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네 소식 들을 수 있었다 우리가 더는 만나지 못하고 귀뚜리가 몇 번의 가을을 울었지 그건 새벽 안개 때문이었다 밤새 남매지 깊은 곳에 웅크렸다가 순식간에 삼나무 숲을 삼켜버렸지 우리들의 희망 우리들의 절망은 이슬 흐르는 잔디처럼 탱탱하였으므로 속절없이 저무는 저녁엔 정말, 어찌할 수 없었지 어차피 새벽은 걷히기 마련 생채기에 앉은 딱지처럼 네 소식에 언듯언듯 마음이 아프구나 차라리 그 새벽 길 나서지 말 것을 상처 입은 네 마음 진심으로 마주 볼 것을 귀뚜리가 새벽까지 우는 날이면 가장 먼저 서리맞는 잎처럼 빨갛게 뒤치겠구나 밤새 별에 찔려 눈이 빨개진 나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