 과세처분에 대해 성실신고확인대상자 판정시 국외원천 수입금액은 제외하고 판단해야 한다고 심판결정(조심 2019서2517, 2018. 4. 20)했다"며 "성실신고확인대상자 판정시 국내원천 수입금액만으로 판단한다는 소득세법 제70조의2 개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헀다.

 

변혜정 국세청 납세자보호관은 “세무대리인에 성실신고확인을 받으면 세무조사 부담이 줄기 위해서는 제도에 대한 신뢰도가 높아야 한다”며 “세무대리인이 세무조사 부담을 줄여주는 세정협조자로서 적절한 기능을 하기 위해 책임에 맞는 적정한 비용을 받을 수 있는 제도가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신승근 참여연대 조세재정개혁센터 실행위원은 “세금을 정직하게 납부하지 않은 것에 대해 사회적 지탄이나 처벌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보는 인식이 높은 것은 아직 과세되지 않은 금융소득종합과세, 부동산 과세에 대한 국민들의 불만이 반영된 것”이라고 봤다.

 

조세행정 뿐만 아니라 조세입법에 대한 불만이 반영됐다는 설명이다. 그러면서 “국민들에게 형평성에 대한 믿음을 주지 않으면 조세행정은 제대로 추진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특히 “세금을 누가 내느냐가 가장 중요하다”며 “예전에 반복됐던 중산층 증세로 부자감세가 이뤄지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재면 기획재정부 조세정책과장은 “직접적·일률적으로 규제하기보다 큰 기준을 조세제도에서 담아주고 세부적·실질적인 타당성을 구현할 수 있도록 여지를 주는 것이 조금 더 선진적이고 합리적인 제도”라고 밝혔다.

 

그는 “불필요하게 제도를 복잡화하는 과정에서 투명성 저하 등의 여러 가지 작용이 야기되는 것은 지양돼야 한다”고 세제 단순화 필요성에 공감했다.

 

그러면서도 “제도 선진화 과정에서 조금 복잡하더라도 제도 자체가 좀더 논리적·합리적이고 정확성이 높다면 오히려 더 알기 쉽고 이해 가능성·가독성이 높은 제도일지 고민된다”며 “제도 도입 또는 개정때 구체적인 사례 등을 제시해 납세자들의 이해와 활용을 돕겠다”고 밝혔다.

 

이철인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납세의식 설문조사 결과에 대해 “앞으로 재정압박이 심해지면 세금부담이 광범위하게 늘어날 텐데 국민들의 조세행정을 바라보는 시각이 더욱 날카로워질 수 있다”고 봤다. 그러면서 “달라진 상황에 대한 이해를 하고 특히 재정건전성·재정 운영의 관점에서도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장근호 홍익대 상경대학 교수는 "설문조사를 보면 우리나라는 교육수준이 높을수록 납세의식이 낮은데 비해 OECD국가들은 교육수준이 높을수록 납세의식이 높다. 우리나라가 다른 OECD국가와 달리 고학력자일수록 납세의식이 낮다는 것은 생각해야 할 과제다"고 짚었다.

 

그는 "낸 세금에 비해 받는 혜택이 많다는 응답은 4~5%에 불과한데 근로소득세 면제자 비율은 37%에 달한다. 세금을 내지 않는 비율이 응답비율보다 높은 것은 우리나라의 세금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의 경우 4월 세금신고할 때 정부에서 책자를 준다. 이 책자를 토대로 내가 내는 세금을 계산해야 한다. 불편은 있지만 직접 계산하면서 자신이 세금을 얼마나 내는지 교육효과가 있다"면서 세금신고 편의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가는 것이 맞는가에 대한 의문을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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