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은 세무사, 논문서 감정평가 개선방안 제안
"부동산 평가심의위 거쳐 비준가액 시가 인정시
납세자 예측가능성 제고·납세협력비용 절감"
최근 서울행정법원이 국세청의 ‘부동산 감정평가사업’에 제동을 거는 판결을 내린 가운데, 조세전문가 사이에 상속·증여재산 평가제도의 개선 필요성에 대한 논의가 확산되고 있다. 특히 현행 감정평가 방식 대신 건물의 기준시가 계산방식과 유사한 ‘거래사례비교법’을 도입하자는 구체적인 제안이 나와 주목된다.
서울행정법원은 지난해 12월 국세청 감정평가사업의 근거가 되는 ‘상속세 및 증여세법 시행령’ 일부 조항이 헌법 및 상위 법률 위반 소지가 있다고 판결(서울행법2021구합85600)했다.
이른바 ‘꼬마빌딩’에 대한 상속·증여세 감정평가는 그간 조세행정에서 치열한 논쟁의 중심에 있었다. 납세자가 사례가액이 확인되지 않아 기준시가로 신고했음에도, 과세관청이 사후에 자체적으로 감정평가를 실시해 세금을 추징하는 구조였기 때문이다. 이는 납세자 뿐만 아니라 수임 세무사에게도 막대한 불확실성을 안겨준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세무법인 가나의 김재은 세무사(고려대학교 박사과정)는 최근 발표한 ‘국세청 부동산평가심의위원회 감정평가 개선방안’ 논문을 통해 현행 제도의 문제점을 정면으로 비판했다.
김 세무사는 “현행 감정평가사업은 상위 법령의 위임없이 국세청 내부 지침인 훈령(사무처리규정)에 근거해 시행되고 있다”며 “이는 조세법률주의 원칙을 벗어나 납세자의 예측가능성과 법적 안정성을 크게 훼손할 우려가 있다”고 분석했다.
상속·증여재산 평가제도는 당초 거래사례가 확인되지 않는 경우 기준시가로 평가하는 것이 원칙이었고, 감정평가는 세법에서 정한 방법으로 평가하는 것이 불합리한 경우 납세자가 선택할 수 있는 ‘보충적 수단’으로 도입됐다. 또한 감정가액의 남용을 방지하기 위해 둘 이상의 공신력 있는 감정기관에 의한 평가, 소급감정 제한, 부적정 감정기관에 대한 관리 제도 등 다양한 안전장치를 두고 있다.
그러나 최근 국세청 감정평가사업은 보충적 수단 성격을 넘어, 실무상 일반적 평가방식으로 활용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2020년부터 시가와의 차이가 크고 고가인 부동산을 중심으로 과세관청이 별도로 감정평가를 실시하는 감정평가를 확대하면서, 법률에 명시된 평가원칙의 범위를 넘어 사실상 새로운 과세 기준으로 기능할 우려가 있다는 것이 김 세무사의 설명이다.
김 세무사는 해결책으로 부동산 감정방식도 거래사례비교법을 통한 비준가액 산정방식을 제안했다. 이는 대상물건과 유사한 거래사례를 기준으로 사정보정, 시점 수정 등을 거쳐 가액을 산정하는 방식이다. 현행 상속세 및 증여세법상 건물 기준시가 산정방식과 구조적으로 유사하다. 국세청에 설치된 평가심의위원회의 심의를 통해 비상장주식에 대한 감정가액을 시가로 적용하는 선례에서 착안했다.
김재은 세무사는 “국세청이 보유한 과세자료 등 행정인프라를 통해 수집한 유사재산 사례가액을 활용해 거래사례 비교법을 통한 비준가액을 산정하고, 비상장주식의 경우와 같이 이를 평가심의위원회 심의를 거쳐 시가 인정토록 해야 한다”며 “이러한 방식이 도입되면 감정평가기관 의존도를 낮추면서도 평가과정의 투명성과 예측가능성을 높이고, 행정비용과 납세협력비용을 동시에 절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거래사례비교법을 활용한 비준가액을 평가심의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감정가액으로 하여 시가로 적용한다면 현행 법률의 적용상 우선순위를 지킬 수 있다. 뿐만 아니라 국세청에서 감정평가사업을 위해 지출하는 연간 96억원의 징세비 절감은 물론, 납세자가 감정평가기관 등에 감정평가를 의뢰함에 따라 발생하는 납세협력비용도 동시에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한편 김재은 세무사는 세무법인 가나 주식평가연구원에서 연구활동을 하고 있다. 세무법인 가나 대표세무사인 김완일 세무사는 과거 한국세무사회 연구이사 당시 세무법인이 상속·증여재산 평가 관련 비상장주식 추정이익 평가기관에 포함되도록 개정한 바 있다.




