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능별 조직 개편('99.9.1)이후에 국세청의 세무행정은 여러 업무분야에서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고 있지만, 사업자등록에 대한 세원관리는 아직까지도 요원한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특히 사업자등록업무는 국세행정의 과세기반이 되는 기본업무여서 결고 소홀히 할 수 없는 업무이다. 그러나 현행 사업자등록업무의 부실운영으로 인한 국가세수 일실사례가 증가하고 있어 국가재정에 커다란 구멍이 뚫렸다.<편집자 주>
某지방국세청 산하의 K某 세무주사는 현행 사업자등록업무의 부실 운영으로 인해 국가세수가 일실되고 있는 만큼 이에 대한 대책마련이 시급하다고 토로했다.
내용인즉, 가요유흥주점(룸살롱) 사업자의 경우 대부분이 무능력자(무재산)를 내세워 이른바 '바지사장'으로 명의위장 사업자등록을 하고 1∼2년 영업을 하는 동안에 부가가치세·특별소비세·종합소득세 등을 체납하고 폐업하는 경우가 다반사라는 것.
특히 폐업후 또다시 무재산자를 내세워 위장 사업자등록을 한뒤 체납끋폐업의 형식을 되풀이하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는 데다 전국적 현상으로 확산되고 있어 국가세수 일실의 정도가 점차 증가해 심각성을 더해주고 있다.
실제로 지방에 위치한 홍콩가요주점(사업자등록번호 402-01-×××××)의 경우 2000.11.13. 개업한 뒤 2001.4.28에 폐업하면서 4천670만원을 체납해 결손처분됐다.
그런데 홍콩가요주점은 2001.4.28에 폐업함과 동시에 또다시 개업을 했다. 뿐만 아니라 2002.1.31 다시 폐업하면서 체납액 1억3천800만원을 발생시켜 결손처분됐다.
사태는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이 위장사업자는 2002.1.31 '홍콩가요주점'이라는 상호로 또다시 개업을 하고 3억3천80만원을 체납한 후 2003.7.1 폐업을 했다.
또한 4번째 위장 사업자등록을 하면서는 상호를 홍콩가요주점끋청콩가요주점으로 변경해 2003.7.4 개업을 한 뒤 2004.1.20 폐업을 하고 체납을 했다가 2004.1.20 다시 5번째로 위장 명의를 이용, 개업했다.
이같은 현상이 반복적으로 이뤄질 수 있는 것은 사업자등록 신청시 확인(조사)대상인 경우 본인신청 여부와 임대차계약서 명의만 확인하기 때문에 자본금 출처 능력이 없는 무재산인자에게도 사업자등록증을 교부할 수 있다는 허점이 악용되고 있기 때문.
따라서 이같은 사례는 한 업소의 사업자등록단계의 전말이지만, 5억원이라는 조세일실이 발생하게 됐다. 이는 1인당 연평균 1억6천만원의 결손처분을 감안할 경우 전국적으로는 수천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답답한 심정을 토로한 국세청의 K某 세무주사는 "이러한 위장사업자등록을 악용하는 사례는 입소문에 의해 전국적으로 공식화된지 오래됐다"면서 "동일 사업자가 1년 주기로 무재산인 자를 내세워 폐업, 결손처분, 신규등록을 반복하고 있다"고 국세행정의 현주소를 안타까워했다.
K某 세무주사는 이를 바로 잡기 위한 방법으로 사업자등록증 교부시 최소자본 2억∼3억원에 대해 강도높은 자금출처조사를 해 간접 증여세를 부과하고 사회통념상의 무능력자는 사업자등록증 교부를 거부해야 한다고 대안을 제시했다.
또다른 국세공무원 L某 사무관은 이와 관련 "사업자등록시점부터 고의적인 탈세를 목적으로 계속 체납을 하고 있어 소속 직원들의 업무폭증은 물론, 체납액 정리비율 급증 등으로 신상에 불이익을 당하는 부당한 피해를 보고 있다"면서 "하나의 소도시 가요주점 사업자의 연간 결손처분에 의한 탈세금액이 2억원이라며 전국에서 같은 현상의 탈세금액을 추산해 보면 수천억원의 결손처분으로 인한 조세일실이 이뤄지는 피해현상을 막을 수 있다"고 평가했다.
한편 사업자등록행위에 대한 세법상 해석이 달라 납세자들이 불편을 겪고 있어 각 세법상 사업자등록행위에 대한 조항을 일치시켜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세무대리업계에 따르면 현행 세법상 면세사업자가 과세사업을 추가로 영위하고자 할 경우에는 이미 사업자등록이 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새로 과세사업자등록을 하거나 최소한 사업자등록 정정신고를 해야 한다.
즉 소득세법 및 법인세법에 의해 등록한 면세사업자가 과세사업을 하고자 할 경우, 과세사업자로 사업자등록을 새로 신청하거나 정정신고를 해야만 부가세법에 의한 사업자등록을 한 것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소득세법과 부가가치세법 등 각 세법이 동일한 사업자의 사업등록행위라 해도 그 인정기준을 다르게 적용하고 있는 것.
