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같은 경제계의 주장은 최근 중국산 기생충알 김치와 말라카이트그린 생선문제로 관련 산업이 된서리를 맞은 가운데 소비자 피해에 대해 정부나 일부 의원을 중심으로 단체소송이나 집단소송을 도입하는 법률안의 제·개정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대한상의를 비롯한 중기협, 전경련, 경총, 무역협회 등 경제5단체는 최근 국회 재경위, 보건복지위, 법사위 소속 국회의원 60명에게 단체소송 및 집단소송제 도입에 반대하는 내용의 건의서를 보내고 국회에서 소비자보호법안 등 관련법안을 심의하는 과정에서 제도의 손익을 따져 신중하게 입법해 줄 것을 요청했다.
특히 경제계는 집단소송제가 도입될 경우 책임소재를 가리기 어려운 우발적 사태나 검증하기 힘든 유해성 시비에 기업들이 휘말려 공신력있는 회사들도 한순간에 도산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와 관련 재계의 한 관계자는 "실제로 참여연대가 지난 2003년 1월 발생한 인터넷 대란을 이유로 인터넷 가입자 1천586명을 대표로 해 6개 인터넷 서비스업체를 상대로 1인당 5만원씩 약 8천만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공동소송을 제기한 적이 있었다"고 지적하고, "만약 이 사건에 집단소송제가 적용될 경우 소송참가자는 국민 4명당 1명 꼴인 1천57만여명, 소송가액은 무려 5천286억원을 넘게 된다"며 집단소송제 도입을 우려했다.
또한 이 관계자는 "얼마전 법원(法院)은 지난 2004년 3월 폭설로 인한 고속도로 마비사태로 고립됐던 피해자 566명이 도로공사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1인당 30∼50만원씩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린 적이 있다"면서 "이 사건도 집단소송이 허용됐다면 도로공사는 당시 2만여명으로 추정되는 피해자에게 총 80억원 가량을 배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같이 집단소송이나 단체소송이 현실화될 경우 기업 경영에 부담을 주고 사회적 혼란이 야기될 것이 분명하다는 게 경제계의 주장이다.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7개 집단소송, 단체소송 도입 법률안을 보면 소비자 보호법안 중 ▶정부 소비자 단체소송 도입 ▶박영선 의원(열린우리당) 소비자 단체소송 도입(단 소송제기요건 더욱 완화) ▶이상민 의원(열린우리당) 소비자 집단소송 도입 ▶심상정 의원(민노당) 소비자 집단소송 및 대표단체소송 도입 등이다.
또 식품안전기본법안과 관련 ▶고경화 의원(한나라당)·김선미 의원(열린우리당) 식품 집단소송 도입 등과 집단소송법률안과 관련해 ▶최재천 의원(열린우리당)이 모든 분야에 집단소송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입법안을 제출한 상태다.
경제계는 집단소송이 제기된 기업은 사실 여부와 무관하게 매출 급감, 신용도 하락 등의 피해를 입게 될 것이고, 설령 진실이 밝혀져도 손해를 회복할 길이 없다고 전제하고 이에 대한 대안을 제시했다.
즉 ▶집단분쟁조정을 신청할 수 있는 소비자단체를 소비자보호원 등 공신력 있는 단체로 제한하고 ▶해당 기업이 여론재판에 노출되지 않도록 분쟁조정을 신문 등을 통해 공고할 수 없도록 하며 ▶미리 정해진 당사자에 대해서만 분쟁조정을 하도록 하고 ▶조정에 참가하지 않은 자에 대한 보상계획서를 작성토록 한 규정을 삭제돼야 한다는 것이 그 골자다.
한편 경제계는 정부가 새로 도입하려는 집단분쟁조정제도에 대해서는 조건부 찬성의견을 내놓으면서 이같은 대안을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