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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하기 2025.06.22. (일)

기타

[문예마당/寸鐵活仁]故鄕은 시골이 좋아

늘 푸른 따뜻한 追憶이 있다


 

초여름 더운 날 도시(都市) 주택가(住宅街) 비좁은 골목길에 옹기종기 모여 앉아 놀고 있는 빈곤층(貧困層) 어린애들을 보면 몹시 측은(惻隱)한 생각이 든다.
그 순진한 어린 것들이 매일 같이 보고 듣고 하는 일이 무엇일까를 생각해 본다.

나이든 아이들(愚惡한 어른도 포함)의 온갖 상소리와 어린 여학생들까지 주먹질을 하는 도시의 거리풍경. 생활은 쉽지 않으면서 자가용 차를 타야 하고 생계문제로 부모가 자주 다투는 꼴이나 보고 울며 자라는 도시속에 있는 서민가정의 아이들. 도시의 빈민가(貧民街)에서 하루종일 자동차 소음과 먼지를 뒤집어 쓰고 자란 굶주린 어린애들이 커서 어른이 돼 어떠한 추억에 잠길 것일까?

비애(悲哀)와 사회에 대한 한원(恨怨)의 마음이 이 세상 모든 부귀(富貴)를 까닭없이 미워하는 심독(心毒)으로 변성(變性)하기 쉬운 것이니…. 우려와 상심(傷心)의 정도를 넘는 빈부 양극화(貧富 兩極化)는 필경 사회불안(社會不安)의 큰 요인(要因)이 되고 징크스(不吉物)가 되는 것이다.

고향산천은 말이 없다. 하지만 한그루의 나무나 들꽃, 무심히 흐르는 시냇물도 우리에게는 어린 시절의 갖가지 추억을 되새기게 하는 귀중한 온고(溫故)의 손짓인 것이다.

아침저녁의 '러시아워'속에서 이리 밀리고 저리 쏠리고 하면서도 우연히 차창 밖으로 보이는 푸른 하늘과 초록빛 먼산을 바라볼 때 두고온 고향 모습이 눈앞에 떠오를 것이다. 이렇게 고향산천과 옛친구들을 머리속에 그려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훈훈해진다.

도시생활 20년이 다된 지금도 나는 겨우 30리 밖에 있는 고향마을을 생각할 때면 문득 진(晋)나라의 대시인 도연명(陶淵明)의 귀거래사(歸去來辭)에 담긴 뜻을 헤아려 본다.

그가 팽택(彭澤)의 현령(지금의 군수)로 있을 때 그곳의 신임 장관(長官)이 속대(束帶=관을 쓰고 띠를 맴·예복)을 하고 큰절을 하라는 말에 분개해 "내 어찌 오두미(五斗米)의 하찮은 봉록(俸祿=월급) 때문에 허리를 굽히고 소인배(小人輩)에게 큰절을 하랴"고 관직을 내던지고 고향으로 돌아와 집안에 서 있는 한그루의 '노송(老松)'을 어루만지며 그 곁을 떠나지 못하고 머뭇거렸다는 '무고송이반환(撫孤松而盤桓)'이라는 귀절(句節).

필자도 젊은 시절 그와 흡사(恰似)한 사연으로 공직을 내던지고 귀향(歸鄕)한 바 있어 천여자(千餘字)에 이르는 중국 육조(六朝)의 명문(名文)인 '귀거래사'를 암송(暗誦)하려 했지만 치인유급야당수(痴人猶汲夜塘水^어리석은 자가 밤이면 또 못물을 품고 있네)로 마냥 헛수고에 그쳤고, 가끔 그때 생각이 떠오르면 마을 앞에 연당(連塘=연못)이 있는 고향마을을 찾아 그 못 안에 있는 선친(先親)이 지으신 수중정자(水中亭子)에서 더운 여름날의 하루를 보낸다.

그때 읊은 무시(蕪詩) 1편(片)
홀생양풍(忽生凉風) 갑자기 서늘한 바람
만입정상반일과(漫入亭上半日過)
부질없이 정자에 올라 한나절을 보내니
홀생양풍석양지(忽生凉風夕陽知)
갑자기 이는 서늘한 바람으로 적양됨을 알았네
엽홍운홍락휘홍(葉紅雲紅落暉紅)
지는 햇빛 받아 잎도 붉고 구름도 붉고 지는 해도 붉은데
당애창화유완연(塘涯菖花惟婉姸)
못가에 피는 창포꽃이 홀로 부드럽고 곱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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