이와 관련, L某 세무사는 "소득세법 등에 의한 사업자 등록행위나 부가세법에 의한 등록행위는 동일하기 때문에 소득세법 등에 의해 등록한 경우에 부가세법에 의해 등록한 것으로 인정하지 못할 이유가 전혀 없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그러나 개인사업자의 경우는 과세사업을 시작하는 시점에 간이과세자에 해당될 것으로 예상되는 때에는 간이과세 적용신고만 하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국세청은 사업자등록 명의대여의 부조리를 시정하기 위해 명의대여 규제방안을 모색하고 명의대여자에게 제2차 납세의무를 부여하는 내용의 개선(안)을 마련했지만 벽에 부딪치고 말았다.
즉 명의대여자에게 연대납세의무를 부여하는 명의대여를 통한 조세회피를 방지하기 위해 국세기본법 개정(안)을 지난해 연말에 마련했으나, 법제처 심의결과 개정안이 삭제된 것.
당초 국세청은 국세기본법 제25조제4항(공유물·공동사업 등에 관한 연대납세의무)에 대해 타인에게 자기의 성명을 사용해 사업자등록을 하도록 허락하는 자는 당해 사업과 관련해 부과되는 국세·가산금 및 체납처분비에 대해 타인과 연대해 납부할 의무를 지도록 하는 개정안을 상정했었다.
이에 따라 법제처는 명의대여자에 대해서 그 대여행위로 인해 받은 이익을 한도로 연대납세의무를 부여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범위에 대해 연대납세의무를 부여하는 것은 헌법상 평등의 원칙과 재산권 보장의 원칙에 위배될 소지가 있다는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결국 개정(안)은 국세기본법 제14조의 '실질과세의 원칙'에 위배된다는 것.
일선 민원담당 등 국세청 관계자는 이에 대해 "상법 제24조의 명의대여자에 대한 책임과 민법 제125조의 대리권 수여표시에 의한 표현대리제도와 같이 실제와 다른 외관을 조성한데 대해 귀책사유가 있는 자에게 법적 책임을 부과하는 외관주의의 구현취지를 인용해 세법에서도 명의대여자에게 책임을 부여해 명의대여를 원천적으로 방지해야 한다"고 제시하고 있다.
즉 모든 범위에 대해 연대납세의무를 부여하는 것은 헌법상 평등의 원칙과 재산권 보장의 원칙에 위배될 소지가 있기 때문에 명의대여자에게 명의대여한 사업과 관련해 실질과세의 원칙에 의거, 실질사업자에게 과세를 해야 하지만 실질사업자가 납세의무를 이행하지 못한 부분에 한해 보충적 제2차 납세의무를 부여해야 한다는 대안을 내놓고 있다.
또 타인에게 자기의 성명을 사용토록 사업을 영위하는 '명의대여행위', 즉 자기의 성명 또는 상호를 사용해 영업을 할 것을 허락한 자는 자기를 영업주로 오인한 국가의 국세채권에 대해 실질사업자와 연대해 변제할 책임을 부여토록 하는 규정을 개선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명의대여 방지방안을 모색하고 있는 일선 관리자들은 "국세기본법 제14조에 명의대여자에게 과세하는 경우 예외조항을 신설해야 한다"면서 "사업자등록신청자, 관할관청에 인·허가를 신청한 자 등에 대해서는 실질사업자로 봐 과세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때 명의자가 실질사업자를 밝힌 경우에는 실질사업자를 납세의무자로 경정하고, 명의자가 당해 사업과 관련해 납부한 세액은 실질사업자가 납부한 것으로 간주해야 한다는 것.
또 국세기본법 제26조의2에 국세부과 제척기간의 예외조항을 신설해야 한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즉 명의대여자가 실질사업자를 밝히거나, 판결 등에 의해 명의대여임이 밝혀진 경우에는 국세부과제척기간이 경과했다 하더라도 사실관계가 확인되거나 판결 등이 확정된 날로부터 1년이내(또는 6월이내)에 실질사업자에게 과세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불필요한 쟁송을 통한 조세회피를 방지해야 한다고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특히 조세범처벌법에 명의대여자에 대한 처벌조항 신설도 지적되고 있는데, 예를 들어 명의대여자에 대해 명의대여에 대한 정당한 사유가 없는 한 조세범처벌법 제12조에서 규정한 체납범(징역 2년이하)과 비슷한 수준의 처벌조항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일고 있다.
또한 앞서 서술한 이같은 세법상의 법적 장치 마련과 함께 행정상 규제도 병행해 사업자등록 현지확인업무를 강화해야 한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현지확인조사의 업무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사업자등록 사전검색시스템에 의해 현지확인 대상자로 선정되는 사업자 등 불필요한 현지확인 대상자는 가급적 축소해 나간다는 것이 복안으로 제시되고 있다.
특히 사전검증절차를 거쳐 현지확인 대상자로 선정된 사업자 가운데 명의대여 혐의가 있는 사업자는 사업자등록신청 명의자의 사업운영·자금능력 등 실제 사업영위 여부 등을 면밀히 검토해 실사업자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는 방안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