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뒤뜰에 감꽃이 진다
저 혼자 피었다 외로워진다
너댓 살 계집아이 볼 같은 꽃잎
가만히 들어 보면
뒤뜰로 열린 툇문 사이로
톡톡 떨어지는 감꽃을 받고 선
장독대가 보이는 듯 하고
가만히 귀 대어 보면
뻐꾹새 소리도 제법 선명해 지는데
겨울난 곡식 다문다문 이고
오일장 보러간 할매는
여태 어물전 앞에서 서성이는게지
재 너머 굽은 고춧대 안스러워 추스르는게지
열매 닮아 떫은 꽃잎 받아먹으며
꽃잎 닮은 눈물 맺힌 단발머리 계집아이
초여름 오후는
할매 허리춤에 찬 엿가락처럼 늘어져
유년의 장막처럼 소나기 내리고
이제 주인도 없는 뒤뜰에
감꽃 저 혼자 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