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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하기 2025.05.26. (월)

[취재파일]全 국세청장은 포청천

 

지난달 15일 국세청장실에는 '만년 직원의 신분을 벗어나, 관리자의 반열'에 들어선 126명의 사무관 승진자들이 꿈에 그리던 임명장을 받기 위해 일렬로 늘어섰다.

 

너나없이 '가슴엔 한없는 뿌듯함'을 간직한 채, 그리고 '어깨는 똑바로 곧추세워' 국세청에 입문한 이후 가장 근사한 포즈로 생애 최고의 선물을 받았다.

 

그러나 조직 기여도가 큼에도 '54년이전 출생이라는 설득력 없는 이유(?)로 승진문턱에서 쓰라린 고배를 마신 6급 고참직원들은 '청천벽력'과도 같은 승진탈락 소식에 땅이 꺼져라 한숨만 토해냈다.

 

그러면서 '님을 향해 끝없이 원망과 신세타령'을 연신 쏟아내는 등 승진자 126명과 극명한 대조를 이뤘다.

 

사실 사무관 승진이 국세청 정원의 97∼98%을 점유하고 있는 일반 직원에겐 평생소원이자, 꿈이다. 그래서 타부처 공무원과는 여러가지 측면에서 사뭇 다르다. 이른바 과거 조선시대 장원급제(壯元及第)와 비유될 정도로 명예(名譽)와 자부심(自負心)을 한껏 향유할 수 있는 그런 막중한 보직이 바로 사무관 승진이다.

 

'53년생, 심지어는 '52년생 중에도 조직기여도가 뛰어나다든가, 타의 모범이 되고, 누가 봐도 손색없는 실력을 보유한 유능한 인재(人才)가 적지 않다.

 

그런데 단지 '53년이라는 이유'만으로 그것도 획일적으로 칼로 무 자르듯 매정하게 잘라 이들을 '산송장'으로 만들고야 만 것이다. 아마 모르긴 해도 승진탈락자들은 태어나서 가장 서럽고 억울한 통한의 눈물을 여지없이 쏟아냈을 것임은 쉽게 짐작된다.

 

특히 이들 승진탈락자들이 가장 서러운 점은 자신을 아는 주위의 따가운 시선을 피할 수 없어 심리적 공황상태를 면치 못한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그러기를 한 달여가 지난 시점에서 이들 승진탈락자들에게 한 줄기 희망의 불빛이 밝혀졌다. 전군표 국세청장이 " '53년 출생자를 비롯, 그 이전 출생자에 대해 사무관 승진의 기회를 주겠다"고 선포한 것이다.

 

이를 두고 세정가는 전군표 국세청장이 포청천과도 같은 명판결을 내린 것으로 평가하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승진에서 탈락의 고배를 들었던 '54년생이전 6급 고참직원 다수는 일생일대 가장 중요한 순간에 지옥과 천당을 오간 셈이 됐다. 아무튼 전군표 국세청장의 '54년이전 출생자에 대한 사무관 승진기회 부여 결정은 명판관 포청천의 결정에 비유해도 전혀 손색이 없는 참으로 잘된 조치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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