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엄마는 공인중개사입니다. 약 3년 전에 갑자기 목표를 세우시더니 잠자는 시간, 밥 먹는 시간 아껴가며 공부하신 끝에 당당하게 자격증을 취득하시고는, 지금은 새마을금고 맞은편 건물에서 부동산을 운영하고 계십니다.
공인중개사로서 일할 때에는 어느 누구보다 기쁜 마음으로 임하십니다. 큰 마음을 먹고 자신의 주거지를 변경하러 오는 손님들을 위해 손님의 여건에 맞는 여러 가지 매물들을 정성껏 설명해 드려, 서로의 마음에 맞는 물건을 찾아 계약서를 쓸 때, 자신의 이름이 박힌 도장을 찍으시고는 얼마나 흐뭇해 하시는지 저는 잘 알고 있지요.
카드 빚이다, 뭐다 하여 카드회사들이 주부들에게 카드를 만들어 주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는 요즘 시대에 무슨 차별을 하냐며 씁쓸해 하시던 때, 공인중개사 자격증을 취득하신 분이라면 만들어 드릴 수 있다던 말을 들으시고는 또 한번 공인중개사가 되기를 잘했다며 자신의 직업에 강한 자부심을 느끼신 것도 저는 잘 알고 있답니다.
그런 엄마가 공인중개사라는 직업의 일을 하시면서 처음으로 손님과의 대화도중 목소리를 높이신 것은 철없는 제가 학교를 마치고 더운 여름에 음료수라도 얻어먹기 위해 사무실을 찾아갔을 때였습니다. 어른들의 싸움이니만큼 아무리 말싸움이라 하더라도 분위기가 살벌, 무서운 것은 사실이기에 저는 작은 음료수병을 손에 들고 가만히 의자에 앉아 들려오는 소리들을 애써 무시하며 음료수에 집중한 채 조금씩 조금씩 입으로 흘려보냈습니다.
몇분이 지나고 어린아이인 저를 의식한 건지, 말싸움에서 밀린 것인지 손님은 다음에 다시 연락하겠다는, 별로 신빙성이 없는 말을 하고는 나가셨습니다.
"다운 계약서란, 토지와 건물 같은 부동산을 팔았을 때, 즉 양도하였을 때 나는 이익에 대한 세금인 양도소득세를 줄이기 위해 실거래가를 낮춰서 신고하는 것으로, 절대 올바른 방법은 아니지만 개인의 측면에서 국가에 내는 세금을 조금이라도 덜 내기 위한 임시방편이지."
세금에 대한 것이라면 저도 학교에서 들어 잘 알고 있습니다. 국민들이 각자의 능력만큼 공평하게 돈을 나누어 내는 것으로 크게 나누었을 때 중앙정부의 살림에 사용하는 국세와 지방자치단체의 살림에 사용하는 지방세로 나뉩니다. 엄마가 말씀하신 양도소득세는 국세에 속하는 것 같습니다. 국민들이 조금씩 낸 세금들이 모여 가난한 사람들의 따뜻한 한 끼 밥이 되기도 하고, 지친 사람들을 위한 휴식처인 공원 등이 되기도 하며, 걱정 없이 걸을 수 있는 탄탄한 도로, 다리가 되기도 한다고요. 또 아픈 사람들이 제대로 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비용의 부담을 줄여주기도 하지요. 그밖에 사회질서를 유지하고, 나라를 지키는 등 국민들을 위해 세금은 매우 광범위한 곳에서 쓰이는 것이지요.
그리고 이렇게 우리가 편히 의자에 앉아 공부를 할 수 있는 것도 모두 세금 덕이랍니다.
"학교에서 세금을 내는 것은 국민들의 4대 의무 중 하나라고 들었는데 어째서 조금 내려고 그런 일을 하는 거예요?" "액수가 커서 큰 부담이 된다고 생각하니까 그런 것이겠지. 세금을 내야 국가가 더욱 발전한다는 것은 모두들 알고 있지만, 자신에 대한 일에서는 이기주의가 드러나기 마련이니까. 어쩌면 모순이라고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구나.
