덫이다! 아날로그의 시간 속에 갇히는 거다 동네 줄초상 내던 유독가스를 마시며 한 저녁 路毒을 푸는 거다 새의 다리처럼 몸 속에 가두었던 기억들 무청같던 시절이 시퍼렇게 새겨진 화석을 돼지갈비와 함께 석쇠 위에 올린다 릴케를 굽고 뭉크*까뮈를 굽다가 소주 몇 병 털어 넣고 어깨가 삐딱해지면 초승달 밤 억새 밭의 첫키스를 굽고 순자의 새가슴 뽕브라쟈를 굽고 드럼통이 된 애란이 엉덩이를 굽는다 쌈장 같은 세속의 언어를 눙쳐 씹는다
봐라, 봐! 벌겋게 달아오른 석쇠 위에 기름 밀어내며 둥글게 몸을 말아들이는 흑도야지 붉은 살점들, 그리움이라는 소스에 발효된 내 마음의 고샅길이 삐뚤삐뚤 비포장으로 까맣게 타들어간다 창밖에는 철 지난 눈발이 기웃거리고 스물 두 개의 혀를 널름거리는 불꽃 구멍구멍 파르라니 순정하다 그래, 구멍도 맞아야 불을 당기지 않느냐 옹이지지 말고 잘 맞대고 사는 거다 하얗게 태워보는 거다 헌데, 집게 들고 다가온 조개탄 같은 녀석 잘 타는 연탄불을 슬쩍 틀어놓는 것이 아닌가 *이뭣고! *(습마물임마래 : 무엇이 어떻게 이렇게 왔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