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공무원에게 세무청탁을 했던 납세자들이 오히려 강도높은 세무조사를 통해 탈루세금을 추징당하는 등 이른바 '혹 하나 떼려다가 혹하나 더 붙이는 꼴'이 됐다.
국세청은 소속 직원에게 금품을 제공한 납세자 14명에 대해 강도높은 세무조사를 실시해 259억원의 탈루세금을 추징하는 한편, 납세자와 공무원 사이에서 금품수수를 중개한 세무대리인 15명을 재정경제부에 통보해 중징계를 받도록 했다.
국세청 관계자는 "세정혁신의 주요 목표 중 하나인 '납세자가 신뢰하는 깨끗한 국세청'을 구현하기 위해 이같은 청탁과 로비가 통하지 않는 각종 시스템을 구축해 나가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이용섭(李庸燮) 국세청장은 지난해 10월 전국경제인연합회, 대한상공회의소, 한국경영자총협회, 한국무역협회,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 등 경제5단체의 회장들과 한국세무사회 및 한국공인회계사회장 등 7명에게 협조서한을 발송했다.
李 청장은 서한에서 "기업들이 오로지 경영에만 전념하는데 도움이 되고자 하는 국세청의 간절한 뜻을 전하고 싶어 이 글을 올린다"고 전제한 뒤 "국세청은 다양하면서도 강도높은 부조리 척결대책을 시행하고 있으나 온정주의 풍토가 퍼져있는 우리의 현실에서는 국세청의 제도개선 노력이나 국세공무원들의 청렴의지만으로는 세무 부조리를 근절하는데 한계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李 청장은 "앞으로 금품을 받은 국세공무원에 대한 엄정한 처벌은 물론이고 금품 제공이나 청탁을 하는 기업에 대해서도 강도높은 세무조사를 실시해 '주지도 않고 받지도 않는 납세문화'를 정착시켜 나가려고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경제단체들은 李 청장의 서한에 대해 적극 환영의 뜻을 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이같은 국세청의 조치는 '금품제공 납세자 특별관리규정'에 따른 것으로 국세공무원에게 금품을 제공하는 기업이나 납세자는 우선적으로 세무조사를 실시토록 규정하고 있다.
국세청 규정에 따르면 금품 제공 납세자의 적용범위는 직·간접적으로 금품을 제공한 경우이며, 전제조건은 직무 관련이 있어야 한다.
이때 국세청으로부터 특별관리대상자(금품제공 납세자)로 선별되면 법인의 경우 5년, 개인의 경우 3년간 사후관리를 받게 되며, 경우에 따라서는 조세범칙조사까지 받을 수 있다.
또한 세무사, 회계사 등 세무대리인도 세무청탁과 연류가 됐다면 조사대상자로 선정돼 강도높은 세무조사를 받게 되고 각 단체의 징계를 요구할 수 있도록 규정돼 있다.
그러나 국세공무원에게 금품 제공을 했더라도 부패방지법(제25조) 신고규정에 따라 자발적으로 신고한 납세자에 대해서는 조사대상에서 제외토록 규정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