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단지에 고래들이 살고 있다 노상 주둥이를 벌리고 닥치는 대로 먹어치우는 포식자다 이른 저녁부터 시작한 식사는 밤늦도록 이어진다 자동차를 통째로 집어먹고 가시만 하나 둘씩 뱉어낸다 열한시 십일분 여우고래가 눈에 불을 켤 시간 고래고래 악 지르며 노래 부르던 또 한 마리 먹이가 꾸르르륵 모가지를 넘어 침침한 위장 속으로 빨려 들어간다 모나지 않게 살라하지만 더러는 가시가 되어야 하나보다 손가방 하나 겨우 챙겨 나온 가시만 또 내뱉는다 그것도 잠시 위안일 뿐 다른 고래 입 속으로 이내 빨려든다 사람들은 고래 뱃속에다 꿀을 자꾸 물어 나른다 마치 제 것인 양 착각하며 낙타고래 목구멍에 빗장을 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