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럴 때 양보하고 물러서는 형 쪽에선 불만스런 기분으로 불멘 소리로 할 수 있는 표현이 '형편(兄便)없는 세상'이다. 우스개 소리, 넌센스 문답이라고 한다면, 정확하게는 형편(形便), 그러니까 일이 되어가는 모양 또는 결과로서 '형편(살림살이)이 딱하다. 일의 결과가 매우 좋지 못하다'는 등으로 비슷한 뉘앙스를 풍기고 있다. 또 유사한 뜻으로는 형편(衡平) 이라는 표현도 있는데 '정의(正義)의 구체적 내용'이라고 사전이 풀이하고 있다.
우리 사회 주변에는 이렇게 형·동생으로 비유해서 볼 수 있는 관계들이 많이 있다. 예를 들면 대(大)기업과 중소(中小)기업과의 관계 노사(勞使)관계, 직장(조직사회)에서의 상하관계, 선후배 관계, 경제적으로 요즈음 많이 이야기하는 소득계층간의 갈등관계 등등이다.
대표적으로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관계에 대해서는 정부 또는 경제단체 등이 중소기업들의 자본·인력·기술 등이 대기업에 비해 크게 떨어지므로 법령을 정하거나 관행을 형성하는 과정에서 중소기업을 보호하고 대기업들이 양보해야 하는 내용들을 많이 정하게 되는데, 이 경우 대기업들이 불만스럽게 '형편(형평)없는 결정(세상)'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어른들 앞에서는 형이 양보하는 듯하지만, 어느 때 아무도 없는 곳에서는 동생들을 한대 쥐어박듯이 중소기업들은 제도(어른들)가 자신의 편이라도 언제 대기업(형들)의 횡포(?)가 나올런지 좌불안석(坐不安席)인 경우도 많이 있다고 한다.
그러므로 너무 비현실적이고 일방적인 조치는 서로에게 바람직하지 않다고 판단하고 있다.
건전한 노사관계도 요즈음 우리사회에서 중요한 화두(話頭)가 되고 있다.
예전(80년대이전)에는 경제적인 강자(형)인 기업주(企業主) 위주의 노동법이었으므로 80년대말이후에 대대적인 법개정이 이뤄졌는데, 이번에는 그 내용이 너무 근로자(동생)편으로 정해졌다고 일부에서는 '형편없다'고 불만하는 소리가 들려오고 있었다.
90년대에는 그야말로 사용자측을 편(便)드는 쪽이 없었으니 고독한 싸움을 했었던 것인데, 차츰 노동자측이 지나치다 싶어지면서 형편을 맞춰갔던 것이다.
우리나라 경제사정으로도 그야말로 형평을 이루는 개선과 바람직한 전통이 자리잡아 건전한(우애있는) 있는 노사관계(형제애)가 형성되도록 기대하고 있다.
세금부담에 있어서도 형(兄)에 해당하는 비교적 모범적인 계층, 성실하게 신고 납부하는 납세자들을 대상으로 세율을 높인다든가 하는 비교적 손쉬운 조치를 하는 것보다는 누구나 얼마간의 세금을 기본적으로 함께 낸다는 국민개세(國民皆稅)의 원칙으로 납세의 저변을 확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들이다.
일반적으로 경제력 등 능력이 떨어지는 계층(동생들)의 수자가 선도적인 역할을 하는 강자(형)보다 훨씬 많기 마련이어서 선거를 의식하는 정치적인 감각으로는 일방적으로 그들 편으로 기울어지는 성향을 보이게 된다. 예전에 선진국 수준에서 잘 나가던 남미의 어느 나라도 일방적으로 저소득계층의 보호조치를 일관하다가 후진국 대열로 떨어진 사례도 있었던 것이다.
요즈음 우리 주변에 쌓여있는 계층간의 갈등들이 여러 가지 정책수립과정에서 장기적인 시각으로 형편(또는 형평)있는 세상이 되도록 풀려나가기를 기대하는 마음이다.
형편없는 세상은 누구도 원치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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