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해전부터 발생된 분식회계(粉飾會計) 사건 등으로 인해 공인회계사의 위상이 땅에 떨어졌다.
이에 따라 회원 권익보호의 선봉장인 한국공인회계사회(KICPA)는 회계사가 사회적 역할을 원활히 수행할 수 있도록 윤리성 강화 등 위상제고를 위한 방안을 철저히 수립해야 할 것이다.
본지는 우리나라가 회계 불투명으로 인해 Korea Discount를 받게 되는 데서 탈피하고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는 회계기준으로 발돋움하기를 기대하면서 이에 대한 전문가들의 조언을 上·下에 걸쳐 연재한다. <편집자주>
▶송인만 한국회계학회장
공인회계사의 위상 제고를 위해서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추가적인 조치를 몇가지 제안해 본다. 가장 중요한 것은 공인회계사 스스로의 노력으로 다음과 같은 분야를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
첫째, 윤리의식 제고운동에 더욱 매진해야 한다. 즉 단순히 비전이나 사명선언문 또는 윤리강령 발표보다는 윤리성 제고를 실천할 수 있도록 하는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우리나라의 많은 우량기업에서도 기업 윤리를 크게 강조하고 있는 추세이므로 공인회계사가 먼저 모범을 보여야 한다. 이를 위해 국내외 사례를 보다 심층적으로 연구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윤리의식의 제고를 위한 노력에 따라 공인회계사들 스스로가 자부심을 느끼게 될 것이며, 공인회계사들에 대한 사회적 인식도 크게 향상될 것이다.
둘째, 공인회계사의 독립성을 제고해야 한다. 우리나라와 같이 학연과 지연이 얽혀 있고 인정이 중요시되는 사회에서는 공인회계사가 실질적인 독립성을 확보하기는 어렵다. 공인회계사의 독립성 확보를 위해서는 회계법인이나 공인회계사회의 자율규제시스템 운영이 보다 요구된다. 또한 외부로 나타나는 징표, 예를 들면 주식보유 비율보다는 감사수행의 적절성과 감사 결과를 얼마나 적절히 보고하고 있는지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공인회계사 자신도 외관상 독립성을 의심받을만한 일을 되도록 삼가는 편이 좋겠다. 예를 들면 전문성 향상에 비감사서비스가 중요하지만 다른 이해관계집단이 독립성에 문제가 있다고 보면 스스로 이를 삼가할 줄도 아는 지혜가 필요하다.
셋째, 공인회계사는 자기발전과 대외홍보에 과감한 투자를 해야 한다. 이는 공인회계사 위상 제고에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고 본다. 우량기업들은 상당한 금액을 연구개발비에 투자하고 있으며, 광고홍보비에 투자하는 금액도 만만치 않다. 회계법인의 경우 이 부분에 얼마나 투자하고 있는지 자문해 봐야 한다. 또한 새로 진입하는 공인회계사에 대한 배려도 소홀히 해서는 안된다. 새내기들에 대한 배려는 좋은 인재를 업계로 유치할 수 있고, 공인회계사의 위상도 제고될 것이다. 특히 대형 회계법인은 사회에서 필요로 하는 우수한 회계담당자를 키워내는 사관학교의 역할을 해야 한다. 선발인원에 대한 불평은 공인회계사 위상 제고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사회 곳곳에서 훈련받은 공인회계사를 필요로 하는 곳이 너무 많다.
넷째, 다른 이해관계자와의 기대차이(expectation gap)를 줄이는 데도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공인회계사의 생각과 기업, 투자자 그리고 교수의 생각이 왜 그렇게 다를까? 현재 기업회계 투명성 제고에 대한 공인회계사의 기여도, 비감사서비스가 독립성에 미치는 영향, 공인회계사의 위상을 높일 수 있는 방안 등에서 다른 집단과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특히 증권집단소송제도에서 응원군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타 업계에 대한 적극적인 홍보와 설득이 요구된다. 감사수수료 향상과 감사인배정제 주장은 스스로를 비하하는 생각이 아닐까?
