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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하기 2025.06.22.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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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예마당/稅政詩壇]숲 속으로

-강흥수(영등포서, 詩人)


라일락 향기에 취하여 빠져드는
연두색 숲길
벚꽃은 흐드러지게 피어 있고
새소리조차 경쾌하여라

꽃들은 아름답다 하는 이 없어도
제 스스로 만발할 줄을 알고
나무는 때에 맞추어 잎사귀를 드리우거늘
나의 꽃은 언제나 피어날는지
봄은 이미 왔다 갔는가
주름살 깊게 패이며 추스리는 마음
시도 때도 없이 주저앉누나

잡초 같은 인생길이라 깨달은 지 오래건만
터벅대는 자갈길 숨은 턱턱 막혀 오는데
스스로 흥겨운 숲 속 향연에
길게 드러눕는 희미한 내 그림자

꽃도 지고 낙엽도 지고 눈보라 휘돌아
세월 속 봄날들은 오늘처럼 화려하련만
뒤틀리며 말라가는 나의 삶은
이 세상 다하고 저 세상에 가면
고향집처럼 봄이 기다리고 있을까
화려한 것은 화려한 대로
초라한 것은 초라한 대로
되풀이되는 것은 아닐까

라일락 향기에 취하여
벚꽃에 취하여
비틀거리며 간다
기다릴 이도 없고
찾을 것도 없는 숲 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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