TV에서 재산세를 덜 내기 위해 재산을 적게 신고하였다가 걸려 나오는 사람들과 뭐가 다르겠니? 물론 그 분들은 국민들을 대표하는 사람이거나 일반적인 사람들과는 다르기에 조금 더 주의를 해야 하는데 그런 일을 벌였으니 더 큰 일로 다루어지기도 하지만 말이야. 하지만 이런 식으로 자꾸만 '나 하나쯤이야'라는 생각을 가지고 행동하는 것은 우리들을 위해서도, 국가를 위해서도 절대 좋지 않은 일이야. 사람들은 그것을 빨리 깨달아야 해."
그렇습니다. 엄마의 말처럼 세금은 매우 중요한 것으로 자꾸 어른들이 세금 내기를 거부한다면, 다른 나라의 침략을 받았을 때, 또 나라의 자금이 부족해 견뎌내지 못하면 다시 IMF같은 시대를 맞을지도 모릅니다. 또 통일이 힘들어질 수도 있습니다. 통일을 한 후에 경제적 사정이 나은 우리가 조금이라도 더 북한을 도와줘야 하는데 도와줄만한 자금이 없다면 설사 통일이 된다 하더라도 서로 더 힘들게 될 것이 당연하잖아요. 게다가 수도와 전기, 통신망, 도로 등이 끊긴다면 우리가 평소에 즐겨 하는 컴퓨터, TV, 라디오는 물론 자동차나 기차도 다닐 수가 없게 됩니다. 또 학교와 같은 교육시설도 운영될 수 없어, 무지한 사람들이 넘쳐나게 될 것입니다. 이렇게 된다면 국민들의 생활은 물론 국가의 질도 자연스럽게 낮아지겠지요.
"하지만 이런 일이 공공연하게 벌어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지. 또 그렇기 때문에 법을 꼭 지키는 사람이 손해를 받는다는 인식이 생겨나고 있어. 하지만 그것은 절대 사실이 아니란다. 지금 당장 눈 앞의 것만을 생각한다면 그게 더 이익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먼 훗날을 내다보면 오히려 훨씬 손해라는 것을 알 수 있지. 또 우리 소미가 말했듯이 납세는 국민의 4대 의무 중 하나로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반드시 지켜야 하지. 자신을 돌아보았을 때, 남이 나를 보았을 때 항상 떳떳한 사람이 되어야 한단다. 우리 소미는 분명히 그런 사람이 될 수 있을거야."
긴 말씀을 마치신 엄마는 제가 자랑스럽다는 듯 머리를 쓰다듬어 주셨습니다.
국민으로써의 자세를 정확히 알고 계시는 엄마의 모습은 어린 제가 보기에도 충분히 당당하고, 떳떳해 보이셨습니다. 자신만의 이익을 추구하지 않고 공통의 이익을 추구하시려는 모습에서 진정한 국민의 자질 또한 엿볼 수 있었습니다.
그후로도 엄마는 아무리 목소리를 높이게 된다 할지라도 세금에 관한 것이라면 매우 엄격하셔서, 주위에 정직한 공인중개사라는 소문이 났지요. 물론 세금도 꼬박꼬박 내시지요! 세금 고지서가 날아오는 다음날 저는 엄마의 손을 꼭 잡고 함께 은행에 세금을 납부하러 가기도 한답니다.
또 저는 그때부터 미래의 당당한 어른이 되기 위해 조금씩 준비를 해 나가기를 마음먹고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조금씩 실천하고 있습니다. 물건을 살 때 영수증을 꼭 받고, 부모님과 나들이할 때 돈을 쓸 일이 있으면 꼭 신용카드를 권해 드리기도 하고, 쓰레기는 항상 쓰레기통에 버리는 등 사소한 일이지만 아직은 어린 나도 항상 국가를 생각하고 있다는 데에서 오는 자부심에서 저절로 얼굴에 미소가 생겨난답니다.
당당하고, 떳떳한 국민으로서의 한 걸음은 국민의 의무, 세금 납부! 그렇습니다. 우리 모두 당당하고 여유있는 미소를 한껏 지을 수 있는 이 나라의 국민이 되자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