마지막으로 고객 중심의 감사서비스를 제공하는 시스템과 마인드를 정립해야 한다. 공인회계사 스스로 자문하건대 실제로 그들의 업무가 기업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는가? 아니면 법에서 정해진 일을 수행하는 대리인으로만 생각하는가? 공인회계사의 위상정립을 위해서는 감사인이 기업과 사회에 도움이 되는 존재라는 것을 인식시키려는 노력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감사인 자신도 상당한 전문지식을 보유해야 하고, 제공서비스도 고객에게 부가가치를 부여하는 방향으로 수행돼야 한다. 따라서 비감사서비스의 상당부분을 감사서비스에 포함해 제공하는 것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김태동(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위원)
공인회계사 스스로는 보수를 타 직종과 비슷하게 받지만, 책임에 비해 적게 받는다고 인식하고 있는 반면에 다른 설문집단은 회계사가 타 직종에 비해 다소 많이 받는다는 인식을 하고 있다.
감사수임료에 대해서는 회계사가 아주 낮다고 인식하고 있으며, 규제기관과 교수가 다소 낮게, 다른 집단은 보통수준으로 인식하고 있다.
그러나 공인회계사가 갖는 준지대(準地代, quasi rent)가 회원 수의 증가에 따라 감소될 것이므로, 장래 보수는 상대적으로 더 떨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감사수임료가 낮다는 인식에는 동의하지만 보고서에서도 인정하듯 비교할 수 있는 외국자료가 없어 국제비교에는 한계가 있다. 회계사집단의 인식대로 보수가 낮다면 다음과 같은 설명이 가능할 것이다.
▶'정직한 외부감사'에 대한 수요 부족→'정직한 외부감사'의 가격 하락. '부정직한 외부감사'의 공급 과다→'부정직한 외부감사'의 가격 하락.
▶과거 외부감사서비스 시장의 상황은 '정직한 외부감사'의 가격이 '부정직한 외부감사'의 가격보다도 낮을 가능성이 있다. 예컨대 피감사기업이 사전에 회계사(법인)의 정직성 여부에 대한 정보를 알고 있다면, 해당 회계사(법인)에게 서비스를 맡기지 않을 수 있다.
▶'정직한 외부감사'를 수요하는 기업이 늘고, '부정직한 외부감사'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계사(법인)가 줄어들어야 비로소 감사수임료가 오를 수 있다.
▶개정 증권거래법에 의거, 공시서류에 대한 CEO 등의 인증 의무화, 공시서류 허위기재시 손해배상책임대상 확대(업무집행 지시자 등), 감사위원회에 회계 또는 재무전문가 1인이상 포함 등의 조치는 장기적으로 회계서비스 시장을 투명화하고 적정가격 형성을 도울 것으로 판단된다.
▶현재의 시장상황이 감사 수임료는 낮고 회계사 보수는 보통이라는 인식이 팽배해 있다면, 이는 낮은 투명성과 회계사 인원의 제한이 낳은 결과라 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시장 투명성의 현저한 개선없이 선발인원만 늘리는 것은 분식회계 축소에 오히려 역효과를 불러일으킬 수 있고, 수임료 추가 하락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
공인회계사 선발인원의 증대효과 설문조사에서 사회 투명성 제고에 도움이 된다고 대부분 대답했으나, 회계사들의 응답대로 그 효과가 크게 기여하지 못할 것으로 본다.
즉 경찰처럼 국가공무원로서 봉급을 국가에서 받는 것이라면 범죄 적발 가능성을 높이겠지만, 회계사(법인)의 경우 경찰과 달리 대상기업으로부터의 외부감사업무 수주라는 기본조건의 충족없이는 분식회계를 발견할 수 없으므로 회계사 수와 사회 투명성 제고는 상관관계가 없을 것이다.
따라서 일반기업이 공인회계사를 많이 채용해도 상장기업 회계담당자들이 예측하듯이 기업의 투명성 제고에는 도움을 주지 못할 것이다.
기업이 회계규정을 몰라서 분식회계를 하는 것이 아니며, 사주 등 경영책임자는 얼마든지 다수 직원 회계사를 배제하고 지시자에 대한 충성심만 있는 소수 직원 회계사의 손을 빌려 분식을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